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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쇼맨.

바다지기 2018. 1. 7. 00:29 댓글확인

작년 마지막 달에 본 영화 중 하나가 라라랜드였고,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위대한 쇼맨의 개봉 소식을 듣게 됐다. 보통 영화가 나오고 한 주는 지나고 찾아보는데, 꽤나 바쁜 연말이었고 점점 미루어 지기만 하다가 이번 주에 들어서나 일정을 찾게 된다. 부쩍 줄어든 상영관 수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싶어 나름 개인적으로는 기념비적인 새해 첫 주말의 영화는 위대한 쇼맨이 됐다.



나는 영화를 볼 때 고증, 실존 인물이 어땠는지, 이런 것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영화가 다큐멘터리 영화라면 모를까, 그 외엔 조선시대에 닌자 옷을 입은 여자가 나오던, 한나라 군사가 나즈굴 마냥 철갑옷을 입고 나오던 말던 나만 좋으면 장땡이라는 주의다. 따라서 위대한 쇼맨의 주인공인 P. T. 바넘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는 과감히 덮어두고자 한다. 영화는 영화로만, 실제 인물은 역사로만 바라보면 될 일이니까. 이 영화는 위대한 쇼맨이고, 주인공인 P. T. 바넘은 극 중에서는 위대하게 그려진다. 그러면 충분하다.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인 P.T. 바넘의 인생을 그린 작품이다. 어려운 과거, 계속되는 시련을 딛고 일어나는 그의 모습. 그리고 그 바탕이 되는 그의 위대한 쇼. 마지막으로 이 모든 걸 극적으로 담아내는 다양한 무대와 노래가 함께한다. 훌륭한 배우들의 열연은 굳이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다.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표현되는 방식은 사랑, 가족애, 박애, 우정, 낭만(불륜일 수도 있지만, 내로남불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으로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그 모든 것은 결국 관계에 기인한다.




여러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시련을 딛고 서로를 부축하며 나아가는 모습은 여느 영화에서도 나오는 모습이고, 어떻게 보면 진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2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진행시키며 묘한 긴장을 유발한다. 다만 이 짧은 상영 시간은 이 뻔한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 넣어 줬지만, 반대로 한 사람의 인생을 담아 내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이기도 했다. 심지어 극 중에서 다룰 사람이 바넘이 전부가 아니었다고 생각하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조금 더 이야기를 듣고 싶은 등장인물이 많았다. 충분히 그러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기에 더욱이.



이 영화가 최고의 뮤지컬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나 같은 사람의 눈에도 아쉬운 점들이 존재하는 영화다. 원한다면 영화 내용에서 불편한 점도 수없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코끼리를 보고 동물의 권리를 생각할 수도, 헐벗은 여성의 의상을 보고 성 상품화를 지적할 수도, 장애우의 인권 문제를 언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무시하고 속아주자. 바넘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쇼맨이고, 극에 나오는 모두는, 심지어 뒷발로 일어서는 코끼리와 갈기를 염색한 사자들까지 행복해졌다. 작중 주인공의 바탕이 된 P. T. 바넘은 생전에 이렇게 말했었다. ‘대중은 속기 위해 존재한다.’


우린 대중, 즉 관객으로서 의자에 앉은 순간 그저 속으면 될 일이다. 그리고 영화 속 서커스를 보고 나온 사람들처럼 행복하면 된다. 멀쩡한 극장을 불태울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머리를 비우고 바넘의 사기에 넘어가는 순간, 이 영화의 매력이 온전히 다가오게 된다.


위대한 쇼맨 (The Greatest Showma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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