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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도.

바다지기 2019.05.26 18:45 댓글확인

캘린더에 교동도에 가보겠다고 적어 놨는데, 어제 심하게 과음을 해버리고 말았다.

이미 늦잠도 자버렸고, 어차피 인천에서 교동도로 가려면 김포를 거치니까…

조~금만 더 돌아서 해장부터 하기로 결정했다.

 

친구의 강력한 추천을 받고 온 일산역 앞의 ‘천하일면’.

처음 와 본 가게지만 해장을 하기 위해선 어떻게 주문해야 할 지 각이 보인다.

고소에 고야마로 달려보자. (고기국수, 면 소자에 고기, 야채, 마늘 곱빼기)

 

저 압도적인 고기와 마늘 덕분에 바로 해장이 완료됐다.

속이 온전치 않아서 면은 다 못 먹었지만, 면 자체의 식감도 꽤나 좋다.

 

꽤나 퍽퍽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고기인데다 양도 많건만, 국물하고 합이 맞아서 꽤나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일산은 여러모로 자주 오는데, 한동안 자주 찾아 뵐 것 같다.

 

네비게이션에 교동도의 화개사를 찍고 김포와 강화도를 거쳐 교동대교 앞까지 달려왔다.

생각보다 길이 깔끔하게 잘 깔려 있어서 거의 고속도로로 다닌 느낌이다.

교동대교에 들어가기 전에 두 번의 검문을 거치는데, 뭍의 민통선만큼 엄격한 느낌은 아니다.

 

다만 진입시간 자체엔 제한이 있고, 당일 내에 나오긴 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 교동도에서 1박까지 할 정도로 볼거리가 많은 섬은 아닌지라 제약이라 할 것도 없다.

 

그나저나 군 시절 내내 익숙했던 저 사단마크를 이렇게 또 보게 될 줄은…

 

화개산 자락에 있는 화개사.

 

고려시대 때 창건된 절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하기에 꽤나 큰 절이 아닐까 싶었는데,

어째 주차장에서 가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쉽게도 화개사는 법당 하나 뿐인 절이었다.

 

무작정 큰 절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작은 절은 스님이 생활하시는 공간과 관광이 가능한 공간이 합쳐져 있다 보니 둘러보기엔 여러모로 불편하다.

 

고려 말 사대부로서 명망이 드높은 이색이 이곳에서 공부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지금의 교동도의 입지를 생각해보면 왜 굳이 여기서 공부를… 싶지만,

 

고려시대 때 수도인 개성과, 무역의 중심지인 예성강 하구, 대몽항쟁 시기 수도의 역할을 한 강화와의 거리를 생각해 보면

여느 위인이 다녀갔다고 해도 이상할 위치는 아니다.

 

앞뜰이 널찍한 걸 봐서는 예전에는 지금보다 조금 더 큰 절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하나 뿐인 건물 앞에서는 저 멀리 석모도와 강화도 일대가 보이는데, 다른 건 몰라도 절에서 보이는 풍경은 몹시 마음에 든다.

일몰 시간 때쯤 오면 어떤 모습일지 기대도 되지만, 저녁에는 절을 개방하지 않는 걸로 보여 한겨울에 와야 볼 수 있을 것 같다.

 

절 뒤로는 화개산을 오를 수 있는 등산로가 있지만, 등산까진 생각을 안 하고 온 차림이라 적당히 산 공기만 쐬며 둘러본다.

 

뭔가 평소에는 흔히 볼 수 없는 새들도 많이 보이고,

빽빽한 산림에 바람이 부니 제법 더워지는 요즘이지만 에어컨이라도 킨 듯이 기분 좋게 시원하다.

 

화개사 한 쪽에는 부도탑이 한 기 위치한다. 다만 아쉽게도 누구의 부도인지는 전해지는 바가 없다고 한다.

 

양지 바른 곳인 만큼 은은히 들어오는 햇빛, 덕분에 한층 더 초록빛이 나는 초목,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게 위치한 부도탑까지, 말 그대로 조화롭게 자리잡고 있다.

 

화개사를 내려와 바로 인근에 위치하는 교동향교에 들른다.

