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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역에 돌아오니 Z가 기다리고 있었다. 간만에 점심이나 같이 먹기로 하고 근처에서 라멘 가게를 찾다가 吟醸らーめん久保田에 들른다. 츠케멘을 하나 시키고, 맥주를 한 잔 곁들이니 여느 고급 음식이 부럽지 않다. 방금 전에 술과 안주로 배를 채우지만 않았어도 밥 한 공기 시켜 국물에 비벼먹었을 탠데, 배가 부른 게 너무 아쉽다. 국물이라도 다 마셔야지.

 


식후 운동을 겸해서 겐닌지까지 걸어왔다. 입구에는 한 외국인 부부가 자전거로 세계 일주를 하며 찍은 사진을 팔고 있다. 개인적으로 자전거 타는 것도, 사진도 좋아하는지라 사진이라도 사서 도와주고 싶었는데 USB로 팔고 있어서 세트로 파는지라 돈이 부족했다. 응원의 한 마디를 남기고 다시 난 내 여행을 하러 간다.

 



법당의 천장에는 제법 오래되 보이는 용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거 그린 지 100년도 안 된 녀석이었다.

 




잘 꾸며진 호죠의 정원, ‘호죠란 주지가 생활하는 건물로 유마경에 있는 문수보살의 일화에서 유래한다. 경문에는 문외한인지라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곳이 수행을 하는 곳이라는 건 알 것 같다. 일본의 정원은 정원석으로 잘 꾸며져 있는데, 여느 정원처럼 편안한 느낌은 없지만 이건 이것대로 사색하기 좋은 것 같다.

 




호죠의 뒤쪽으론 타이쇼인이라는 건물이 있다. 내 생각에는 나한상과 벽장화, 그리고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며진 이곳이 겐닌지의 백미였다.

 




안부터 구경을 하고 나니 밖에서도 보고 싶어진다. 경내를 나와 밖에서 절의 모습을 담아본다. ‘겐닌지의 옆에는 꽤 많은 사찰이 있는데 지금은 시간이 늦어서 멀리서 담장 위로 살짝 나온 건물들만 봤지만 다음에는 이곳들도 전부 가보고 싶다. 조금은 시간이 남았지만, 어차피 절도 곧 닫을 시간이기에 조금 일찍 가라스마 역 쪽으로 넘어가기로 한다.

 


지나가는 중 옆으로 폰토쵸가 보이기에 살짝 들러본다. 교토의 대표적인 하나마치 중 하나인 폰토쵸는 아직도 게이샤, 오키야, 오차야가 남아있다. 좁은 골목을 지나며 혹시 지나가는 게이샤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직은 시간이 조금 일렀던 걸까 도로 공사하는 인부 분들 빼고는 아무도 없다. 식당 예약 시간도 아직 조금 남았기에 서점에 들러 시간을 때우려 했는데, 정신을 차리니 최근 재밌게 읽은 쓰레기의 본망플라잉위치를 전권 사버렸다. , 술 한 병 덜 사면되지?

 




오늘의 저녁은 たなか에서 책임진다. 일방통행이라는 메뉴, 앞에서 계속해서 꼬치를 가져다주시는데 그 가짓수가 20개 정도 된다. 하나하나 전부 찍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지만, 밥 먹으면서 사진 찍는 걸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지라 대충 하나만 찍고 넘긴다. 정신없이 먹다보니 어느덧 종업원이 후식을 따로 주문하겠냐고 물어보기에 처음으로 오챠즈케를 시켜본다. 받긴 받았는데 먹는 법을 몰라 멍하니 있으니 옆에 있던 할머니께서 먹는 법을 알려주신다. 밥에 고명 조금 얹고 차를 부었을 뿐인데 이렇게 맛있다니, 조금은 놀랐다. 그런데 이거 후식 맞나? 너무 양이 많은데... 뭐 그래봤자 전부 먹었지만 말이다. 주방장 할아버지의 인사를 받으며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미슐랭 표지가 보인다. 괜히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배도 부르고, 꼬치를 먹으며 마신 술도 이제 슬슬 올라오니 걷자. 숙소는 조금 멀지만, 밤거리도 한 번 걸어보고 싶으니 말이다.

 

#13. ‘긴죠 라멘 쿠보타’, ‘겐닌지’, ‘폰토쵸’, ‘쿠시타나카’.

 

201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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