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건너고 나니 농로 표지가 있네요. 서창 근처의 운연천도 정비하더니 저런 표지가 있었죠.
이런 동네 하천을 정비하고 나면 양 천변에 좁은 길이 생기곤 하는데,
차도로 쓰기엔 좁기도 하고 요즘은 산책로와 자전거길로 개방하다 보니 위험하기도 하죠.
그렇다고 길을 막아버리자니, 예전부터 거기로 다니던 트랙터나 농촌 분들 트럭이 갈 길이 사라집니다.
그러면 저렇게 제한적으로 지나다닐 수 있게 해 주는데, 알게 모르게 동네 사람들은 그냥 길처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이지, 자전거 타기 딱 좋은 날씨네요.
제 자전거는 이사 두 번에 완전히 고장 나기도 했고, 집에 어린애가 둘이라 혼자 자전거 타러 나가기도 힘들어서
완전히 개점휴업 상태입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날엔 한 번 끌고 타고 싶다란 생각이 절로 듭니다.


농로 옆으로 체육시설이 계속해서 이어집니다만, 길은 없어서 계속 농로를 따라 걷습니다.
어느덧 길 끝에 도착했네요.
만수천은 여기까지, 이곳부터 장수천과 합쳐져 소래를 거쳐 서해로 나갑니다.

당연히 예전에는 여기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는 갯벌이었고, 중국으로 오가는 배들도 왔다고 합니다.
사실 인천 바닷가마다 이런 얘기가 있고 시기도 제각각입니다.
아마도 성현, 수산동을 넘어 능허대로 가던 백제 사신 경로의 이야기가 조금 바뀐 것 같긴 하네요.
능허대에는 대도 있고 한선도 한 척 전시되어 있습니다만 여긴 별 내용이 없기도 하고요.
조선 대에는 이곳에 운하를 파서 강화의 염하를 지나는 대신 바로 서해에서 한강으로 조운선을 보내려던 구상도 있었다는데,
뭐 여기에 대해선 인천 안에서도 경로가 여럿인지라 어디까지가 정설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인근의 무네미로 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 무네미고개(수현)가 물을 넘기려던 고개라는 설이 있죠.
뭐 이래저래 옛이야기를 늘어놨습니다만, 사실 그냥 물을 봐서 좋네요.
상류 쪽도 물이 거의 말라 있었어서 하마터면 물 한 방울 없는 만수천 이야기가 될 뻔했거든요.

장수천을 따라 소래까지 걷는 것도 좋긴 합니다만, 그렇게 되면 시간이 좀 애매해집니다.
장수천은 나중에 장수천만 따라 걷는 여행으로 남겨두고, 남동체육관을 통해 큰길로 빠져나갑니다.
여기 살면서도 한 번도 안 와본 남동체육관입니다만, 시설이 굉장히 좋네요...
가끔 인천에서 열리는 공연 중에 여기서 열리는 게 있던데 동네 체육관 정도 사이즈인 줄 알았습니다만 공연할 만하네요.



다시 주차를 한 간석동까지 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운 좋게 환승하려던 버스가 바로 뒤에 있어서 빠르게 넘어왔네요.
아침에 주차를 하려고 뱅뱅 돌다가 근처에 시장을 본 것 같아서 한 정거장 더 와봤는데, 먹을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마침 점심시간이 다 됐거든요.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시장이기도 했습니다만, 식사를 치를만한 식당이 한 손에 꼽히네요.
이런 곳에선 그냥 식당에 들어가 된장찌개 한 그릇 하는 것도 좋지만, 머릿고기 손질하는 순댓집이면 순대가 더 좋죠.
하지만 아쉽게도... 포장마차 순대 파는 가게네요.
뭐, 못 먹을 건 아니지만 영 안 끌립니다. 개인적으로 머릿고기 손질 안 하는 순댓집은 레토르트라고 생각해서요.
다시 돌아가서 찌개나 한 그릇 할까 했다가,
아침에 맡았던 춘장 볶은 내음이 생각나서 그냥 돌아가서 간짜장이나 한 그릇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집니다.

이상하게 요즘 돌아다닐 때마다 세탁, 수선집이 눈에 띄는데 최근에 본 곳 중에 제일 옛날 느낌의 수선집이네요.
생각해 보니 이 골목, 아침에 돌다가 양쪽에서 차가 와서 갇혔던 길입니다.
망한 양맥집도 있고, 뭐 하는 곳인진 모르겠지만 간판은 없는데 왁자지껄한 곳도 있고.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흥하는 시장도 있는 반면 여기는 저물어가는 시장을 보는 것 같아서 아쉽네요.

자, 오늘 하루도 잘 돌아다녔습니다.
아까 봤던 중국집에 차를 끌고 갈까도 싶었지만, 주차 때문에 또 짜증 날 것 같아서 그냥 집 근처로 넘어가야겠습니다.
그냥 빈 속으로 돌아가기엔 허전하기도 하고 졸리기도 하니 커피와 빵 하나 먹으며 돌아가 보죠.
2026. 0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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