주차장 옆에는 현령들의 송덕비가 가득 있는데, 말에서 내리라는 뜻의 하마비가 눈에 띈다.

 

지금으로 따지면 자동차가 말의 역할을 하는데,

마침 또 하마비가 주차장 옆에 있으니까 뭔가 요즘 시대에도 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향교 근처는 향교와 관계된 공사인지, 한참 땅을 깎고 정비 중이라 조금은 번잡했다.

조용한 장소를 기대했던 만큼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향교는 여전히 고즈넉한 기운을 잘 간직하고 있다.

 

이곳 교동향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향교로 창건된 년도로만 따지면 어언 9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곳이다.

다만 본래는 화개산 북쪽 계곡에 있던 것을 영조 대에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거기에 한국전쟁 때 피해를 입고 다시 수리했다고 하니,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건 아마 이러한 이유들 때문인 듯 싶다.

 

향교 한 쪽에 있던 비디오.

어릴 적 이후로 실물로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러고 보니 예전에 비디오를 넣고 틀 때 지지직 거리면 청소용 비디오 테이프도 있었던 것 같은데…

 

비디오들의 내용도 한없이 향교에 잘 어울리는 것들이다.

 

대성전 문은 안이 궁금했던 사람들의 소행인지 구멍이 잔뜩 뽕뽕 뚫렸다.

어차피 뚫린 구멍이니… 조금 엿봐도 괜찮겠지 싶어 안을 들여 보니 공자의 위패를 모신 걸로 보인다.

 

본래 대성전은 공자 뿐 아니라 5성, 10철, 송조 6현, 현인 111위를 모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곳은 규모상의 조절인지 아니면 제사가 아니기에 간소하게 놓은 것인지 몰라도 대성지성문선왕(공자)의 위패만 보인다.

 

화개사와 같은 사면에 있기에 아까 보다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여기서도 석모도와 강화도가 넓게 보인다.

갑갑한 학교, 학원이 아닌 이런 곳에서 조금은 너른 풍경을 보며 공부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향교 옆에는 너른 꽃밭과 약수가 있는데, 이 약수는 대성전 밑에서 발원하여 학업에 좋다는 말이 돈다고 한다.

아무리 외진 곳에 있어도 정말 효험이 있으면 우리나라 정서 상 문전성시일 법도 한데…

 

겨우내 비가 안 와서인지, 아쉽게도 물이 말랐다.

이걸 먹으면 학업이 아니라 다른 업적을 달성하게 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지도에 교동 읍성이 보이기에 낙안 읍성때의 기억을 되새기며 내려와봤는데,

뭔가 되다 만 듯한 성문이 보인다. 하다 못해 현판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읍성… 이라기엔 너무 작은 문을 한 바퀴 도는데 저 옆에서 뭔가 거뭇거뭇한게 움직이는게 보인다.

 

자세히 보니 닭들이 한 무리 돌아다니는 중이다.

적어도 내가 본 닭들 중에 가장 행복하게 사는 닭들이다.

게다가 닭들의 크기가, 조류가 공룡의 후손이라는 걸 조금 더 믿게 되는 크기다.

 

저런 큼직하고 근육질의 닭은 튀김보단 뜨거운 물에 마늘 송송 넣고 털 뽑고 목 치고 푹 고아서 소금 찍어 먹으면… 하

 

읍성 한 구석에 놓여 있는 조각.

딱히 설명도 근처에 없지만 이 단단한 돌을 이렇게까지 다듬은 걸 보니 읍성 자체가 허사로 있던 건 아닌 모양이다.

 

시간은 다섯시를 향해 가는데, 아직도 해는 중천이다.

확실히 해가 길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이제 교동도의 중심지인 대룡시장 쪽으로 향한다.

 

확실히 옛 분위기를 컨셉으로 잡고 있는 시장 답게, 초입부터 기대 이상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더위에 당분과 수분이 떨어진 바, 일단 미숫가루로 급하게 원기를 보충해준다.

 

그리고 앉은 김에 빙수도 한 접시 주문.

저 제빙기는 도대체…

 

설빙이 맛은 있지만 설빙 이후로 저런 얼음 곱게 갈아 나오는 고전 팥빙수가 보기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말인즉슨, 제대로 할 것 같아 보이면 먹어야 된다는 말이다.

