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서 걸어 다녔더니 아직 점심시간도 아닌데 제법 배가 고프다. 마침 갈비덮밥을 싸게 파는 가게가 보여 끼니를 해결한다.
본래 번주였던 ‘나이토’ 가문의 저택이 있었던 이곳은 메이지 시대 때 농사시험장을 거친 뒤 황실의 땅이 된다. 이후 1906년, 황실 정원이 완성되고 전쟁이 끝난 뒤 시민에게 공개된다. 굳이 빗속에 이곳에 온 이유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비가 내려서 이곳에 온 이유는 개인적으로 재밌게 본 에니메이션인 ‘언어의 정원’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비가 와서 일부러 오기도 했다만, 솔직히 공원에서 푸른 하늘을 못 보는 건 조금 아쉽다.
비가 많이 내릴 땐 잠시 앉아서 비를 피하며 사방에 퍼지는 빗소리를 듣는다.
‘우에노이케’를 배경으로 몇 장 담아본다.
이르게 핀 벚꽃이 참 아름답다. 좁다란 길을 따라 ‘코토노하노니와’로 향한다.
‘너의 이름은’이 흥행한 뒤 이름이 크게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중 가장 수작은 ‘언어의 정원’이라 생각한다. 1시간도 채 안 되는 짧은 에니메이션이지만 몇 번이고 돌려본 작품인데, 이렇게 배경이 되는 장소에 직접 오니 감회가 새롭다. 거기다 비까지 오다니, 장마철은 아니지만 기분은 충분히 낼 수 있으니 만족스럽다. 그러고 보니 같은 시간에 어떤 분이 이곳의 사진과 함께 ‘유키노 선생님 어디계세요.’라는 글을 써서 조금 놀랐는데, 아마 저기 앉아계신 분이려나?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 아래 사람들이 잔뜩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나도 셀카봉이라도 가져올 걸 그랬나보다.
조금 걷다보니 탁 트인 들판이 나온다. 왠지 날만 좋으면 여기에 돗자리 하나 깔고 누워있어도 극락일 것 같은데, 다음에 좀 따스할 때 도쿄에 올 일이 있으면 추진해야겠다.
‘교엔’의 안쪽에는 온실도 있는데 들어가자마자 렌즈에 희뿌옇게 김이 서려서 사진은 찍지 못했다. 생각보다 안은 잘 꾸며져 있었는데, 폐장 시간이 가까워서 급히 보고 나와 아쉬움이 남는다.
빗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교엔’을 뒤로하고, 이젠 맥주를 찾아 에비스로 떠난다.
#11. ‘신주쿠’, ‘교엔’, ‘우에노이케’, ‘코토노하노니와’, ‘언어의 정원’.
20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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