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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짧은 도보 여행은 서울 양천구입니다.

양천구에 뭐가 있지 싶어 떠올려봤지만 목동, 양천향교 정도만 떠오르네요.

그나마도 양천향교는 강서구에 있더군요.

 

어디를 가던 일단 하나는 잡고 가야 하는데, 참 막막합니다.

재밌는 특징은 구의 생김새가 멍멍이처럼 생겼다는 거 정도...?

 

그러다가 문득 신도림에서 까치산으로 가는 신정지선이 떠올랐습니다.

차량기지 위에 아파트가 있는 그 독특한 풍경을 한 번 직접 보고 싶어 지더군요.

 

바로 양천구청으로 가면 또 재미없으니, 도림천부터 한 번 슬슬 걸어가 봅시다.

 

 

역에서 한 층만 올라와도 햇빛이 드네요.

요즘 새로 짓는 지하철마다 뭐 이리 깊게 들어가는지, 답답함을 넘어 무서울 정도인데 이 깊이감...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인지 쿨하게 에스컬레이터도 없네요. 나중에 덧붙인 것 같은 엘리베이터가 그래도 하나 보이긴 합니다.

 

요즘 기준으로 이 정도면 반지하철이라 불러야 되는 거 아닌가 싶네요.

 

 

저도 모르게 도림천을 따라 걸을 뻔했네요. 옆의 하천이 안양천인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조금 걷다 다시 방향 잡고 안양천이랑 합쳐지는 곳으로 향합니다.

 

 

도림천역이 워낙 도림천 끝자락에 있어서 그런지,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안양천이군요.

 

서울의 이런 하천을 걸을 때면 장마철이면 여긴 다 범람할 텐데 시설이 제법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매 해마다 정비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닐 텐데 말이죠.

 

 

도림천을 기준으로 구로와 영등포가 나뉘고, 안양천을 기준으로 양천과 나뉩니다.

안양천 너머로 목동의 아파트 단지가 보이네요.

 

여기서 안양천을 건널 수 있는 다리는 조금 더 북쪽으로 가야 해서, 마저 걸어봅시다.

 

평소 같으면 한창 일할 시간인지라 몰랐는데, 많은 어르신들이 이 시간대에 건강하게 취미나 운동을 즐기시더군요.

저도 나이가 들고 나면 저렇게 여유를 좀 즐길 수 있으려나요. 그러려면 지금 좀 더 열심히 살아야 하나...

 

 

살짝 헤매긴 했습니다만, 이제 양천구 도착이네요.

오늘은 안양천 따라 조금 걷다가, 목동 쪽으로 해서 신정동까지 걷는 걸 생각 중입니다.

 

흔히 목동 하면 생각나는 파리공원이나 오목교, 양천구청 쪽으로는 살짝 피해서 갈 것 같네요.

 

 

양천구와 강서구는 본래 하나이기도 했습니다만, 도시 분위기가 목동 지역과 그 외 지역이 판이하게 다른 게 느껴집니다.

 

지금이야 목동이 더 유명하고, 오히려 기존에 사람 살던 쪽에 신목동이니 하며 이름을 빌려갈 정도가 됐지만

사실 지금의 목동 쪽은 사람이 살던 곳이 아닌 논밭이 있던 곳입니다.

 

근처 하천의 범람문제도 심각했기에 당연히 사람들은 지대가 조금이라도 더 높은 화곡동 근처에 모여 살았죠.

 

이 일대를 개발하게 되며, 기존에 사람들이 살아 보상문제도 피곤하고 지형도 가파른 곳 보단

차라리 강둑 쌓고 평탄하게 펼쳐진 목동 쪽에 새로 도심을 만드는 게 더 나았을 겁니다.

 

그 뒤로 강서와 양천이 분구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죠.

 

저야 뭐, 이미 철들고 난 뒤엔 목동도 자리 잡은 지 한참 뒤인지라 이미 양천구는 곧 목동이었지만요.

 

 

위에서도 말했듯, 옛날에는 골칫거리였을 안양천도 이제는 훌륭한 도시공원이 됐습니다.

한강을 따라 자전거를 탈 때 가끔은 목감천으로 해서 돌아오곤 했었는데, 그때 안양천을 따라 몇 번 자전거를 탔던 기억이 나네요.

 

양쪽이 이미 도로로 막힌 한강보다 강변 공간은 더 넓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는데 걸어 보니 확실히 넓긴 합니다.

 

 

안양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쭉 걸어가 봅니다.

그래도 오늘은 구름에 해가 가려져 좀 걷기 좋네요. 최근 한 주 동안 해가 거의 여름 느낌이었거든요.

 

뭔가 아까 안양천을 넘어올 때 '어서 오세요 양천구입니다.' 이런 표지가 없어 좀 아쉬웠는데,

길에 꽂힌 볼라드에 양천구가 잔뜩 써져 있길래 한 장 찍어봅니다.

 

 

아까부터 금계국 가득 핀 곳 사이로 어르신들이 지나가길래 산책로가 있는 줄 알았더니 황톳길이 있었네요.

 

개인적으론 저게 왜 건강에 좋은 건지 하나도 이해가 안 가는지라, 약간 삐딱하게 보는 시설이긴 합니다.

당뇨 있으신 분들은 말단에 상처 나서 좋을 거 하나 없는데 말이죠.

그래도 강가에 두면 여름에 쓸려나가 난리날태니, 강둑 중간에 설치한 건 좋네요.

 

멀리 고척돔도 보이기 시작하는 거 봐선, 이제 슬슬 안양천을 벗어나 안쪽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살짝 배도 고파지기 시작하는데, 뭐 먹을 건 없으려나요.

중학교랑 고등학교 바로 옆인 것 같은데 주먹밥 가게라도 하나 있으면 좋겠네요.

 

2026. 0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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