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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직전의 교차로에서 아파트를 가로질러 영등포역을 가려고 했습니다만,

마침 신호도 걸렸고... 아직 시간도 좀 여유가 있어서 오른쪽에 보이던 언덕으로 올라와 봤습니다.

 

길도 길이지만, 예쁘게 물든 나무가 멋져 사진을 찍었네요.

 

 

옛날에 이 동네 이름이 고추말이었나 보네요.

찾아보니, 이 근처의 고갯길 이름이 고추처럼 매운바람이 불어 고추말고개였다고 합니다.

청양군이랑 힘을 합쳐 가로등도 고추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없다는군요.

 

산제, 즉 산신령을 모시는 제사를 근처의 산제당에서 치렀다는데,

지금은 그 흔적만 어린이공원에 도림당이라는 이름의 작은 정자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참, 지나가고 나서 이런 걸 알게 될 때마다 여행 준비의 딜레마를 겪네요.

알고 보면 재밌는 이런 이야기들, 미리 알았다면 당연히 고추말 어린이공원도 들러봤을 건데 말이죠.

 

그럼에도 저 정류장 이름이 우스워 한 장이라도 남겨 놨기에, 이렇게 또 찾아봤으니. 이 또한 여행의 묘미 아닐까 싶습니다.

 

 

거의 두 시간 남짓, 계속 걷기만 했더니 살짝 피곤도 하고 갈증도 생깁니다.

묘하게 시선을 끄는 카페가 있어 냅다 들어가서 롱블랙 한 잔을 시켜 봤는데, 당첨이네요.

 

딱 원했던 맛과 향. 그리고 잠깐 쉴 수 있는 볕, 바람 드는 조용한 장소.

오늘은 여러모로 다니기 좋은 날입니다.

 

 

슬슬 귀가하기로 한 시간도 가까워져 가고, 다시 영등포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로터리에서 곡소리가 들려서 뭐지 했더니, 판소리 연구소가 있었네요.

이런 학원(?)을 직접 본 건 처음이네요. 뭔가 그 옆에 수상해 보이는 곳도 하나 있긴 한데...

 

제약회사를 잠깐 다녀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밥이 약이 될 수 있으면 그건 밥으로 못 팝니다.

먹어서 효과가 있으면 그건 밥이 아니라 약이라고 부르죠. 약이라고 하며 밥을 판다면, 그건 사기꾼 맞습니다.

 

 

영등포역에 이런 육교도 있었나? 싶었네요.

하긴 영등포역은 많이 왔어도 근처를 이렇게 걸은 적은 처음일 겁니다.

 

하물며 역 남부로는 정말 처음 와 보는 것 같네요.

 

 

철길을 건너고 나니 아까 대림동, 도림동에서 또 시계를 한 10년 정도 돌려야 하는 동네가 나옵니다.

이 정도면 정말 화장실이 아니라 측간이라고 불러도 되겠네요.

 

신과 함께 보면, 이런 동네에서만 가택신들이 있던데...

낮이니까 편하게 걷지, 밤에 걷기에는 가택신보다 가로등이 조금 더 믿음직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 동네에서 성업 중이던 식당을 보며, 왠지 맛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점심에 먹은 우육면과 닭고기가 아직 덜 소화된 게 아쉽네요.

 

 

머리 위를 지나는 고가가 왠지 영등포역 고가 같아서 따라 나왔더니, 역시나였습니다.

고가 아래에 왠지 공사 표지와 장비가 좀 있더라니, 이 고가도 이제 노후로 철거를 준비 중이었네요.

어릴 적, 청계고가가 사라지고 청계천이 된 모습도 정말 신기했는데, 그때 기억이 납니다.

 

서울 시내의 유명한 고가들이 하나씩 사라지거나 재탄생하는 모습을 보면,

이러한 발전이 반가우면서도 옛 모습이 사라짐에 아쉬움도 함께 느껴지네요. 물론 아쉽다고 멈출 일은 아니지만요.

 

밥, 커피 빼고 순수하게 걸은 건 90분 정도. 영등포구를 작게 돌아봤네요.

추첨을 돌려보니, 다음 여행지는 고양시 일산동구가 나오던데 여기는 또 어떤 여행이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2024.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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