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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야마로 돌아오니 눈이 그쳤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도 눈이 더 왔었는지 오전보단 눈이 더 쌓여있다.

 


역에서 얼마 안 가 있는 시장, 눈이 제법 많이 왔는데도 사람들은 늘 있는 일인 것 마냥 별 반응도 없다. 길가의 진열장으로는 예쁜 그릇이나 공예품, 술 등 눈길을 끄는 게 제법 많이 보인다. 덤으로 인도에는 눈이 쌓여 걷기가 조금 불편했는데 시장 쪽에는 길 위로 지붕이 있어서 다니기도 편하다.

 


다카야마의 중심을 흐르는 미야가와 강을 건넌다. 다카야마는 사케 주조장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한데 대다수가 이 강 건너에 위치한다.

 




원래는 바로 증류소를 다녀보려고 했는데, 오늘 하루 종일 눈을 맞고 다녀서 그런지 갑자기 피곤해진다. 조금 쉬고 가기 위해 다리 건너편에 있던 카페 バグ・パイプ에 들어왔다. 물론 그냥 막 들어온 건 아니고, 이 카페는 에니메이션 빙과에 나온 적이 있는 카페이다. 여러모로 재밌게 봤던 에니메이션이기에 한번 찾아가 보고 싶었다. 이 외에도 다카야마 시내에는 배경으로 쓰인 여러 장소가 존재하지만, 보통 강가나 다리 정도의 장소이기에 굳이 찾아가지는 않으려 한다. 가게에 들어와 초콜릿 케이크와 밀크티를 주문하고 사진을 몇 장 찍으려는데 렌즈에 자꾸 김이 서린다. 체감하진 못했는데 밖이 제법 추웠던 모양이다.

 



조금 쉬다 보니 기운이 돌아오고,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조금 일정을 당겨 저녁부터 먹고 움직여야겠다. ‘つづみそば는 츄카소바(중화소바)와 완탄멘으로 유명한데, 유명한 메뉴가 있다면 고민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삶은 계란과 밥을 추가하고 둘을 같이 한 그릇에 담아주는 세트메뉴로 주문한다. 맛도 맛이지만 양도 많아서 여태 일본에서 먹은 식사 중 가장 배부르게 먹은 것 같다. 국물에 밥까지 말아서 다 먹었으니 그럴 만도 하려나?

 


식사를 마치고 길거리에 나오니 이미 밤이다. 증류소로 가던 중 친구들을 만났는데 이미 증류소들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아뿔싸. 영업시간을 전혀 생각지 않고 먹부림부터 부렸다. 이미 떠난 버스, 이왕 이렇게 된 거 야경이나 찍다가 열려있는 증류소 하나라도 있으면 가자라는 심정으로 부랴부랴 시장으로 향한다.

 


고요한 시장거리. 열려있는 곳이 하나 있긴 했다만 굳이 사고 싶은 사케나 소츄는 없었다. 아쉬운 대로 밤에 열려있던 한 주류상에 가서 맘에 드는 이모소츄를 한 병 산다. 조용한 밤거리를 지나던 중 한 할아버지가 지붕에서 눈이 떨어지니 조심하라고 말씀해주시는데, 과연 그 말을 듣고 몇 발자국 가자마자 코앞에 큰 눈덩이가 떨어진다. 역시 어른 말은 들어서 나쁠 게 없나보다.

 



슬슬 숙소로 돌아가려고 다카야마 역 앞에 왔는데 갑자기 눈발이 굵어진다. 정말이지, 무슨 눈이 소나기처럼 내린다.

 


숙소에 모여 서로 사온 사케와 안주를 꺼낸다.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카키노타네와 와사비과자라니, 한없이 아재롭다. 뭐 맛있으면 그만이지.

 

#9. ‘다카야마’, ‘백파이프’, ‘츠즈미소바’, ‘증류소 거리’, ‘료칸 세이베이’.

 

201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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