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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를 보고도 글을 안 쓰곤 했는데, 간만에 감명 깊게 본 영화가 나와서 늦은 시간에 글을 써 본다. 예전에 개봉했을 때엔 기회를 놓쳤었는데, 재개봉을 한다 하니 안 볼 수가 없지 싶다. 원래는 매주마다 영화를 보던 수요일에 보려 했는데 회식이 잡혔으니 급한데로 월요일에 평소보다 빨리 퇴근을 하고 영화관을 찾았다. 월요일 저녁부터 영화관에 오는 사람은 없는지, 아니면 단순히 이 영화가 인기가 없던 건지 열 명 남짓한 사람만 자리에 앉은 뒤 영화가 시작된다.



이 영화에 담긴 의미야 많겠지만, 나는 가장 큰 가치를 공존과 긍정이라 생각한다. 영화 내내 파이가 보여준 공존과 생존에 대한 긍정은 기적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언제든 자신을 해칠 수 있는 맹수를 상대로 과연 그만한 관용과 이해를 베풀 수 있을까, 망망대해 속에서 삶에 대한 희망을 이어 나갈 수 있는 걸까?



결국 수많은 시도 끝에 공존에 성공한 둘은 이제 서로를 버팀목으로 삼으며 표류를 이어 나간다. 하지만 신은 계속해서 그들을 시험하고, 생존에 대한 희망은 점점 사라져만 간다.




신에게 소리지르는 모습을 보다 보면 포레스트 검프의 명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내내 신에게 감사하던 모습에서 처음으로 외치기 시작한다. 결국 마지막 시험이 끝난 뒤 작은 안식을 선물 받지만, 그것도 또 다른 시험이었다. 마치 영원한 안식, 신의 축복 같은 속 편한 건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영화를 돌이켜보면 둘이 함께 행복해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다. 그나마 가장 비슷했던 장면이 떠다니는 섬의 낮이었을까? 그럼에도 둘은 서로 말라가며, 죽어가며 서로를 점점 더 의지하게 된다. 작중에서 파이는 계속해서 말한다. ‘리처드 파커가 없었으면 자긴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함께 괴로워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살아나갈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는 걸까? 혹시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긍정이 아닌 유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영화는 표류의 고통도 생생하게 담아내지만, 그에 못지않게 몽환적인 배경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도 계속해서 말해준다. 마치 꼭 세상일이 항상 힘든 일은 없다고, 반대로 항상 좋을 일도 없다고 말하려는 것처럼. 영화는 내내 평온함과 긴장감을 오간다.



마지막에 와서 이 영화는 누구도 믿기 힘든, 아름답게 들리기까지 하는 이야기와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만 한, 잔인하고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이야기로 나뉜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선택권을 주는 척 하더니 그 와중에 자기가 마음에 든 이야기는 이쪽이라고 대놓고 말한다. , 왠지 따라하는 것 같아 기분은 나쁘지만 나 또한 같은 생각이다. 굳이 저렇게 아름답고 고통스러운 자연 속에서 사람냄새까지 찾을 필요 있겠는가.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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