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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라와 대림역 앞에서 보인 모습은, 수기로 배차 및 공지가 전달되고 있는 마을버스의 모습입니다.

BIS가 시간뿐 아니라 잔여석까지 알려주는 시대이지만, 이런 자리도 아직 남아 있네요.

 

그래요, 꼭 반드시 새것으로 할 필요가 있나요.

하던 대로 해도 큰 문제없다면, 그리고 옳지 않은 일이 아니라면.

 

누군가 지켜줄 때, 이렇게 돌아볼 장소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어쩌면 요즘 우리가 헤매는 것도, 돌아볼 장소부터 없애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죠.

 

 

확실히 입구부터 외국어가 들리고, 간판이나 업종도 여느 동네와는 조금 다릅니다.

차이나타운이 잘 가공된 외국인 조계지의 느낌이라면, 여긴 정말 섞여 사는 마을과 같은 느낌이네요.

 

제가 대학생 때 인천에서 살던 동네가 약간 이런 느낌이긴 했죠.

거긴 또 러시아 분들이 많아서 동네에 키릴 문자가 현수막으로 걸려있었던 기억입니다.

 

 

어디서 밥을 먹을까... 의외로 아침에 연 가게는 많습니다.

중화권만 해도 외식문화가 워낙 발달해서 아침 식사부터 파는 가게가 많아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익숙한 국밥집은 좀 아쉽고, 마라탕은 굳이 여기까지 와서 점심 전에 먹고 싶은 부류는 아닙니다.

뭐 없나... 하며 두리번거리며 앞으로 계속 나아갑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우육면. 근데 왜 상호가 캘리포니아...?

심지어 중국어로도 캘리포니아라고 적혀있네요.

 

알고 보니 저 간판의 이선생 얼굴이 붙은 캘리포니아우육면은 꽤 유명한 프랜차이즈라고 합니다.

흠잡을 곳 없는 우육면, 그리고 궁금해서 시켜본 캘리포니아 닭고기의 라유와 파기름 조합은 정말 좋았습니다.

 

뭣보다 기억에 남는 건, 대림동도 못 피해 가는 식후 맥심의 법칙이네요.

그런데 이 믹스커피, 라유 잔뜩 들어간 음식 뒤에 먹으니 왜 이리 맛있죠?

 

 

워낙 외국 분위기가 강해서인지, 즉석김밥 집에는 태극기를 다 달아놨네요.

 

 

식사를 마치고 대림동과 도림동을 가로질러 북으로, 동으로 가봅니다.

어릴 적 살던 동네에서나 보이던 가게들이 여럿 보이네요.

 

낡은 치킨집, 보습학원, 기원, 이발소, 구멍가게.

벽돌로 쌓아 올린 3층 정도 되는 빌라, 상가들.

 

다 너무도 흔했던 풍경인데, 하나씩 사라지더니 이제는 근처에서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여기는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빨리 바꾸고 싶은 풍경이기에, 동네 한편에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지만요.

 

조금 더 좋았던 것은 저런 옛날 풍경이 죽어가는 것이 아닌, 지금도 생기를 갖고 움직인다는 것.

그게 제가 대림동에서 느꼈던 좋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계속해서 걷다 보니 어느덧 멀리서 열차가 지나는 소리도 들리고, 크게 한 바퀴 돌아 영등포역에 가까워진 모양입니다.

 


 

2024.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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