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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교수님은 책보다 유튜브로 먼저 접했죠.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서울의 반지하 주택이 문제로 부상했던 시기였고 알고리즘이 저를 셜록현준 채널로 이끌었습니다.

채널 초창기이긴 했지만 깔끔한 편집에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했던 채널의 영상들은 지금까지도 구독해서 챙겨보는 채널이 됐습니다.

 

우습게도 셜록현준은 기억하며 유현준 교수님이라는 이름은 기억 못했던 저이고,

그냥 그날도 여김없이 읽을만 한 책이 없나 동네 도서관 책장을 돌던 중 하늘색의 인문건축기행 이라는 책을 마주쳤습니다.

 

저는 흔히 말하는 힙한, 유행을 좇는 듯한 느낌이 나는 것에는 약간 거부감을 느끼는 편입니다.

온갖 요소에 인문학이라는 접두어가 붙던 시절, 몇 진또배기들이 있긴 했지만 대다수는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싶은 제목과 내용들이었죠.

당연히 이 책에 대한 거부감도 솔직히 있었습니다만 요즘 몇 가지 건축이라는 테마에 관심을 갖게하는 것들이 있어서 한 번 빌려봤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달 잡지에 국내 건축물에 관한 기사가 있었다는 점,

두 번재는 동네에 커피 맛이 좋아 자주 가는 카페의 사장님이 건축에서 오래 일하셨거나 관심이 많으신 분 같다는 점이었죠.

책장 가득 일본에서 온 듯한 건축 관련 책들이 있었거든요.

 

이런저런, 참 사소하고 잡스러운 이유로 책을 빌리고 저자 소개를 읽다 보니

제가 좋아하던 분의 저서인지라 내심 반갑기도 했고, 기대도 커진 채 책을 넘기게 됐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제목과 같이 '기행'.

즉, 단순히 건축물을 소개하는 글이 아닌 건축물을 좇아 여행을 다녀오는 기분이 든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유럽, 북미, 아시아를 순서로 각 대륙에서 인상깊었던 건축물들이 소개되는데,

으레 관광명소로 유명한 곳들 보다는 정말 작가 본인에게 특별했던 곳이 줄줄이 소개됩니다.

 

자연스래 많은 건축 거장의 발자취를 좇게 되는데

가장 많이 눈에 띈 이름은 르 코르뷔지에, 안도 다다오, 프랑크 게리 그리고 루이스 칸 정도가 기억에 남습니다.

건축에 문외한인 저도 어디서 한 번 쯤은 들어본 이름들이네요.

 

책을 읽는 내내 구글 지도에 표시하는 가고 싶은 곳이 하나씩 늘어가는 점이 기쁘기도 합니다만,

언제쯤 내가 저길 가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약간 조바심도 느껴집니다.

 

유럽과 북미를 너머 아시아에 왔을 때에는 그래도 국내나 가까운 곳에 좀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나마 가까운게 베이징과 오사카였네요. 국내에는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 여러 의미에서 아쉽게 다가옵니다.

 

그동안 어깨 너머로 이름의 어감만 알던 건축가들이 건축사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설계 철학은 어떠한 철학을 갖는지에 대해서도 단편적이게나마 접하게 된 점은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그간 건축사에는 큰 흥미를 못 느껴왔던 사람이기에,

아무래도 직접 본 건물을 설계한 안도 다다오의 과거와 현재가 특히 더 재밌게 다가왔습니다.

 

이번에 알게 된 소소한 반전으로는 당연히 그의 주거에 단열을 위한 어떤 노하우가 숨어있는 줄 알았는데, 그냥 보이는 것 처럼 단열을 포기한 건축이었다는 점이 약간 충격이긴 합니다. 발코니 구석에 곰팡이만 펴도 스트레스 받는 저로서는 쉽지 않은 건물이네요.

 

한국이었으면 건축에 대한 문화 이전에 실생활의 불편함 때문에라도 아마 주택 설계로는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자연과 부딪히는 그의 철학에 부합한다면 부합하는 거겠지만요.

 

어쩌면 유독 편리와 효율에 집착하는 우리 문화가 독창적인 건축에는 큰 걸림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 문화의 배경엔 큰 연교차와 몰아 내리는 비, 사시사철 중 대부분이 적대적인 환경이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만요.

아무리 재밌어도, 일년 중 8할이 불편하면 역시 쉽지 않죠.

 

이 책을 토애 정말 많은 장소와 사람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고,

개중에 몇 곳은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가봐야지 라고 생각하게 된 장소도 있습니다.

 

제가 지도에 표시를 하는 이유는 언젠가 지도에서 해당 지역에 표시가 많이 쌓이게 되면 그 곳으로 여행을 가기 위함인데,

여태까지 맛있는 음식점과 관광지 위주였던 저의 지도에 처음으로 단순히 건축물을 보기 위해 표시가 추가되게 해준 책이네요.

오랜만에 책장에 꽂아두고 싶은 책을 만났습니다.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지은이, 유현준

 

2026. 0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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