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맞아 시청의 플라자에서 하루를 묵게 됐는데, 근처 식당이 1달 전부터 전부 만석이네요.
예약도 안 받는다고 하는 곳도 많고...
그래도 광화문 근처에는 예약 가능한 식당이 몇 곳 보여 파스타가 맛있어 보이던 가게로 예약을 해봤습니다.
D타워는 좋아하는 피자 가게가 있어서 가끔 오는데, 위에 이런 곳이 있었네요.
에스프레소는 그냥 졸려서 시켰는데 생각보다 맛있었고, 거기에 신나 논알콜 모히또를 주문했는데...
솔직히 다른 테이블에서 한겨울에 빙수 시킨 줄 알았습니다. 저게 내 모히또일 줄이야.
맛은... 모히또 맛인데 도저히 저 생김새를 받아들이기 힘든 모히또였네요.
당혹스러웠던 모히또와의 만남은 살짝 제쳐두고, 음식이 나왔습니다.
위에 올라가 있는 모짜렐라 치즈를 버무리지 말고 얹어서 먹으라고 안내해 주시네요.
이름에 보드카가 들어간 걸 보니, 보드카를 넣고 알콜만 날려준 것 같은데 찾아보니 생각보다 잘 알려진 요리법이었네요.
평범하게 만든 로제 파스타보다 좀 더 향과 맛이 진하게 남는다 합니다.
이탈리아 애들이 이런 일을 할 것 같지는 않았는데, 역시나 미국의 한 식당에서 시작된 요리법이라네요.
원래 요리법은 펜네를 이용하는 것이라는데, 펜네로 만든 보드카 파스타도 맛이 궁금해지네요.
크림에 피스타치오.
참 맛있을 것 같은 조합인데 이게 파스타랑 괜찮을까? 거기다 새우? 싶었던 파스타입니다.
뭐, 괜한 걱정이죠. 요리로 돈 버는 사람들이 안 괜찮은 걸 하면 가게가 곧 없어져서 먹을 기회가 없어집니다.
꾸덕한 크림에 잘 손질해서 살짝 바삭한 느낌까지 나는 새우, 거기에 계속 풍기는 피스타치오 향.
저는 크림 파스타를 마냥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한 맛이네요.
다른 가게들 케이크보다 곱절은 되는 가격에 뭐길래 이리 비싸? 했던 메뉴입니다.
흔히 먹는 치즈케이크가 아닌 바스크 치즈케이크네요.
가게마다 다르긴 하지만, 케이크 하나에 4~5만원에 구할 수 있는 녀석이니 조각 가격은 꽤나 세게 다가오긴 합니다.
그래도 맛으로 모든 걸 잊게 해주는 녀석이죠.
꽉 찬 치즈의 향과 맛. 오히려 이 정도로 진하게 넘어와 주면 같이 곁들일 음료도 안 찾게 됩니다.
그냥 이 맛으로 꽉 채우는 게 제일 맛있거든요. 피스타치오 크림도 꽤나 진한 맛이었는데, 이미 사라져 버렸네요.
위치가 위치여서 그런가요, 메뉴 하나하나의 단가가 저렴한 가게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먹고 나오면서, 맛있었다. 잘 먹었다. 라는 느낌은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곳이었네요.
즐거운 한 끼였습니다.
치즈룸X멜팅샵 D타워점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3길 17, D타워 4층
2023.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