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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여행에 한 달이 짧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항상 여행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행선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어차피 살면서 모든 곳을 갈 수는 없고, 남이 좋다는 곳을 갔을 때 나에겐 의외로 별로인 경우도 흔하니까요.

 

그러다가 재작년에 문득 시작한 여행 컨셉이 하나 있습니다.

전국 지방도 번호를 싹 넣어두고, 제비뽑기로 하나를 골라 그 길을 따라 여행을 하는 거죠.

 

지난번에 경북에 다녀오고, 이제 슬슬 다시 시동을 걸어도 되겠다 싶어 냉큼 뽑기를 돌려 봤습니다.

 

결과는, 345번.

네, 그래서 345번 지방도에 다녀왔습니다.

 

 

345번 지방도는 경기도 여주에서 출발해 강원도 홍천까지 이어지는 지방도입니다.

저는 인천에서 출발했으니, 여주로 행선지를 찍고 달려왔네요.

 

원래는 조금 더 일찍 도착하려고 했는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그만…

 

초입은 여느 지방도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경기도라고 다를 건 없네요.

 

 

처음엔 좁다란 차선도 없는 길이었는데, 조금 지나고 나니 국도스러운 길로 바뀌었습니다.

역시… 경기도인가… 지방도도 느낌이 다르네요.

 

지방도를 따라가는, 오늘 같은 여행에 행선지는 없습니다.

 

그냥 차를 타고 달리다가, 눈앞으로, 백미러로, 사이드미러로 뭔가 재밌어 보이면 멈출 곳을 찾고.

멈출 곳이 있으면 멈추고, 없으면 ‘쓰읍…’ 하고 그냥 달리는 겁니다.

 

그래도 출발하기 전에 지도 앱 하나 켜놓고 졸졸 따라가면서 근처에 뭐가 있나 보긴 하지만요.

여기는 지도로 찾아본 곳이네요, 선사유적지가 있다고 해서 흔암리로 쏙 들어가 봅니다.

 

뭔가, 전력으로 입장을 막는 듯한 느낌이 드는 나무네요.

출입 금지라는 팻말은 없었으니 일단 들어가 봅니다.

 

 

선사유적지라고 화장실도 움집처럼 해놓은 게 재밌네요.

다만, 어지간히 사람들이 안 찾아오는지 관광지로서 별다른 시설이나 안내는 없습니다. 화장실도 쓸 수 없는 상황이고요.

 

그래도 왔으니, 움집 안이라도 한 번 기웃거려 봐야겠습니다.

 

 

안에는 화덕자리를 비롯해 청동기 시절의 모습을 재현한 느낌입니다.

솔직히, 재미는 없네요.

 

큰 걸 기대한 건 아니니, 준비운동했다 치고 슬슬 차로 돌아가 봅니다.

 

 

차 밑 그늘에서 쉬던 녀석이 귀여워서 찍어 보려고 했더니 냅다 도망갑니다.

그래도 찍어야지. 개는 역시 시골개…

 

 

선사유적지 핑계 삼아 들러 본 흔암리, 아쉽게도 유적지 자체는 별로 재미가 없었네요.

뭐 어떻습니까, 이런 핑계 덕분에 살면서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거죠.

 

다시 나가는 길, 농번기가 다가오나 봅니다. 길에 트랙터 자국 따라 흙덩이가 잔뜩이군요.

요리조리 피하며 가다가, 이게 뭔 짓인가 싶어서 그냥 꾹꾹 밟고 지나가 버립니다.

 

돌아가서 세차하죠 뭐, 밤에 비도 온다는데.

 

 

 

다시 지방도를 타고 달리는데 저 멀리 강천보가 보입니다.

한 번 들러 봐야죠?

 

이래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업의 결과물이지만, 어찌 됐던 지금은 지역분들이 즐겁게 이용하는 공원이 됐네요.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참 듣기 좋습니다.

자전거들도 줄지어 지나가고요~.

 

 

갈수기인데도 한강은 넓기만 하네요.

예전에 자전거 스탬프를 모으러 다닐 때, 충주댐에서 아라뱃길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 본 적이 있는데 그때 강천보를 처음으로 지났습니다.

 

그때도 보를 넘으면서 와, 길다 생각했는데 지금 봐도 어마어마하네요.

 

 

크레인은 안 쓴 지 꽤 됐는지, 참새들 놀이터가 됐네요.

 

 

보가 지어진 뒤로 물이 느려져서 그런가, 강 표면이 꼭 거울 같습니다.

유화 같은 느낌이 좋아서 한 장 담아봤네요.

 

 

 

이번엔 보 중앙까지 가서 셔터를 당겨봤습니다.

하류 방향도 한 번, 상류 방향도 한 번.

 

확실히 흐르는 물과, 고인 물의 느낌은 같은 강인데도 이렇게 다르구나 싶습니다.

 

물은 다르지만, 그래도 바람은 똑같이 사방에서 시원하게 불어옵니다.

시원하게 바람이 불어 주니 여기까지 오면서 쌓인 여독이 싹 가시는 느낌이네요.

 

오전에는 잔뜩 흐렸던 하늘도 낮이 다가오니까 점점 푸르게 변하기 시작하고, 느낌이 좋습니다.

 

2022.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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