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와 ‘원더풀 라이프’.
비슷한 이름의 두 영화 중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많이 갈등했다. 일정을 보니 다음 주에는 영화를 보기 힘들 것 같고, 이번 주에 두 편 다 보는 것은 내키는 일도 아니고 이번 주도 이미 주말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둘 중에 조금 더 신선하게 다가오는 시놉시스였던 ‘원더풀 라이프’로 정했다.
나름 CGV의 아트하우스를 자주 다닌다 생각했는데, 지난 예매내역을 보니 꽤나 오랜만에 찾아왔다. 그래서인지 노이즈가 가득 느껴지는 화면이 한층 더 낯설게만 느껴진다. 영화는 짙은 안개 속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함께, 담담히 시작한다.
이 영화는 사후세계인 ‘림보’를 다루는 영화다. 하지만 여타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영화들과는 다르게 권선징악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극의 긴장을 높이기 위한 악인도, 본받을 만 한 선인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근처에 흔히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기엔 묘하게 개성이 있는 인물들을 통해 기분 좋은 긴장감을 불어 넣어준다.
죽은 뒤 가장 소중했던 한 순간의 기억만 안고 갈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는 오직 하나라는 것에 못내 아쉬움을 느낄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인 걸까?’라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됐다. 작중의 몇몇 인물들은 유별나게 불행을 짊어진 사람들도 아니지만, 그들의 가장 행복한 한 순간을 고르는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평소에 생각해두지 않으면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바로 ‘우리의 근처에는 항상 행복이 존재한다. 그것을 우리가 의식하지 않을 뿐이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고민 끝에 고른 가장 큰 행복의 시간은 의외로 너무도 사소한 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름의 감동을 찾아가던 차, 이야기에 묘한 잡음이 느껴졌다. 슬슬 등장인물들이 행동으로 보여줬던 모습들의 배경을 말해주었으면 하는 시점에 다른 갈등이 추가되고 이야기가 난잡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영화의 이야기는 큰 주제에 따라 흘러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꾸 물이 옆길로 새어 나간다. 감독이 말하고 싶은 걸 알 것 같지만,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녀가 그에게 어떤 감정을 갖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이야기에서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생략된 다른 이야기가 있었다면 모를까, 관객인 나로서는 말해주지 않으니 알 길이 없다.
나는 이 이야기가 큰 틀에서는 주연인 타카시를 따라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독은 또 하나의 주연인 시오리를 두었고, 그녀를 성장시키는 모습을 마지막에 넣어준다. 하지만 타카시로 대표되는 주제와, 시오리로 대표되는 주제의 무게 사이에 큰 차이가 느껴졌다. 차라리 그녀가 철저히 주변인으로 남아있었다면, 그녀는 그녀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가뜩이나 조용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영화였다. 거기에 집중하던 이야기마저 흐트러지기 시작하자 이내 졸음이 쏟아질 정도로 집중하기 힘들어졌다. 한 인물에 동화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한데, 의외로 집중하기 힘든, 그런 아쉬움이 있는 작품이었다.
원더풀 라이프 (Wonderful Life,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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