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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고, 사실 어디를 가던 즐길 자신이 있지만

그럼에도 갈 곳을 고르는 일은 여행의 모든 과정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따라서, 제철 풍경을 따라서, 그것도 아니면 갑자기 일출이 보고싶어서…

온갖 이유를 들어 곳곳을 돌아다녀봤는데, 이번엔 순전히 운에 맡겨보고자 한다.

 

핸드폰에 적당한 룰렛 앱을 깐 다음, 백의 자리, 십의 자리, 일의 자리로 각각 룰렛을 만들어 돌려본다.

나온 숫자는 749. 그럼 이제 지도책에서 749번 지방도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자.

 

그렇게 이번 여행의 행선지가 정해졌다.

 

 

749번 지방도는 대전에서 임실을 지나 김제로 향하는 지방도이다.

 

퇴근하고 인천에서 출발하는 나로서는 전주까지의 길이 너무 멀기에 지방으로 여행을 갈 적엔 대전을 자주 경유한다.

그러다보니 대전의 맛집들을 찾아가게 되는데, 이번에는 ‘설천순대국밥‘에 들렀다.

 

 

 

 

양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게 부속고기가 들어갔는데, 게다가 맑은 국인데 우거지국을 먹는 것 마냥 깔끔하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건 배부를 때 먹어도 맛있을 법 하다.

 

미니 족발은 너무 술안주 느낌이라 조금 아깝다.

술 한 잔 걸쳤으면 몹시 행복했겠지만, 다시 전주까지 차를 몰고 가야하니 입맛만 다신다.

 

다음에는 국밥에서 순대를 빼고 순대만 한 접시 시켜봐야겠다. 아니면 한 잔 하고, 근처에서 1박을 하던가...

 

여차저차 끼니도 해결했으니, 다시 시동을 걸고 전주로 향한다.

 

 

전주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덧 밤 11시가 다 되 간다.

 

야경을 좀 찍을까 하다가, 이내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체크인이 늦을거라 미리 말은 했다만, 더 늦으면 숙소에도 폐가 될 것 같고…

 

어서 숙소부터 가기로 한다.

 

 

짐을 풀고나니 방 구석에 적절한 소반이 보여서 주안상을 한 번 차려본다.

진짜 치킨을 시키긴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아쉬운대로 뼈대(?)있는 과자에 맥주를 마신다.

 

이게 뭐라고, 여독이 풀린다.

 

TV에서는 요즘 유명한 ‘부부의 세계‘가 나오는데, 어휴... 보기만 해도 피곤한 스토리다.

 

씻고 잠이나 자자.

 

 

원래는 아침부터 서둘러 움직일 생각이었는데, 금요일 밤에 멀리 움직인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적당히 방을 치우고, 아침을 먹으러 ‘화심순두부‘에 왔다.

 

 

 

 

매콤하게 하는 순두부찌개는 강릉에서 충분히 맛있게 먹어왔으니, 이번엔 맑은 국으로 시켜보자.

바지락이 꽤나 두둑히 들어가서인지, 감칠맛이 꽤나 깊게 남는다.

어쩌면 MSG일지도… 싶을 정도의 감칠맛.

 

꽤나 다양한 종류의 두부 요리가 있던데, 위장이 하나라 1인분이 고작이다.

자주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어째 아쉬움이 남는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청국장이 보여 할머니 가져 드리면 좋겠다 싶어 그거나 하나 담는다.

 

 

예전에 순천에 갔을 때 동명의 사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완주의 송광사도 그 역사가 깊은 사찰이라기에 이왕 근처까지 온거 들르기로 한다.

큰길에서 절의 입구까지 이어지는 길은 빼곡히 벚꽃이 심어져 있는데, 제때 왔으면 정말 흐드러지게 아름다웠을 성 싶다.

 

 

 

 

 

종남산의 송광사.

백두대간 끝자락의 명당을 골라 잡은 절이다.

 

단순하면서도 절도있게 자리 잡은 가람의 배치 따라 대웅전으로 향한다.

특이하게도 사천왕상이 목상이 아니고 흙을 빚어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정교함이 여느 조각 못지 않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웅전에 못들어갈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마스크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었다.

 

안에는 말 그대로 압도적인 크기의 본존이 모셔져 있는데, 그 느낌을 사진으로 담기 참 곤란하다.

잠시 멍하니 서서 눈에 구석구석을 담은 뒤, 조용히 대웅전을 나와 절을 떠난다.

 

2020. 0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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