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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교 건너편도 한쪽은 차량기지가 이어지는지라 딱히 볼 건 없습니다.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벽화를 칠한 것 같긴 한데, 언제나 느끼지만 저런 벽화던 페인트던 관리가 안되면 몇 배는 더 무서워지는 것 같아요.

 

그냥 흰색 페인트만 칠하더라도, 때에 맞춰 새로 칠해주는 게 동네 분위기엔 훨씬 낫지 싶습니다.

 

 

벽 사이로 빨간 전동차 하나가 보입니다.

신정기지에 옛날 1호선 열차가 한 대 보존돼 있단 건 알고 있었는데, 그게 여기였나요?

 

 

어휴, 정말 옛날 생각 나는 전동차가 한 대 서 있네요.

그때도 전 인천에 살았습니다만, 급행열차가 아마 주안까지만 갔던 기억이 납니다.

 

어릴 적 살던 집에 가는 버스는 동인천역에 있었기에 가끔 주안에서 열차를 갈아타곤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무렵 전동차가 저렇게 생겼었습니다. 가끔 아닌 녀석도 섞여있긴 했지만요.

 

위에는 선풍기가 뱅뱅 돌고, 창문도 열 수 있었던 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창문 열려고 하면 팔 잘린다고 겁주곤 하셨죠.

이 열차를 이렇게 볼 줄은 몰랐네요. 어디 박물관에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약간 반가웠던 옛 지인(?)을 뒤로하고 걷다 보니 어디서 철공소 소리가 뚝딱뚝딱 납니다.

목동에 웬 철공소...? 싶어 보니 이 길 건너편은 또 구로였군요.

 

고물상도 보이고, 프레스 돌아가는 소리도 들리고... 그렇죠 꼭 구와 구, 시와 시 경계에는 이런 곳들이 있곤 했습니다.

 

 

그냥 길을 따라 양천구와 구로구 경계를 걸으며 크게 한 바퀴 돌려고 하는데 아파트 입구에서 둘레길 표지를 봤습니다.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솔직히, 둘레길 만든다고 발악했구먼~ 정도로 생각했습니다만...

 

그래도 그냥 보도블록을 따라 걷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싶어 한 번 올라가 봅니다.

 

 

생각보다 나무도 잘 자라 있고, 길도 걷기 좋네요.

조금 신기했던 건, 이런 식의 둑방이 아파트 둘레에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송도에서야 꽤 흔하긴 합니다만 거긴 매립지니까요.

 

옛날 지도를 둘러보니, 이 근처의 길이 옛날엔 실개천이었던 것 같네요.

당연히 그 옆으로 둑방을 쌓았을 것이고, 그 위에다 지금의 산책로를 만든 모양입니다.

 

 

입구부터 안 좋게 생각했던 걸 반성하게 만드네요. 물론 완전히 자연 속이냐라고 물어보면 그렇진 않습니다.

 

나무 사이로 큰 길가의 소음도 계속 뚫고 들어오고, 틈새로 보이는 풍경도 아파트 주차장 아니면 길이 전부죠.

그래도 그 소음과 풍경이 나무를 거쳐 한 번만 걸러져도 사람은 이렇게 편안해진다는 걸 배웠네요.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아마 이 길만 두고 옆의 보도를 없애면 이 동네 정신건강이 조금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

 

 

엇... 예전에 거북골에서 봤던 정체불명의 바람개비...

그냥 별 의미 없이 할아버지들 옛 추억거리 겸 취미생활인 걸까요? 여기도 하나 있네요.

 

 

길 곳곳에 옆의 보도에서 들어올 수 있는 샛길이 나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뭘 저렇게까지 들어오나 싶지만, 이 근처는 저 같아도 이 길을 걷고 싶을 것 같습니다.

 

 

어느덧 신트리공원 앞까지 쭉 걸어왔네요.

서울 한가운데에서, 그것도 아파트 단지 사이에서 이런 길을 걸을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몰랐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리 엄청난 것도 아닌 그냥 동네 공원길 정도인데,

사람이 휴식을 느끼는 데는 생각보다 그리 어마어마한 건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지네요.

 

2026. 0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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