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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cure/Heart

봄날은 간다.

바다지기 2018. 3. 17. 00:57 댓글확인


힘든 일이 있어 술 한 잔이 간절한 요즘. 마침 대구에서 공부 중이던 친구가 오늘 인천에 올라온다기에 함께 술잔이라도 기울이고자 평소에 즐겨 찾던 바를 가기로 했다. 회사에서 생일파티가 있어 들고 나온 카메라를 그대로 들고 나왔는데, 그냥 들고만 있자니 아쉬워 몇 장 찍으며 바로 향해본다.

 


집에서 가는 버스는 전부 인하대 정문으로 가기에, 후문에 있는 바를 가기 위해서는 인하대를 가로 질러 가야 한다.

 


개강을 하고 첫 번째 금요일이라 그런지 제법 학생이 많이 보인다. 요즘 대학도 취업 때문에 많이 팍팍한지 그래도 나 신입생 시절 금요일에 비하면 정말 고요한 편이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말이다.

 



대학교 시절 술 좀 싸게 마셔보려고 꽤나 찾았던 인하대 후문. 취직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술을 마시러 여길 찾아온다. 뭐 이젠, 여기 아니면 안 돼서 오는 거지만 말이다.

 


봄날은 간다’. 맨 처음 여길 어떻게 왔는지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확실한건 여기가 내가 아는 한 인천 최고의 바라는 점이다. 칵테일을 좋아하고, 술에 대해 이해하는 바텐더가 필요하다면 적어도 인천에선 이 곳 말고는 선택지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 이곳을 접한 뒤로 다른 곳을 굳이 찾아 나서지 않은 것도 사실이니 이러한 의견이 몹시 편협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 곳곳의 유명한 바를 다녀오고 나서도, 난 아직 이곳에서 발길을 끊지 못했다.

 


안에는 큰 개가 두 마리나 있다. 뭔가 전하고는 이미지가 많이 다른데, 다른 녀석인지 아니면 미용만 이렇게 한 건지는 모르겠다. 안주로 주문한 닭고기 냄새가 꽤나 좋았는지 아까부터 근처만 맴돈다.

 


친구를 기다리며 진 앤 토닉을 한 잔 시킨다. 사장님이 서비스(?)로 샐러리랑 후추를 조금 섞은 마요네즈를 내어 주셨는데 심심풀이로 딱이다.

 


천천히 술을 마시며 친구를 기다린다.

 


대구에서 올라온 녀석과 동시에 서빙된 오늘의 안주. ‘치킨...뭐시기...’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큰 닭 조각 두 개가 들어있고, 같이 졸인 감자, 고구마, 당근 등 채소도 참 맛있었다. 배를 채울 생각은 없었다만 포크질을 멈추기가 힘들다.

 


힘든 일이 있어 잊고 싶다는 주문에 나온 칵테일. ‘러스티 네일계열의 칵테일인데 평소 마시던 거에 비하면 더 독하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작은 잔은 특별히 더 잘 잊으라고 내어주신 소주 되시겠다. 물론 참이슬은 아니고 전통소주 중에서도 꽤나 희석이 덜 된 녀석이다. 미끈하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데 이내 탈 것처럼 뜨겁게 몸을 달군다.

 


전에 라이온스 덴에서 마셨던 코냑을 한 잔 시키며 남은 안주를 비우고...

 


친구 녀석이 마시는 럼이 맛있어 보여 한 장 담아본다. 하지만 내가 마시던 브랜디도 여느 럼 못지않게 단 Hardy라 그런 걸까, 한 모금 얻어 마시는데 영 밍밍하게만 느껴진다.

 


마지막 잔은 B&B로 주문하는 게 습관이어서 주문했는데, 마침 베네딕틴이 떨어졌다고 한다. 비슷하게 주문을 했더니 또 어떻게 잘 맞춰서 칵테일을 한 잔 내어주신다. 따스한 물에 덥혀진 잔과 술에서 좋은 향기가 풍긴다.

 


마지막은 사모님께서 서비스로 만들어 준 샌드위치. 꽤나 배불렀다만 어느새 이렇게 맛있게 만드셨는지 배부른 걸 잊고 전부 먹어치웠다. 적당히 알딸딸한 정신과 부른 배를 안고 바를 나오니 여러모로 만족스럽다힘들었던 것도 한층 더 가벼워 진 것 같고, 여러모로 가게에 들어오기 전 보다 가벼운 기분이다.

 

새삼 예전에 홍대 한 바에 써져있던 글귀가 생각난다.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 어차피 따스해지는 게 똑같다면, 머릿속까지 정리해주는 술이 옷보단 나을지도 모르겠다.


201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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