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어디까지나 쉬러 간 것이기에, 오전 일정은 아예 잡지를 않았다.
덕분에 늘어지게 자고, 조식도 생략하고 먹는 첫 끼니.
월정사에 가는 길에 있는 '산수명산'에 들러 산채정식을 먹어봤다.
된장국은 완전 내 스타일인데, 제육은 솔직히 조금 아쉽다.
나물이 생각보다 비싼 음식이기에 정식도 가격이 제법 하는 편, 그래도 나물의 품과 맛이 값어치는 한다.
이번에 한번 싹 맛 봤으니, 만약 다음에 들르게 된다면 비빔밥에 반찬만 몇 개 더 추가해서 먹어보고 싶다.
주차를 하고 금강교를 건너 월정사를 향하는데, 날이 보통 더운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쨍! 한 날씨.
볕을 피해 나무그늘로 들어오니 제법 시원하다.
문제는 저 천왕문 넘어서는 그늘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
역사 속에서 몇 번 불탔던 오래된 절이지만, 가장 최근에 불탄 건 어이없게도 국군이 후퇴하며 불태운 1951년이다.
그전에 마지막 중건이 1844년이었으니 불탔을 때만 해도 200년가량 지난 절이었을 텐데,
이렇게 아름다운 절을 재해도 아니고 스스로 불태워버렸다니 참 아쉽게 느껴진다.
잘 보면 가장 큰 건물이 대웅전이 아니고 적광전인데, 비로자나불(대일여래)을 모시는 곳이다.
전쟁 때 불탄 절을 새로 새울 때 대일여래와 석가모니가 둘이 아님을 의미하는 바로 적광전을 새웠다고 한다.
적광전 앞에는 팔각구층석탑과 석조보살좌상이 있는데, 석조보살좌상은 지금 박물관에 모셔져 있어서 복제품이 자리에 있다.
여러 번의 큰 화재 속에서도 멀쩡히 재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석탑.
형상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이 절에서 좌상과 함께 원래 모습을 혼자 지키고 있는 유이한 곳이기도 하다.
심지어 금속재 장식들도 화마를 피했다니, 정말 다행인 일이다.
날이 더워 지치긴 하지만, 새파란 하늘과 밝은 볕이 절과 참 잘 어울린다.
그늘에 서서 바라 보기만 해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풍경이다.
그래도 도저히 상원사는 못 갈 것 같은 날씨.
적당히 카페에서 쉬었다가 전나무길을 살짝 걷기로 한다.
바로 앞에서 오대천이 세게 흐르는데, 물소리가 참 시원하니 좋다.
전나무 길에서 Y 사진은 찍어 줬는데, 정작 길만 찍은 사진은 없다.
뭔가 다음 사진이 다람쥐 사진...
그러고 보니 전나무 길 걸으면서 다람쥐만 한 네 마리는 본 것 같다. 묘하게 사람을 피하지도 않아서 신기했던 녀석들.
길을 걷다 보니 저 멀리서 첼로소리가 들려 가까이 가 보니, 연주회가 열리고 있었다.
마침 볼거리도 원했고, 음악회도 코로나 때문에 못 간지 오래됐던 바. 구석에 앉아 쉬었다 가 본다.
산속에서 듣는 첼로도 참 멋진 일이지만 리코더로 이렇게 맑은 소리가 나다니 참 신기하다.
내가 학생 때 불어본 리코더는 거의 호루라기였는데...
월정사의 마지막으로 금강연을 찍어 본다.
날이 점점 더워진다, 아무래도 카페로 잠깐 피서를 가야겠다.
2021. 0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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