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추운 날씨 속에 꽤나 지쳤었는지 버스를 타자마자 잠들었다. 앞에 앉았던 사람들이 의자를 뒤로 크게 젖혀 조금 불편했지만, 자는 데는 문제없었다.

 


역 근처의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나니 벌써 저녁이다. 오늘 저녁은 스시로 정했기에 조금 늦었지만 서둘러 오미쵸 시장으로 향한다.

 


본래 가려했던 もりもり寿는 이미 문을 닫았기에 근처를 헤매다가 さん寿司로 들어갔다. 한참 마감 중이라 급하게 먹은 것이 조금 아쉽다. 이모 소츄 한 잔을 시켜놓고 함께 먹는데 꽤 어울린다. 이번 여행에서 주류는 가능한 고구마소주로 하고 있는데, 아직까진 전부 성공이다. 다만 급히 먹은 게 아쉬워 들어가는 길에 싸구려 사케나 한 병 사서 숙소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한 병을 전부 비워버렸다. 숙취로 다음날 아침까지 전부 게워내고 오전 내내 숙소에서 뻗어 있다가 겨우겨우 숙소를 빠져나와 히가시차야에 도착했다. 갑자기 눈이 내리기에 눈이나 피할 겸 어딘가 들어가고 싶은데, 여전히 속이 안 좋아 밥은 도저히 못 먹겠고 차나 한 잔 시킨다.

 




가나자와는 일본에서도 전통문화를 잘 보존한 도시로 유명한 편이다. 별명으로는 제2의 교토, 한국으로 따지면 전주 쯤의 위상인 것 같다. 니시차야가이, 히가시차야가이 등 옛 차야의 모습을 잘 간직한 거리들이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차를 마실 거면 저런 곳에 가서 돈을 써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전날 과음으로 너덜너덜해진 몸을 끌고 다녔던 지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 같다.

 


데라마치 사원군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갈아탄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하늘이 맑았는데, 어째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한다.

 




갑자기 크게 내리는 눈, 이왕 이렇게 된 거 늦은 점심이나 먹자는 마음에 근처의 一風堂으로 급히 대피한다. 속이 받쳐주지 않아 전부 먹진 못했지만, 해장으로는 제격이다. 밖에 내리는 눈은 도저히 그칠 기미가 없고, 내내 앉아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기에 다시 데라마치로 가기로 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내리는 눈이 익숙하기만 한지 별 반응도 없이 잘들 다닌다.

 




과연 사원군답게 엄청나게 많은 절들이 있다. 전부 들르는 건 무리 같기에 지나가면서 눈에 띄는 절들만 골라서 들어가 본다. 절 경내에 많은 함정이 있어 닌자 절로 유명한 묘류지는 아쉽게도 이미 닫혀있었다. 골목을 따라 안쪽으로 죽 들어가며 거리를 즐기는데 또 다시 눈이 매섭게 내리기 시작한다.

 


눈 속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나기에 가까이 가봤더니 유치원이다. 아무래도 옛 절 건물을 이용해서 만든 모양이다.

 






눈이 조금 잠잠해질 때 멀리서 익숙한 모습이 보이기에 봤더니 따로 다니던 친구들이다. 이왕 이렇게 만났으니 같이 잠깐 다니기로 하고 남은 골목길들을 다녀본다. 한번만 더 눈이 많이 오면 그냥 다음 목적지로 가야지 라고 생각하자마자 눈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떠나야지, 그럼.

 


가나자와 성과 겐로쿠엔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역으로 왔다. 그리고 노선도를 꺼내기 위해 여권지갑을 찾는데, 아뿔싸. 아까 라멘집에 계산하면서 두고 왔다. 핸드폰은 전화가 안 되기에 급히 찾아갔더니 다행히 보관해주셔서 큰 일 없이 여행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여기서 다시 가나자와 성으로 가기엔 동선이 꼬이는 것 같아 오야마 신사를 먼저 들르기로 한다. 과거 가나자와 지방의 명칭이던 가가 번의 초대 번주인 마에다 도시이에와 그의 아내를 기리는 오야마 신사는 특유의 신문으로 유명하다. 1층은 동양식, 2,3층은 서양식으로 꾸며져 있으며 피뢰침까지 달려있다. 이 피뢰침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피뢰침으로 알려져 있다.

 


근처의 회전초밥집에 들러 끼니를 때운다. 바닷가 까지 와서 안 먹는 것도 아쉬워서인지 요즘 저녁은 어째 계속 수산물이다.

 



그렇게 놀 거 다 놀고, 먹을 거 다 먹고 도착한 가나자와 성. 밤에는 개장 안 한다고 닫혀있다. 겐로쿠엔도 마찬가지. 겐로쿠엔, 가나자와성 사진을 야경 사진만 봐서 당연히 야간 개장을 하는 줄 알고 따로 알아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낭패를 본다. 어차피 가나자와 성 천수는 소실되어 없으니 망루 정도가 전부일거라 위안 삼으며 아쉬운 마음에 망루라도 잔뜩 찍어본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역에 도착했다. 야경은 또 야경대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가나자와 역의 모테나시돔.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치듯이 바로 삼각대를 설치하고 사진을 찍게 된다. 아쉬움이 많이 남아 왠지 가나자와는 또 오게 될 것 같지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다. 노천탕이 있다는데 푹 쉬고 내일을 준비해야지.

 

#11. ‘야마상 스시’, ‘히가시차야가이’, ‘데라마치 사원군’, ‘잇푸도’, ‘모테나시돔’, ‘오야마 신사’, ‘오오쿠라’, ‘가나자와 성’, ‘겐로쿠엔’.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tal :
  • Today :
  • Yesterday :

Over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