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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사를 나와 중정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보피랴오 거리가 있어서 들러봤습니다.

약간 인천의 개항장 거리를 보는 느낌이네요?

 

 

인근의 초등학교 설립지로 지정되어 개발이 묶인 덕에 청나라 말기부터 일제시기까지의 거리 모습이 잘 남아있다고 합니다.

비슷한 시기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니, 인천의 개항장 거리가 떠오른 것이 착각은 아니었네요.

 

다만 아쉽게도 거리를 두고 상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거리를 따라 걸을 뿐인지라 마땅히 할 건 없었습니다.

건물 안에 윤전기와 같은 옛 물건이나 본래 건물의 용도 정도를 설명하는 코너가 있긴 했지만요.

 

 

말 그대로 거리처럼 쓱 걸어 나오니 보피랴오 거리가 생기게 된 이유인 라오송 국민학교가 보입니다.

 

오히려 저는 이 학교의 건물에 더 눈이 가네요.

저렇게 생긴 초등학교는 어디서든 본 적이 없어서 말이죠.

 

아쉽게도 지금도 학교로 기능을 하는 것 같아서 멀찍이 사진만 한 장 담아봅니다.

 

 

시원한 커피 한 잔 하고 싶어서 카페를 목적지로 찍어 가며 걷는데, 가는 곳마다 아직 문을 열 질 않았네요.

투덜거리며 걷는 사이 어느새 저 멀리 총통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최고법원을 지날 즘, 담 너머로 멋진 저택이 한 채 보입니다.

위치가 위치인지라 대법원장 공관 같은 건가 싶었는데, 의외로 대만전력회사 사장 관저였다네요.

 

뭔가 들어가려면 사전 예약도 하는 것 같고, 그렇게까지 가고 싶진 않아서 멀리 담너머에서 한 장 남겨 봅니다.

원래 이런 저택은 그냥 멀리서 볼 때 제일 멋있어요. 저 포도는 분명 실 거야...

 

 

카이다거란 길을 따라 저 멀리 타이베이 101이 보입니다.

이 커다란 대로의 끝에, 탁 트인 평지에 중화민국 총통부가 위치해 있습니다.

 

뭔가, 저 붉은 벽과 흰색의 조합이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듭니다.

왠지 이 동네에서 저 양식으로 짓는 나라 하면 일본 제국만 떠오르는데, 아니나 다를까 대만총독부 건물이었네요.

 

구 한국은행 건물로 유명한 다쓰노 긴고의 제자인 나가노 우헤이지의 설계라는데,

한국에 남은 많은 근현대 건물과는 사촌뻘 되는 건물이 되겠네요.

 

건물 자체의 양식도 눈에 띄지만 이런 탁 트인 곳에 한 국가의 수장이 있다는 점이 조금 신기하게 느껴지긴 하네요.

 

 

한 국가의 수장이 한 때 자신을 지배했던 외세의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저로서는 참 익숙지 않은 풍경입니다.

물론 한국도 조선총독부를 청산한 게 그리 오랜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실제로 타이완의 일본에 대한 감정은 한국에 비해 꽤나 친밀해 보입니다.

같은 식민 지배 시기임에도, 그 전후의 역사에 따라 이렇게도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네요.

 

뭐, 단순히 식민지라는 분류로 모든 걸 동일 선상에서 보기엔 두 나라가 가진 배경과 과정이 너무도 달랐으니까요.

 

2023. 1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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