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다이어트를 같이 하는 모임이 있는데, 어쩌다 보니 모임에서 하는게 이것저것 늘었고 그 중 하나가 영화 감상이 됐다. 그렇다고 같이 보러 가는 건 아니고, 같이 감상이나 공유하는 정도지만 나로서는 영화관에 갈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그렇게 생긴 모임에서 정한 6월의 영화는 바로 ‘독전’이다. 이미 빠른 관객수 증가로 눈길을 끌던 영화였는데 이상하게 선뜻 손이 안 가던 영화기도 했다. 좋은 핑계거리가 생겼으니 한참 더웠던 주말 오후, 잠깐 짬을 내 영화관에 다녀왔다.
영화 상영 내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둘이다. 사실 시작부터 전개가 너무 빨라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단편으로 끝내야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무리수는 아니었다. 조금은 지나치게 우연에 기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는 그럭저럭 봐 줄 만 하다.
조직의 여러 인물이 나오고, 영화는 상영 내내 관객을 긴장에서 놔 주지 않는다. 중간중간 웃을 수 있는 요소를 적절하게 잘 끼워 넣어서 조금 피곤해질 만 하면 여김없이 웃음을 던져준다. 그래서 조금 긴장이 풀릴 만 하면 다시 배경음이 바뀌며 몰아 붙이니, 말 그대로 적절한 완급조절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불의의 사고로 다시는 스크린에서 보지 못할 배우가 된 고 김주혁의 연기는 말 그대로 광기였다. 약간은 어설프게 구성되던 사건의 진행에 그의 연기가 더해지며 어느덧 이야기의 구성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그저 배우의, 아니 극 중 진하림의 광기에 몰입하게 된다.
조직 구성원의 개성도 아주 좋았다. 어디에나 있을 법 한 악역이면서도, 하나하나가 톡톡 튀는 매력이 있다. 아 물론, 도대체 왜 포스터에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악역도 있긴 했지만, 이건 아까 말한 빠른 전개의 희생양이겠지.
사실 연기도 좋았고, 맡은 역할도 제일 입체적이었지만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조금은 묻힌 감이 있다. 분명 연기 잘 했는데, 나오고 나서 별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다. 다른 배우가 워낙 잘했다는 뜻이지만, 것보다도 이 역할 자체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그런 애매한 역할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애초에 정해지지 않은 역할에 개성을 넣어 버리면, 보나마나 욕만 먹었겠지. 오히려 이 정도 존재감이 이 역할에게 제일 적당한 걸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끝은, 어떻게 보면 뻔할 정도의 반전이지만 계속해서 긴장을 한 덕인지 영화를 보며 나중을 추리할 여유는 없었다. 덕분에 헛웃음이 나올 정도의 반전임에도, 재미있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래도, 초반의 우연으로 몰아 붙여서 영 아니꼬웠던 전개를 다시 붙잡아 곱씹게 해준 것 자체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보여줘야 하는 영화에서 제법 좋은 방식의 전개라고 생각한다.
결국 마지막은 우리 멋대로 생각하라고 바통을 넘겨 주지만, 포스터에서 한 명만 컬러로 뽑아 놓고 우리 보고 마음껏 생각하라고 하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다. 어쨌건 난 포스터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나왔으니 말이다.
독전 (Believ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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