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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바다지기 2019. 12. 1. 14:19 댓글확인

요즘 너무 집 안에서만 주말을 보내는 것도 있고,
가고 싶었던 여행의 태반도 못 가는지라 답답한 마음도 크고...

어떻게 해야 조금 더 일상이 풍성해질까 고민하던 중, 어려운 것 보다 쉬운 것부터 하기로 결심했다.

직장 생활하면서 분기마다 해외여행을 가는 건 힘들지만.
그래도 주말에 잠깐 교외로, 근처 도시로 떠나는 건 주말마다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주기와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가, 일단 이번 달부터 가까운 곳으로 떠나본다.

주마다 차로 1~2시간 거리에 당일치기로,
월마다 국내에서 좀 멀리 1박 정도로,
한 해에 한번은 외국으로.



친구는 두시 쯤에나 도착한다고 하고, 마땅히 할 일이나 보고 싶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오랜만에 실컷 걷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약속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이르게 서울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해 둔 주차장에 차를 두고, 발 가는 데로 걷기 시작한다.

이제는 기껏해봐야 관광지 취급, 보통은 재개발 대상인 옛 거리지만 걷는 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
조금은 으슥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치안 좋은 나라에서 사는 덕은 이런 곳에서 봐야지.

당연히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사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고, 인쇄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바쁜건 인쇄소가 있는 거리 뿐만이 아니었다.
세운상가의 전구 가게들도 불을 잔뜩 밝혀둔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재개발이니 뭐니, 약간 쓸쓸한 거리만 보일 것 같아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활기찬 모습이 참 좋다.



세운 상가 3층을 따라 조성된 길을 걷다 보니 멀리 고층 빌딩들이 보인다.

뒤에 잔뜩 보이는 타워크레인들을 보니,
가까이 있는 옛 공장들과 대비되는 모습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사진으로 담아 본다.



지난번에 을지로에 들렀을 때 사람들이 너무 많아 가지 못했던 ‘호랑이’ 카페.
오늘은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지 않아 문 앞에서 기다려 본다.



가게 문 바로 옆에는 한 명이 겨우 앉을 만한 좁은 자리가 있었는데,
대부분의 손님들이 둘, 셋이서 찾아오는 지라 앞의 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들어와 앉을 수 있었다.

가게 안은 편안한 분위기로 잘 꾸며졌고, 꽤나 아늑한 느낌이었지만 아쉽게도 주말엔 사람이 너무 많다.

가게의 분위기를 온전히 느끼고 싶으면 주말보다는 평일에 와야 할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쉬기에는 조금 시끄럽고, 오가는 손님도 많았기에 커피 한 잔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커피는 보통의 라떼에 비해 원두향이 짙고 더 고소한 느낌.
요즘 세상에 4,000원도 안 하는 가격 치고는 참 맛있는 커피다.



커피를 마신 뒤 정처없이 걷다 보니 퇴계로까지 나와 버렸다.
여기서 더 걸어갔다간 명동으로 가게 될 것 같아, 뒤를 돌아보는데 라멘 가게가 하나 보인다.


어차피 한 시간 정도 있으면 같이 밥을 먹기로 한 친구가 오는데, 참을까 했지만...
어째 날씨도 조금 쌀쌀해진 것 같기도 하고, 뜨끈한 국물이 끌린다.



조금 이따 순대 먹기로 했는데, 라멘도 돈코츠...
잡내 없이 깔끔하게 내린 국물이 인상적인, 맛있게 먹은 라멘이었다.

뭐 개인적으론 좀 꿉꿉한 냄새가 날 정도로 진한 녀석을 좋아하긴 하지만, 어차피 좀 이따 순대 먹을거니까...



지금 보니 간판이 꽤나 강렬하다... ‘ㅈ’ 하나만 저렇게 써놓다니.
착한생각... 착한생각...

나중에 집에 와서 상호를 찾아 보니 ‘존라멘’ 이라는데, 이거 발음 조금만 잘못하면 위험하지 않나?



배가 부르고 입도 짭짤한 소금기가 감도니 커피 한 잔이 절실하다.
친구도 조금 이르게 도착한다기에 근처의 카페에 들어왔다.

보통은 테이크아웃 위주로 장사를 하는지 2층에는 사람이 없었는데,
굳이 올라오셔서 히터까지 틀어주시고, 여러모로 기분 좋은 장소였다.



시그니처 커피인 페이머스커피의 맛은 고-급 맥심의 그 것.
맛은 전반적으로 맥심같은데 뒤에 딸려오는 원두향이 평소 먹던 스틱과 다르다.

카페 위치를 생각해보면 이거 어쩌면 절묘한 레시피일지도...



아까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닐 때 봤을 적엔 사람들이 꽤나 길게 서 있었는데,
다행히 우리가 먹으러 갔을 때엔 앞에 두 조밖에 없어서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순댓국이 끌리긴 하는데, 아까 라멘을 먹어서... 일단 순대정식으로 시켜본다.
나오는 고기의 양이 제법 푸짐하고, 순대도 찰진게 아주 맛있는 순대다.

다만 좀 냄새가 나도 좋으니 뜨끈하게 댑혀주셨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날이 추워서 그런가, 찬 음식 먹으면 맛이 안 나...



국물은 순대나 고기를 넣지 않은 오래 우린 국물이 나온다.
새우젓이랑 소금, 후추로 적당히 간을 하고 밥을 말아 먹는데 뭔가 빠진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굳이 고기를 여기 넣어서 먹고 싶진 않고... 흠 뭐가 빠졌던걸까...



폴바셋에 들러 두 시간 정도 수다를 떤 후, 각자 볼일을 보러 움직인다.

일출이 너무 보고 싶어 강릉이라도 갈까 했다가, 어차피 다음주에 춘천 갈건데 강원도는 좀 참기로 하고...

일출 대신 일몰이라도 보고자 장소를 보던 중, 생각보다 빨리 지는 해에 급하게 낙산공원으로 왔다.

맛나게 먹고, 마지막은 멋진 노을.

주마다 한 번씩 나가는 일이, 꽤나 중독성 있게 다가올 것 같다.

2019.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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