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이번주 외출은 수원 영통구였습니다만, 마침 수원에 사는 친구와 다음 주에 만나기로 해서 영통은 다음 주에 가기로 했습니다.
부랴부랴 다시 돌려본 여행지 룰렛, 제물포구가 나왔네요.
아직 제물포구는 없긴 합니다만, 제 룰렛은 26년에 바뀔 행정구역 기준으로 설정을 해서 나온 모양입니다.
걸으며 둘러보기에는 인천에서 제일 좋은 곳일지도 모르겠네요.
공단도 없고, 구도심 특유의 좁은 골목과 많은 갈래길.
차로 다니긴 힘들지만 걷기에는 별생각 없이 다니기만 해도 여행이 되는 곳입니다.
반대로 차 끌고 가고 싶은 동네는 아니기에 오늘은 대중교통으로 이동을 할 생각입니다.
본래 도원 야구장이 있던 자리를 헐어 만든 새 축구장이 근처에 있긴 합니다만,
그 동네는 순댓국 먹으러 그래도 몇 번은 다녔어서, 이번에는 반대편인 3번 출구 쪽으로 갈 생각입니다.
그러고 보니, 축구를 챙겨 보진 않지만 적어도 올해 인천 유나이티드가 1부에서 강등당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팬이나 선수나... 여러모로 힘든 한 해였을 것 같네요.
경인선은 참 오래된 철도입니다.
요즘 같으면 꿈도 못 꿀, 도시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는 지상철이기도 하죠.
이 경인선 덕에 지금의 인천이 있었고, 많은 발전이 이 경인선과 함께 했었습니다.
오죽하면 기초지자체인 중구와 동구의 경계가, 다른 자연경계도 아닌 이 경인선을 경계로 할 정도니까요.
최근 들어와서는 도시단절, 소음 등의 이유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대의 발전을 이 선로 없이 얘기하기는 힘들 겁니다.
지갑을 살펴보니, 오는 길에 은행에 들러 입금한다고 했던 20만 원이 그대로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 돈 10만 원이 우습다지만, 그래도 은행에 넣고 움직이는 게 낫겠다 싶어 근처의 은행을 찾아보니 동구청에 하나 있네요.
목적지 없이 걸으려 왔지만, 막상 그냥 걸으려니 막막했는데 잘 됐습니다.
동구청 방향으로 한 번 걸어봐야겠네요.
이런 나무는 어떻게 저 좁은 옹벽 위에서 저렇게 크게 자랐는지...
저 옹벽은 지적도가 어떻게 쪼개져 있길래, 나무가 저렇게 되도록 아무도 손을 안 댔는지...
큰 구획으로 여기저기 네모 반듯하게 잘려있는 요즘 신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기도 합니다.
저 뒤로 재건축된 아파트가 보이네요. 언젠가 이 동네도 저런 아파트로 가득해지려나요.
아니면 이 모습 그대로 낡고, 점점 버려지게 될까요.
사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도시라는 것이 죽고,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제대로 겪은 지역이 몇 없긴 합니다.
너무 당연하게 재건축을 기대하고, 그것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만 점점 힘들어지는 게 보이는 요즘이네요.
본래 도시도 사람과 같아서, 당연히 낡고, 사람들이 피하고, 가치가 하락하고.
그 하락한 가치에 다시 사람들이 모이고, 개발이 되고, 다시 생명을 얻게 되는 법이니까요.
어르신들이 쌀 상회 앞에 모여있는 모습도 오랜만에 보는데,
연탄난로는 저 어릴 때에도 많이 안 쓰던 물건인지라 신기합니다.
근처로는 수소버스, 전기버스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데, 한 편에서는 난방용으로 연탄이 쓰이다니...
확실히 옛 도심은 그냥 걷기만 해도 뭔가 재밌는 것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네요.
사는 인구만 따지면 아이보단 노인분들이 많은,
조금은 쓸쓸할 법도 한 동네입니다만 어째 사람 사는 냄새는 여느 동네보다 더 짙게 나는 것 같습니다.
2024.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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