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지코지 구경을 마치고 그냥 이곳을 뜨긴 아쉬워서 조금 늦은 점심을 먹으려 식당을 찾아봤다.
마침 옆에 ‘섭지해녀의집’이 있길래 내비게이션을 찍고 가는데 초행길이라 그런지 리조트를 한 바퀴 돌고 말았다.
그래봐야 이 동네고, 별로 헤맬 곳도 아니기에 리조트 주차장 구경이나 하고 제대로 들어온 뒤 해녀상 앞에 주차를 하고 가게로 향한다.
가게 이름에는 ‘섭지’가 들어가지만, 어째 창 밖 풍경은 멀리 ‘성산 일출봉’이 장식한다.
뭐, 섭지코지는 방금 실컷 보고 왔으니 여기서 또 보면 지루할까?
겡이죽
(\10,000)
문에도 써져 있던 대표 메뉴인 ‘겡이죽’을 시켜봤다.
뭔 전복 조각 하나 없는 죽 한 그릇이 만원이나 하나 싶긴 하지만,
제주도 물가 생각하니 그냥 그럴 수도 있지 싶다.
바닷게를 제주도 말로 겡이라 한다는데, 과연 해산물 특유의 향이 진하게 남아있다.
개인적으로는 죽 자체도 좋았지만 반찬, 특히 미역을 죽 하고 같이 맛있게 먹었다.
죽 양도 생각보다 푸짐하게 나오고, 요즘 동네에서도 국밥 한 그릇이 만원 가까이하는 걸 생각해보면 멀리 놀러 와서 이 정도 돈은 충분히 쓸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계속 죽만 먹다 보니 뭔가 속이 허전하다.
해삼, 한 접시
(\30,000)
마침 바닷가에도 왔으니 해삼이나 한 접시 시켜본다.
사실 그다지 기대도 안 하고, 그냥 입이 심심해서 시켜 본 음식인데 생각보다 실하다.
멀리서 회를 치시면서 오늘 해삼이 좋다고 호들갑을 떠시던데, 과연 이 정도면 난 만족이다.
특히 이 내장이,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겡이죽 한 숟갈에 올려서 먹으면 그만이다.
해삼회만 혼자 먹다 보면 뭔가 입이 쌉쌀해지기도 하는데, 마찬가지로 이때에도 겡이죽을 한 숟갈 입에 떠 넣으면 싹 가신다.
덕분에 같이 가져다준 기름장엔 손도 안 댔다.
죽 한 그릇에 해삼까지 한 접시 먹고 나니 속이 제법 든든하다.
쓴 돈이 한 끼치곤 적지 않지만, 사실 외국 나가서 쓰던 돈 생각하면 많이 쓴 것도 아니다.
하물며 평소에 동네에서 먹기 힘든 녀석들이라면 굳이 아낄 이유가 없지 싶다.
맛 좋은 한 끼였다.
섭지해녀의집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로 93-15
2019.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