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세 잔 마시긴 했는데, 배만 부르지 영 술기운이 오르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바를 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네이버 지도를 뒤적이는데 근처에 제법 평이 좋은 바가 하나 있네요.
온라인으로 찾은 메뉴판에는 어째 아일레이 위스키가 별로 없어 보이긴 했습니다만,
그냥 가볍게 칵테일이나 한두 잔 마셔보자 하는 마음에 찾아갔습니다.
들어가면서 친구들 톡방에 남기기를,
모스코 뮬을 한 잔 시켜서,
주석잔에 나오면 앉은뱅이가 되고, 구리 잔에 나오면 석 잔은 마시고, 유리잔에 나오면 이것만 마시고 나간다라고 했는데 구리잔이군요.
거기다 설탕에 토치, 시럽도 꽤 들어간 것 같은데... 달달한 맛이 입을 감아주니 위스키 생각이 절절해집니다.
찬장과 메뉴판을 보니, 아무래도 네이버에 있던 메뉴판은 극히 일부였던 모양입니다.
일단 바텐더 분과 말도 틀 겸 하이볼이나 한 잔 마셔볼까요?
개인적으로 이 녀석에 후추를 잔뜩 뿌린 교자를 먹는걸 참 좋아합니다.
대학생 때 다니던 바에선 가능했던 일인데, 여기서 이걸 요청하는 건 좀 무리겠죠.
좋아하는 위스키를 말하고 나니,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추천 받은 막탈라.
처음 마셔보는 녀석인지라 스포이드를 부탁드렸더니, 생각보다 제대로 된 녀석이 나오네요.
이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위스키나 달리자라고 생각한 순간은...
바에 가면 늘 챙겨 마시던 녀석도 잊지 않고 한 잔 마셔 보고요.
웬 서비스로 햄과 치즈가... 이거 약간 우수고객(a.k.a 호갱) 인증 같은 느낌인데요.
받아먹은 게 있으면, 또 한 잔 사는 게 있어야죠.
안주 삼아 먹으려고 양송이 타파스를 하나 시켰는데, 양이 좀 돼서 옆 자리 분에게 나눠 드렸더니...
답례로 위스키가 한 잔 왔네요.
이거 참, 바에서 얼마 만에 모르는 사람과 터놓고 얘기를 하는지.
사실 이 녀석들 외에도 진리키, 골드론, 마티니...
잘도 마셨습니다만 워낙 어둡기도 하고... 술 먹으니 손도 떨렸는지 사진이 제대로 안 남았네요.
이렇게 신나게 마셨던 건, 예전에 일산의 데미안 이후로 거의 처음인 것 같습니다.
얼마나 신났는지, 돌아가는 택시에서 어제 묵었던 구로의 숙소로 가달라고 하는 바람에 밤중에 구로-수원을 택시로 왕복해 버렸네요...
술값 절반만큼은 택시비로 나온 느낌입니다. 하...
광교에 올 일이 그리 많진 않지만, 근처에 위스키 좋아하는 형님이 또 한 분 계시니 한 번 같이 가보지 않을까 싶네요.
즐거운 하룻밤이었습니다.
디아노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법조로 25, 광교SK뷰레이크타워 상가동 B103, B104호
2024. 10.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