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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꾸민 길도 아니고, 겨우 나무나 한 줄로 길게 심어 놓은 길 입니다만.

그럼에도 이런 길이 있으면 따라 걷게 됩니다. 아무렴, 전신주를 따라 걷는 것보단 재밌으니까요.

 

심지어 차도를 만났을 때, 횡단보도를 찾아 굳이 멀리 돌아갈 필요도 없다면 더욱이 걷기 좋은 길입니다.

 

 

어디선가 고소하고 달큼한, 버터 냄새가 나길래 두리번거렸더니 스콘 가게가 있군요.

혹시 지금 가면 갓 구운 스콘을 하나 먹으며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앞을 기웃 거려 봤습니다.

 

아쉽게도 가게가 열려면 아직 20분은 남았군요.

 

 

정말 오랜만에 보는 모래 놀이터네요.

요즘은 위생이니 뭐니, 놀이터 바닥이 참으로 심심하기 그지없습니다.

 

뭐 부모 된 입장에서 이러한 우려가 아주 이해 안 가는 부분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사소한 것부터 아이와 같은 경험을 못 한다는 것도 썩 유쾌한 일은 아니긴 합니다.

 

육교를 건너고 나니, 이쪽으로는 상점가는 안 보이고 주택들만 있네요.

실제로 사람들이 사는 집을 찍는 취미는 없는지라, 조용히 지나가 봅니다. 참 살기 좋아 보이는 동네군요.

 

 

버스 정류장 이름에 초가집이 있어서 뭔가 했는데, 이곳 밤가시초가를 말하는 모양입니다.

일산에서 수학하며 꽤 오래 머물렀던 H에게 물어봐도, 자기도 한 번도 안 가봤다고 하니... 약간 인천의 원인재 느낌인 걸까요?

 

마땅히 갈 곳도 없고, 한 번 들러보죠. 발 닿는 대로 가는 게, 오전 나들이의 목표 아니겠습니까.

 

 

사진을 찍고 나니 갑자기 경비실에서 사람이 나와,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하시네요.

관련해서 안내문이 밑에 있는데 못 봤냐고 하시는데, 말 그대로 금시초문입니다. 석굴암 본존이라도 모셔둔 걸까요?

 

개인 취미의 촬영이라고 하니 이내 출입자 명부만 받아 가시던데, 내심 추정으로는 여기서 상업촬영이 몇 번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장 유력한 건 역시 전통혼례, 웨딩촬영 같은 거 아니었을까요?

 

뭐, 다 이유가 있겠죠. 어쨌건 개인 취미 정도는 막지 않는 모양입니다.

 

 

저야 이런 초가에서의 추억이 업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옛 집을 둘러보는 것은 꽤 재밌는 일입니다.

유난히 지대가 높은 곳에 있었는데, 옛날에는 오히려 이 정도 지대에 집이 있었다고 하네요.

 

잘 생각해 보면 고양, 특히 일산에서도 사람들이 살던 동네는 일산역 근처의 구일산 일대였습니다.

오히려 이 집 밑으로는 비 좀 많이 오면 넘치던, 그런 곳 아니었을까 싶네요.

 

어쨌건, 이 위에 있던 덕분에 지금까지도 집을 유지하고 있으니 높은 곳에 지은 보람은 있는 셈 아닐까 싶습니다.

 

 

밤가시초가를 서성이다 보니 갑자기 저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입니다.

오늘 일산에 머리를 자르러 왔다 했는데, 겸사겸사 H가 얼굴이나 보자며 들렀네요.

 

커피나 한 잔 하고, 밥이나 한 끼 해야죠.

근처에 에스프레소가 괜찮은 곳이 있다 해서 가봤는데, 아까 지나가며 조금 신경 쓰였던 가게로 들어가네요.

 

아까도, 아 스탠딩 바 하나 있었으면 한 잔 털고 갈 텐데라고 생각했는데 잘 됐습니다.

 

 

커피 한 잔 털고, 잡담이나 좀 나누다가 칼국수를 한 끼 먹으려 풍산으로 슬슬 걸어갔는데...

칼국수 줄이 어휴... 뭔 칼국수집이 드라이브쓰루까지 있네요.

 

제가 맛있는 음식에 수고를 안 아끼긴 합니다만, 칼국수 먹으려고 오래 기다리는 취미는 없습니다. 시간도 없고요.

바지락과 닭육수로 낸 시원함은 다음에 느끼기로 하고, 적당히 근처 상점가를 걷다가 미트파이라는 글자에 끌려 테라스에 앉았네요.

 

미트파이, 그리고 혹시 몰라 시킨 브륄레.

브륄레는 제 취향 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었습니다만, 미트파이... 특히 처음 먹어 본 촐룰라 핫소스는 너무 맛있었네요.

사실 아까 브런치가 조금 아쉬웠던지라, 이번 한 끼가 더욱 반갑습니다.

 

 

잘 놀고 다시 차가 있는 곡산으로 돌아가는 길.

지금 생각해 보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해선 역이 있는데, 그냥 지하철 타고 올라와도 괜찮을 뻔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오고 가는 길, 고속도로가 그리 막히진 않아 후회하진 않았네요.

 

 

이상하게 이번 주 나들이는 유독 짧았던 느낌입니다.

집에서 늦게 나온 게 원인이겠죠?

 

돌아와서 돌린 뺑뺑이에 찍힌 다음 목적지는 영통구.

이상하게 호수공원을 낀 곳이 계속 걸리는군요, 이러면 또 괜히 호숫가로는 가기 싫어지는데 말이죠.

 

다시 또 한 주 동안, 어떤 나들이를 할지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2024.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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