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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내려갈 방향을 보는데...

저 난간이 이어진 돌 위가 설마 길인가 싶네요?

 

 

무난하게 중수비까지 도착했습니다.

올라온 길과는 달리 말 그대로 산길이네요, 그런데 어째 길이 점점 이상해지더니...

 

 

갑자기 능선 따라 돌을 뛰어넘어 다니기 시작합니다.

약간 고소 공포증이 있는 저에게 능선은 너무 힘든 길이네요...

 

아까 단군길 보고 바다 볼 수 있어서 좋겠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취소해야 될 것 같습니다.

바람이 너무 불어서 몸을 잔뜩 낮추고 바위 사이로 넘어가며 천천히 내려갑니다.

 

 

길이 어딨지? 할 때쯤 도움을 주던 이 하얀 화살표.

근데 막상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을 보면, '여기로 가라고?'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바다에서 불어와 능선을 때리는 바람이 참 맵습니다.

긴장하고 넘어 다닐 때는 몰랐는데, 바람을 막아주는 사면 뒤에서 물을 마시려고 잠깐 쉬니 기운이 쭉 빠지네요.

 

풍경은 참 좋다만, 문제는 이걸 30분 넘게 보다 보니 조금씩 물립니다.

 

춥고, 배고프고, 심심하네요...

 

 

드디어 보이는 정수사 안내판!

700m만 가면 된다! 다시 힘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또 속았습니다. 산에서 100m는 평지의 100m와 너무도 다르네요.

 

정수사로 가는 길은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길이 잘 티가 안 납니다,

덕분에 걷다가 나도 모르게 마른 계곡 따라서 쭉 내려가 길을 헤매기도 했네요. 그 와중에 다음지도로 길 찾기가 되는 게 참...

 

경사도 꽤나 급하고, 간간히 로프가 묶여있는 길도 있고.

여러모로 사진을 찍긴 힘든 하산길입니다.

 

 

뭔가 멀쩡한 길 내버려 두고 산짐승처럼 쏟아져 내려와 등산로에 합류한 기분이지만...

무사히 하산은 했습니다. 쉬는 시간 합쳐서 한 3시간 조금 안 되게 걸렸네요.

 

저 아래에 정수사가 있다는데, 잠깐 들렀다 가볼까 합니다.

 

 

 

 

보물로 지정된 정수사의 대웅보전.

 

크게 이름이 난 절은 아니지만, 이래 봬도 역사가 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찰입니다.

15세기에 중창한 뒤, 중수 기록만 있는 것으로 보아 건물 자체도 역사가 깊네요.

 

마침 볕이 참 예쁘게 드는 시간에 절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절 뒤편에 있는 함허대사의 부도탑.

조선조 초기에 간간히 이름이 나오는 무학대사의 제자로, 이곳에서 입적을 하셨다 합니다.

 

부도탑 자체도 공들여 만든 티가 나지만, 무엇보다 터가 참 좋네요.

큰 소나무 밑에, 겨울에 산 밑인데도 이 시간까지 볕이 따스하게 드는 곳입니다.

 

 

적당히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능선에 해가 걸리기 시작합니다.

산은 해가 빨리 지니, 어서 내려가야겠네요.

 

버스가 다니는 길까지 15분 정도는 걸어야 하니...

 

 

내려가는 길에 있던 MIU 보국비.

부도탑과는 달리 어둑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찾기도 힘든 외딴곳에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저도 여기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가다 만난 셈이니까요.

 

 

차는 화도면 쪽에 있는데, 내려오는 길을 바꿔서 반대편으로 왔습니다.

차를 가지러 산을 다시 탈 용기는 없으니, 버스를 기다려봅니다.

 

70분 배차인 군내버스가 5분 뒤에 온다고 하니... 이건 타야겠네요.

 

 

버스를 타고 핸드폰으로 밥 먹을만한 곳을 뒤적이는데 영 여의치가 않네요.

 

 

밥은 포기하고 카페를 찾던 중 눈에 띈 찻집, 다시올.

 

 

사쿠란보에 스콘 하나를 주문했습니다.

 

쉽비스킷 마냥 퍽퍽하고 단단한 스콘이 아닌, 진짜 스콘이네요.

고소하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무엇보다 짭짤! 산행 뒤라 이 짭짤함이 참 반가워요.

 

차는 뭔가, 과일향이 무척이나 세게 다가오네요.

포도를 코 앞에 갔다 놓은 느낌입니다.

 

좋네요, 몸이 지쳤을 때 따스한 차와 간단한 요깃거리가 들어가니 긴장이 싹 풀립니다.

키보드를 꺼내 사진을 보며 간단히 글이나 쓰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가져간 키보드가 방전돼서 그냥 쉬기만 하는 걸로...

 

 

나중에 소중한 사람과 함께 다시 오고 싶은 곳입니다.

조용히, 반나절 정도 쉬다 가고 싶은 곳이 생겨서 기분 좋네요.

 

몸은 고되지만, 소박한 도전도 성공했고 괜찮은 찻집도 알아왔으니 제법 훌륭한 주말을 가진 셈입니다.

이제 또 보람찬 평일을 가지러 돌아갑시다., 다시 한 주를 시작해야죠.

 

2022. 0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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