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근처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맛집을 찾아보던 중, ‘비노 인 빌라’를 찾게 됐다. 연말이고, 자리가 없을 법도 해서 미리 예약을 하고 찾아갔는데, 시간이 살짝 어긋났던 것인지 의외로 자리는 제법 여유가 있다. 조용한 주택가 가운데에 있는 식당. 왠지 느낌이 좋다,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처음 찾아간 곳이기도 하고, 그다지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기에 파스타 디너 코스를 주문한다. 코스 중에선 제일 저렴한 3만 5천원으로, 식전 빵-스프-전채요리-파스타-후식 및 아메리카노로 구성 되 있다. 겉이 바삭하게 잘 구워 진 빵이 먼저 나오며 식사가 시작된다.
스프는 호박이 주재료로 들어갔다. 아마 찾아가는 날마다 재료가 달라질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입자감이 있는 스프를 좋아하는데, 취향에 맞아서 맛있게 먹었다. 살짝 둘러준 오일이 부족한 부드러움을 잘 채워준다.
전채요리는 전반적으로 입맛을 자극해준다. 신 맛의 드레싱, 적당히 단단해 입 안에서의 식감이 좋았던 토마토까지, 꽤 괜찮은 조합이었다. 다만 크림치즈가 어떤 치즈를 썼는지, 그다지 마음에 드는 맛은 아니었다. 차라리 주변에 뿌려준 치즈가루와 먹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 토마토를 내가 너무 잘게 잘라서 치즈 맛이 튄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생김새에 비해 가벼웠던 치즈의 맛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실 난 치즈오븐 파스타를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먹기 부담스럽고, 맛도 다 뒤섞인다는 느낌이 강해서이다. 그래도 이곳의 파스타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일단 들어간 고기의 양이 많고, 토마토 소스도 공을 들인 점이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보통의 치즈의 맛만 한 가득 느껴지는 치즈오븐 파스타가 아닌, 정말 치즈가 올라간 볼로녜즈의 맛이 잘 느껴졌다. 새삼 이런 파스타 메뉴를 개발한 그 동네의 비만율이 걱정되는 맛이긴 했지만 말이다. 음료삼아 하우스와인을 한 병 시켰는데, 기름진 음식을 잘 잡아준 덕분에 우람한 생김새에 비해 깔끔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디저트로는 케이크가 한 조각 나왔다. 그다지 특징은 없는 평범한 케이크였다.
식곤증이 심한 나에게는 너무도 필요한 식후의 커피 한 잔이다. 커피 맛은 크게 기억에 남지 않지만, 잔이 예뻐 사진을 몇 장 찍게 됐다. 배불리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며 다음에 또 예술의전당에 오게 된다면 이곳에서 식사를 한 번 더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다음엔 다른 코스로, 스테이크도 한 접시 올라가도록 주문을 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