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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야시장으로 가기엔 배도 부르고, 시간도 조금 애매하네요.

이럴 땐 잠깐 숙소에서 커피도 한 잔 하고, 여행 중 있었던 일도 살짝 정리하면 좋습니다.

 

여행기 초안도 쓰고, 사진도 미리 좀 뽑아두고 하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네요.

 

 

싼허 야시장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잠시 거리를 걸어 보는데, 어째 기대한 그 분위기가 아닙니다.

이건 그냥,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번화가의 느낌?

 

먹거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분위기는 아닐 것 같은데 말이죠.

 

 

아무래도 여기가 아닌 것 같아 근처를 돌아보기 시작합니다.

뭔가, 묘하게 사람들이 흘러가는 방향이 있어서 졸졸 따라가다 보니 조금 더 시장 같은 느낌의 거리가 나오네요.

 

굉장히 익숙한 네네치킨도 보이고요. 조금만 더 안쪽으로 가봅시다.

 

 

그렇죠. 이 느낌이죠.

입구부터 대놓고 싼허 관광 야시장이라고 써져 있습니다.

 

야시장이라고 하길래 일대의 모든 구역이 야시장일 줄 알았는데, 이 길을 따라 횡축으로 길게 형성된 모양입니다.

물론 계속해서 커지다 보니 갈림길마다 조금씩 번져나가는 느낌은 있지만, 이 골목과 다른 골목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네요.

 

 

야시장에 온 목적은 단 하나. 취두부입니다.

사실 꼭 야시장이 아니어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왠지 모르게 이런 건 시장에서 먹어줘야 할 것 같아서 말이죠.

 

한 열 걸음 걸으면 어디선가 진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아마도 이 냄새가 취두부 냄새겠죠.

 

 

뭔가 사람들이 여럿 앉아있던 가게, 앞에는 취두부로 보이는 단지가 펄펄 끓고 있습니다.

관광객은 별로 없어 보이고 다 현지인 같아서 냉큼 들어갔는데, 여기는 전골처럼 취두부를 내어주네요.

 

맛은, 말 그대로 낯선 맛입니다.

 

사실 이 정도의 향이야 진하게 끓인 청국장 정도에서도 흔히 나는 수준인데,

뭔가 청국장 하고는 결이 다른 시그름하게 찌르는 느낌이 나네요.

 

흔히 화장실 냄새라던데, 확실히 오래된 휴게소의 화장실이 떠오르긴 합니다.

다만 그 향이, 뭔가 묘하게... 계속 생각나고 혀 뒤쪽에서 자꾸 당기는, 아무튼 묘한 무언가의 맛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묘한 끌림과 그리움이 먹고 한 사흘 뒤에 느껴졌다는 것이죠.

당장 먹은 날은 목구멍에서 자꾸 올라오는 취두부 향이 썩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역시 향이 강한 요리답게 초심자는 튀김으로 보통 시작한다는데 냅다 강한 녀석으로 시작한 모양입니다.

 

 

속에서 근근이 올라오는 취두부 향을 꺼리며 걷다 도착한 단수이 강가.

타이베이의 강변 야경을 보고 싶은 마음에 냅다 걷긴 했습니다만, 내심 걷기에 조금 무서운 밤거리이긴 했습니다.

 

그래도 강변까지 오고 나니 사람들이 농구도 하고 산책도 하고, 여기도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란 느낌이 들어 안심이 되네요.

 

 

먹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다 즐겼으니 이제 오늘 하루를 마감할 시간입니다.

참 많이도 걷고, 많이도 먹은, 훌륭한 하루였습니다.

 

야시장의 여러 가지 음식들을 다 맛보지 못한 건 조금 아쉽지만, 먹거리로 아쉽다고 하기엔 너무 잘 먹은 하루였네요.

 

2023. 1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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