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반나절의 자유를 얻게 된 이후에 어떻게 하면 이 소중한 외출을 값지게 쓸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군요.
지금처럼 마냥 어딘가 가기엔, 생각보다 경험이란 게 한쪽으로 몰리기 마련이라 제비 뽑기 엑셀을 한 번 만들어 봤습니다.
나름 룰도 만들어보고, 돌려보니 바로 서울 관악구 당첨.
일부러 단위는 구나 시 정도로 잡았습니다, 그냥 일단 간 뒤에 생각해 보려고요.
너무 미리 계획하는 여행도, 이젠 좀 피곤합니다. 평일 중에 그럴 시간도 마땅치 않고요.
신한카드 무료 주차가 되는 영등포 타임스퀘어 옆 주차장에 차를 대고, 어디가 관악구일까 고민을 해봅니다.
대충 신림쯤이 관악구였던 것 같은데,
그럼 도림천 따라 걸어가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닿고, 이내 경인로를 따라 걸어 봅니다.
11월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따스한 날씨.
여러모로 환경이 걱정되는 요즘이긴 합니다만,
사실 이 날씨 우리가 9월에 못 받았던 것이라 생각하면 지금 온다 해서 마냥 슬플 일은 아니라 생각이 듭니다.
어쨌건, 가을 풍경은 어떻게든 누리는군요.
차라리 따릉이를 타고 움직이는 게 나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신림이 신도림에서 그리 멀지 않았던 것으로만 대충 기억을 해서, 그냥 걷기로 했지만요.
거리를 착각한 것도 있지만, 움직이는 게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놓치는 것도 많아지는 법입니다.
그리 긴 시간을 둘러볼 수 있는 게 아니니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가장 느린 이동수단을 고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죠.
방음벽 뒤로 멋들어지게 자란 나무들이 줄지어 있길래, 꽤나 오래된 회사라도 있나 보구나 싶었습니다만...
알고 보니 저 뒤는 영등포초등학교였네요.
학교의 연혁이 1905년부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웬만한 회사보다 역사가 몇 배는 더 긴 셈입니다.
연혁에 학교를 옮겼다는 얘기는 없던데, 그렇다면 저 나무들은 언제 심은 나무일까요?
무척이나 디저트가 끌리는 시간에 본 입간판.
하지만 아직 카페가 열기에도 이른 시간이네요.
아침에 걷는 건 이런 점에선 좀 괴롭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가게를 봐도 아무것도 못하고 지나가야 하니 말이죠.
서울은 분명 큰 도시이고, 그렇기에 곳곳의 모습이 다릅니다.
어쩌면 이 동네야말로 지금의 서울을 이룬 그 시발점일지도 모르죠.
일제시제부터 시작된 방직산업과, 해방 후 철강산업이 이 지역을 먹여 살렸고 지금도 그 흔적이 이렇게 남아 있습니다.
문래라는 이름도 모랫말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지만, 물레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을 정도죠.
그래서일까요, 이 동네는 유독 다른 서울보다 더 서울 같지 않습니다.
현대의 서울은 이런 낮고 작은 공장이 몰린 지역이 아닌, 높은 아파트와 상가가 몰린 도시라는 생각이 먼저 드니까요.
계속해서 걷다 보니 도림천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도림천을 따라 쭉 걸으면, 오늘의 목적지인 관악구에 도착할 수 있겠죠.
다리 위에 줄지어 서 있는 새마을 운동 깃발들.
그 뒤로는 신도림 근처의 높은 오피스 건물들이 보이는 게, 여러모로 이 동네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는 것 같아 재밌네요.
이제 도심 속 하천을 따라 걸어볼 시간입니다.
2024.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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