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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너 절 근처에 다다르니 장승이 반겨준다.

 

 

 

 

여느 절이든 천왕문과 탑을 보면 흔히 말하는 절의 격이라는게 느껴진다.

실상사를 처음 만나고 느낀 점은, 탑과 전각의 격이 영 맞지 않는다는 것.

 

여느 고찰 부럽지 않은 멋진 탑과 석등을 가진 절이다만, 어째 전각이 초라하다.

절 한켠의 설명을 보니 왜란, 억불로 인해서 꽤나 수모를 당한 모양이다.

 

최근 근처에서는 거대한 목탑의 기단과 정원의 흔적이 발견됐다는데,

언젠가는 과거의 영화를 되찾은 실상사를 한 번 보고 싶어진다.

 

 

주지스님이 개방적이신 건지, 예술에 관심이 많으신 건지,

절 곳곳을 예술가들의 흔적으로 채워 놓으셨는데 그 중에서도 이곳은 한 일본인 화가의 작품이 잔뜩 걸려 있었다.

 

아름다운 달밤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들.

몽환적이면서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멋진 전시전이다.

 

이렇듯 기대치 않은 곳에서 만나는 의외의 만남은 항상 즐겁다.

 

 

 

실상사의 암자라 해서 근처인 줄 알고 들른 백장암.

이렇게 먼 곳에 암자가 있다니, 도대체 얼만큼 큰 절이었던걸까

 

평범한 준중형차인 내 차는 계속 힘들다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난 삼층석탑을 봐야겠다는 일념으로 쭉쭉 밟고 올라왔다.

 

암자에서 반대방향으로 탁 트인 풍경이 있었다면 정말 기억에 남을 만한 풍경을 봤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그 정도의 행운은 허락해주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고즈넉한 해질녘, 암자에서 가진 잠깐의 시간은 여러모로 고단했던 일상에 큰 위안이 됐다.

 

 

 

 

 

다시 속세.

이상하게 절을 다녀오면 단백질을 더 찾는 것 같다.

이제 인천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기에, 남원에 들러 추어탕과 추어튀김을 챙겨본다.

 

전주부터 주말도 없이 특근에 야근을 반복한지라 사실 제대로 준비도 못하고 떠났던 이번 여행.

돌아와서 글을 쓰는 지금도 못 챙긴 풍경, 이야깃거리들에 아쉬움이 남는게 사실이다.

 

그래도, 복잡했던 머릿속이 한 결 정리되고.

북적거리던 도시를 떠나 만난 한적한 절, 마을의 모습은 다시 약간의 여유를 가져다 준다.

 

잘 비웠으니, 다시 채우러 돌아가자.

 

2020. 0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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