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개된 지 2~30년이 지나면 더 이상 근처에 흔적이 안 남게 됩니다.
그나마 추정 가능한 요소는 지명, 도로의 형태, 인근의 지형 정도가 되겠죠.
옛 지도랑 비교해 보니 아마도 이곳 서판로를 따라가다가,
인동초등학교 서쪽의 백범로248번길, 247번길을 타고 모래내시장까지 가지 않았나 싶습니다만 확실하진 않네요.


서판로를 따라 내려온 뒤 길 건너에 맥도날드가 보이네요.
뭔가 엄청 배고픈 건 아닙니다만, 지금부터 장수천까지 또 뭘 먹기엔 장소도 시간도 마땅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피도 좀 마시고 싶고요.
간단히 요기를 좀 하고 지나가보죠.

복개한 후에도 강이 굽이친 흔적은 길로 남게 됩니다.
하지만 직강화 이후에 복개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건물의 형태나 녹지의 배치 말고는 복개 전의 흐름을 알 길이 없게 되죠.
이 근처도 이상하게 꺾여가는 이 길이 조금 수상해서 한 번 따라 걸어보는 중입니다.
걷는 내내 계속 어디선가 물쉰내가 살짝씩 나는군요.
복개 후의 복개천은 우수/하수관의 역할을 하기에 가끔 이상하게 물쉰내가 동네에서 난다면 복개천이 지나는 거일 수도 있긴 하죠.
물론 그냥 우수/하수관이 불량한 걸 수도 있기에 확실하진 않습니다.

뭔가 연필모양의 난간이랑 건물의 벽 색이 어린이집인가 싶으면서도, 살짝 을씨년스러워서 뭔지 모르겠네요.
하기사 저 어릴 때 살던 동네도 어린이집이 요양원이 됐는데, 여기라고 용도가 그대로 일리는 없겠죠.

어느새 모래내시장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부턴 찾기가 참 쉽죠, 이 뒤의 만수천은 복개 후에 주차장으로 되어 위성사진만 봐도 하천이 흘렀던 자리라는 게 티가 납니다.

바로 주차장으로 갈까 싶었지만, 대학생 때 다녔던 헬스장이 보이네요.
옛 생각도 나고, 오랜만에 모래내시장이나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사실 다들 모래내시장이라고 말하긴 합니다만, 여긴 정확히 말하면 두 시장이 합쳐진 곳입니다.
구월시장과 모래내시장이 합쳐져 있죠. 서로 점점 커지다가 이제는 크게 한 덩어리가 됐지만요.
의외로 시장 역사 자체는 그리 길진 않습니다. 1980년대 들어서나 형성된 시장이죠.
이름대로 모래톱에서 좌판을 깔고 장사하던 사람들이 있던 곳이라는데, 여기서 말하는 모래'내'는 아무래도 만수천이겠네요.

대한통운 트럭이 개조된 칼갈이차를 지나 다시 만수천 쪽으로 향합니다.
도나쓰나 컵에 담긴 닭강정 같은 게 있으면 하나 사 먹을까 했는데, 시장 뒤편에 있는지 안 보이네요.


이 구간부터 남동구청까지는 복개된 상부를 모두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변 주택가 길도 좁고, 주차장 지을 공간은 없는지라 저도 예전부터 간간히 이용했던 기억이네요.
주차장을 따라 쭉 남쪽으로 걸어가 봅시다.
오래된 동네답게, 가끔씩 요즘 신도시 상가에서는 보기 힘든 점포들도 보입니다.

양쪽으로는 붉은 벽돌로 올린 옛날 빌라들이 줄지어 이어집니다.
바로 옆에선 차를 고치는지 깡깡 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여느 동네 같았으면 벌써 민원감이죠.
이런 게 좋다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사람 사는 곳이란 느낌은 오히려 더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신도시의 잘 정비된 도로와 아파트 사이를 걷다 보면 솔직히 별 생각이 들지 않거든요.
하지만 이상하게 이런 길을 걸으면 눈도, 머리도 꽤나 바빠집니다.
명백한 소음도 그냥 뭐 하는구나~ 하는 느낌으로 듣게 되죠. 같은 소리도 말끔한 동네에서 들으면 찌푸려지는데 뭔가 다릅니다.
초등학교 운동회 소리도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가고, 층간소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기사를 자주 접하다 보니,
어쩌면 요즘 우리가 사는 공간이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합니다.
사람이 몇백만 년 간 살았던 환경과 지금의 환경이 다르고,
지금이 더 위생, 편의를 비롯해 모든 면에서 낫지만 근래 들어 어떠한 임계점을 넘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2026. 0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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