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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essay/2020

314번 지방도

바다지기 2020. 10. 4. 22:35 댓글확인

 

전날 친구들과 먹었던 술이 덜 깬 것 같다.

 

용과 만나기로 했던 어천역 근처에 뭐라도 있겠거니 하고 무작정 출발했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만나고 차를 몰다가 만난 편의점에서 그냥저냥 국물을 찾아본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314번 지방도다.

화성에서 용인을 잇는 짧은 구간, 부담 없이 한나절 정도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310번 지방도를 따라 가다가, 이 곳 정남119안전센터 앞에서 분기된다.

 

 

추석 때 나왔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지만, 추수할 때가 되어 황금빛으로 물든 논들이 참 예쁘다.

 

오늘 이런 풍경을 좀 많이 보고 싶은데, 햇살도 조금씩 따가워지는 게 날씨도 점점 좋아질 것 같아 느낌이 좋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산에 도착할 때 까진 그냥저냥 굽이진 길을 따라 가기만 한다.

좌우도 답답하고, 운전하다가 보인 지방도 표지에 잠시 차를 세워서 담아보고자 한다.

 

 

차도에서는 큰 송전탑만 보여 잘 안 보였었는데, 바로 그 뒤로 너른 논이 펼쳐져 있다.

송전탑하고 조화도 좋고, 잠시 내려서 상쾌한 바람을 쐬며 몇 장 찍으니 기분도 좋아진다.

 

 

오산 시내에서 1번 국도와 만나 진위역까지 내려온 뒤, 다시 나뉜다.

좌회전을 하고 조금 움직이자마자 차 왼쪽으로 높다란 숲이 보여서 뭔가 하고 차를 잠시 멈춰본다.

 

어떻게 이렇게 높고, 깔끔하게 나무를 심어놨는지 신기하다. 너무 높아서 화각에 다 안 담길 정도니...

 

나중에 와서 지도를 보니 제지공장의 벽을 따라 쭉 심어놓은 나무였다.

어떻게 보면 나무랑 관련있는 일을 하시는 곳이니 나무를 잘 다루 실지도 모르겠다...?

 

 

공장보단 조금 낮지만, 바로 옆의 고등학교 입구에도 조경이 쭉 이어져 보기 좋다.

사진보다 눈이 더 호강한 것 같아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이런 일이야 사진 찍으며 비일비재 하니 크게 개의치 않으련다.

 

 

벼들이 다 누워있는데 어째 새워놓지는 않아도 되는지, 그냥 그대로 자빠져있다.

어차피 수확을 해야되서 그런 건가?

 

 

오산에서 용인으로 넘어가는 길에 다다르니 본격적으로 너른 들판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지평선이 보일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나 탁 트인 풍경에 쭉 뻗은 길.

이 시국에 못 떠난 여행이라는 점에서 과장 조금 보태 약간 홋카이도 같은 느낌이 든다.

 

아 물론 비닐하우스 사이로 봐야 탁 트여있다는, 더할 나위 없이 한국적인 요소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달리기만 해도 기분 좋은 길을 쭉 달리던 중, 전궁리 즈음에서 옆으로 보이는 풍경이 좋아 잠시 멈춘다.

 

층층이 나뉜 색감이 마음에 든다.

산, 마을, 평지, 그리고 초록, 파랑, 노랑, 초록.

 

 

 

버스는 아니지만, 잠깐 버스정류장에 멈춰서 근처도 둘러보고 쉬던 중.

 

늦은 아침 덕에 배가 고프진 않지만, 귀신같이 졸려오기 시작해서 점심 커피를 찾아보기로 한다.

 

 

 

1층부터 풍기는 빵 냄새가 사람 힘들게 하던 '리엔호이스커피'.

점심 식후였으면 디저트라도 좀 사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테라스에서는 저수지를 바라볼 수 있게 자리가 잘 마련돼있던데, 은근히 더운 날씨에 난 냉방을 선택하고자 한다.

 

굳이 억지로 챙겨볼 것 같지는 않다만, 그래도 용인 8경이라고 한다.

확실히 물안개가 생기면 제법 풍경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수지를 따라 지방도의 마지막 지점인 장서교차로에 도착한다.

 

이제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면서 다른 방향에서 풍경을 봐야겠다.

멈추는 것도 좀 줄이고, 온전히 드라이브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이동저수지가 생기며 수몰된 마을의 망향비 옆에서, 저수지를 담아본다.

 

아까는 옆의 큰길로 지나가서 이쪽으로 안 왔었는데, 왠지 여기가 옛 지방도스러워서 들어와 봤다.

 

느낌 좋고~ 왠지 이 길이 정답이었지 싶다.

 

물결 하나 없는 진위천.

아마 물을 막아놔서 그렇겠지 싶다. 어쨌든 나한텐 거울 하나 생겼으니 감사!

 

 

아쉽게도 코로나 때문에 향교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병자호란 때 불탄 뒤에 새로이 지었다고 하니, 그래도 그 역사가 제법 깊은 향교다.

흐드러지게 자란 나무들과 어울리는 향교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탠데, 내심 아쉽다.

 

 

 

진위역 앞에서 적당히 끼니를 때우고 짧은 여행을 마친다.

오랜만의 사진이라 그런지 색감도, 노출도 제멋대로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시 천천히 감을 살려야지...

 

다음 목적지는 1036번 지방도. 오래간만에 꽤 먼 길이 될 것 같다.

 

2020. 10.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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