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eongbuk - #3. 대구, 용계정

 

산은 해가 빨리 진다더니, 부석사를 떠나 고속도로에 올라탈 즘에 어둑어둑해지더니 대구에 오니 이미 밤이다.

생각해보니 21시 영업 제한이 있는지라, 체크인을 뒤로 미루고 어서 끼니부터 해결하기로 한다.

 

지난 대구여행 때 야끼우동을 먹어보지 못했기에, 가게는 중화반점으로 낙찰!

 

 

대구에서 만두는 슬펐던 기억이 없기에, 그래도 군만두 하나 주문하고.

 

 

그냥 야끼우동은 좀 아쉬워서 삼선야끼우동으로 주문.

생선살에, 삼선에... 해물이 아주 넉넉하다. 이번 여행, 점심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해산물 함량이 높아지고 있다.

 

맛은 뭐, 시장이 반찬인 것도 있지만 일단 재료 듬뿍 넣고 잘 볶은 우동이 맛이 없을 리가 있나.

깔끔하게 훝어먹고 나오니 달달한 음식이 끌린다.

 

 

올 때에는 영업시간 안에 들어가려고 급하게 주차했는데, 밥 먹고 정신 차리고 보니 바로 옆이 숙소다.

숙소에서 달달한 슈나 먹기로 하고 몇 개 포장해서 들어가 본다.

 

 

바닐라는 대성공, 녹차는 너무 힘을 주셨다... 녹차향이 너무 쎄서 디저트 같지가 않다.

뭐 우유랑 먹으면 상관 없지만.

 

오늘 하루만 500km는 운전을 해서 그런가, 불 끄고 베개에 머리 붙이는 순간 잠들었다.

 

 

원래 조식은 잘 안 먹지만, 요즘 생활습관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빵 한 조각 먹는지라... 8시쯤 되니 허기가 몹시 진다.

엘리베이터에서 카레 냄새가 나서 괜찮겠네 했는데, 반겨준 건 미트볼... 역시 토요코인이다.

 

생각해보니 숙소 내장도 그렇고, 일본에 있는 토요코인을 거의 빼다 박아놓은 느낌.

설마 조식 구성까지 비슷할 줄이야...

 

 

여행을 다니던 중인 18일~19일. 이 중 18일은 대구지하철 참사 19주기이다.

예전에 추모공간이 있던 기억이 나 한 번 중앙로역에 들렀는데, 찾질 못했다.

 

추모하는 마음만 두고, 오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커피 한 잔 할 겸, 동네를 걸어본다.

 

 

지난 대구 여행 때, 잠깐 들러서 콘파냐 한 잔 했던 곳.

전체적으로 빈 상가도 많고... 짧은 시간에 일상이 참 많이도 바뀌긴 했구나 싶다.

 

 

반월당역 지하상가라는 글만 보고 가야지~ 했던 곳... 지하상가가 참 길고 길다. 거의 경대병원 근처...

 

뭔가 간판을 포함한 가게의 외관이... 고수의 향이 나는 곳이다.

 

 

스탠딩 에스프레소 한 잔, 2000원에 이 퀄리티.

이런 가게... 우리 회사 근처에만 없어...

 

 

경북 지역으로 1박 하게 되면 대구를 선택할 때가 잦을 것 같은데...

아침마다 신세를 지게 될 것 같다.

 

사장님이 커피에 일가견이 있으신지, 에스프레소 뽑으시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친구 녀석은 어지간히 맘에 들었는지 한 잔 더 뽑는데, 자잘하게 커스터마이징까지 해주시는 곳.

 

잠도 확 깼고, 체크아웃하고 포항으로 가보자.

 

 

어제 '명승'에 대한 신뢰가 생겨서, 가는 길에 하나 더 보고 가자 해서 들른 '용계정'.

원래는 근처 서원과 함께 있던 건물인데, 서원철폐 때 부랴부랴 담을 쌓고 서원과 나눠 이 용계정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아쉽게도 계절이 순이 아닌 모양이다.

좀 더 녹음이 우거질 때, 물이 졸졸 흐를 때 여길 한 번 더 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물이 이렇게 말랐을 때에도 이 정도로 맑은 물이 흐르니, 분명 멋진 풍경일 것 같다.

 

오늘도 여김 없이 동선 따윈 무시하고, 북구니까 포항이겠지~ 하며 들른 용계정.

죽도시장으로 가서 끼니를 때우려고 했는데 갈 길이 구만리다...

 

어쨌든, 가보자...

 

2022. 0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