 

오… 집에서 한 것 같은 비쥬얼.

그리고 집에서 한 것 같은 맛.

 

하지만 빙수는 집에서 하기 귀찮으니 맛과 관계없이 사 먹어도 좋다.

 

얼음 빙 글자 하나에 갑자기 분위기가 해방 후에서 전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빙수로 더위도 삭혔겠다, 다시 시장을 지나던 중 갑자기 옆에서 시선이 느껴져서 봤더니

아주 잘 만든 마네킹이 시계를 고치는 중이다.

 

주인 없이 사라진 점포를 이렇게 라도 생기를 넣어 놓으니, 을씨년 스러운 모습에 비해 훨씬 나은 것 같다.

 

뭔가 이 시장, 약간 내 취향이다.

어릴 때부터 달고 살던 간식인 꽈배기…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찹쌀 꽈배기란 이름의 꽈배기는 많이 먹어 봤지만, 이렇게 무식할 정도로 찹쌀을 넣은 느낌의 찹쌀 꽈배기는 또 처음이다.

뭔가 이건 떡을 튀긴 다음에 설탕을 묻힌 느낌마저 든다.

 

아 물론 맛있다는 뜻이다. 한 조각에 배가 부르게 된 게 문제긴 하지만…

 

그리고 이제 하나도 안 낳게 됐습니다.

 

그리 큰 시장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재밌는 구석이 많은 장소다.

다만 카드 계산이 안 되는 곳이 많으니 다음엔 현금을 좀 더 두둑히 가져와야 될 것 같다.

 

오면서 보인 많은 논들이 장식은 아닌지, 곳곳에서 파는 식혜나 곡물로 만든 과자들이 꽤나 맛있어 보인다.

 

그래도 민통선도 넘었는데 북한 땅 한 번은 보는게 맞지 싶어서 교동 정미소를 거쳐 북쪽 해안의 망향대까지 차를 몰고 왔다.

미세먼지가 있는 날이라고 들었는데, 저 멀리 연안군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인다.

 

정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고작 한 뼘에 지나지 않는 강을 두고 한 지붕에 살던 사람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지,

먼 훗날 후손들이 지금 우리를 보고 비웃어도 좋으니 가급적이면 이런 일들은 짧게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미 반백년을 넘어 7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으로선 점점 하나가 된 남북한이 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지만 말이다.

 

못 본 곳이 남긴 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이제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 보자.

 

돌아가는 길, 마지막으로 예전에 강화도를 오가는 배가 정박했던 월선포에 들렀다.

풍경도 좋고, 주차장도 차를 세우면 바로 앞으로 바다가 펼쳐지는 위치에 있다.

 

마침 어제 숙취로 인한 피로가 조금씩 몰려와, 너른 바다를 보다 잠깐 눈을 붙인 뒤 다시 출발하기로 한다.

 

이런 곳에서는 30분 정도만 잠을 자도 거짓말처럼 피로가 풀리게 되니까.

 

아까 꽈배기 하나로 배부르다고 하던 나는 거짓말처럼 청라를 지나자 마자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마침 SK 경기도 졌으니, 오늘은 박정권 선수 가족이 운영하는 걸로 유명한 송도의 ‘천하무적’에 가기로 한다.

 

맛은 없지만 추억보정으로 먹게 되는 밀가루 떡에 가까운 이 햄.

 

일단 냉동 삼겹살로 속을 가볍게 채워준다.

약간 간이 짜긴 한데, 뭐 무에 싸 먹으면 되니까.

 

다음은 오늘의 메인 요리인 돼지갈비.

이 부위는 왜 사진을 찍어도 맛있어 보일까…

 

급한 마음에 조금 태우긴 했지만, 여차저차 훌륭하게 오늘 하루의 마지막 끼니를 때웠다.

 

근교로 짤막하게 다녀온 하루.

같은 인천임에도 이렇게 다른 분위기의 장소가 있다는 것은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꽤나 큰 즐거움이다.

 

다음주는 출장 덕분에 멀리는 못 다녀오고…

그 다음주에 친구랑 광주에 가보기로 했으니 아마 다음 여행기는 광주가 되지 않을까 싶다.

 

2019.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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