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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선.

바다지기 2018. 6. 14. 22:08 댓글확인

본의 아니게 글 작성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사진 정리하는 것도 잊고 있었다.

장항선의 새마을호가 운행을 멈추기 전이었던 지난 4, 마지막으로 장항선에 다녀왔다.

 

한때 철도를 위주로 사진을 찍었던 나였고, 학생이었던 나에게 가까우면서도 멋진 구도가 가득한 장항선은 좋은 피사체였다. 선로를 따라 이곳저곳 많이 다니기도 했다만, 막상 이렇게 마지막이라는 느낌으로 찾아오니 감회가 새롭다.



전날 홍대에서 술자리가 있었기에, 근처 찜질방에서 숙박을 하고 영등포역에 왔다. 오밤중에 영등포가 걸어 다닐 거리가 아니란 건 알고 있었다만, 생각보다 노골적이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던 밤길이다. 잠자리도 썩 편하진 않았고, 오늘 하루 종일 운전을 해야하는데 조금은 걱정이다.



행선판은 전국 곳곳으로 가는 열차들로 가득 매워져있다. KTX로 전국 어디든 빠르게 갈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건 그거고 여전히 덜컹거리는 열차에 느릿하게 가는 사람들도 이렇게 많다. 좀 오래 걸리면 어떤가, 가는 길도 여행인데.

 


어제 밤부터 내리던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땅을 적신다.

 


열차를 타고 살짝 눈을 붙이고 나니 대천에 도착했다. 빗방울이 굵지는 않은데, 바람에 날리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이렇게 만들 거면 왜 만들었나 싶은 지붕에 투덜거리고 있다 보니 앞에서 수신호를 하신다. 곧 열차가 출발할 것 같다. 이왕 서 있던거, 열차가 떠나는 것 까진 보고 가야겠다.

 


차를 몰고 조금 더 남쪽에 있는 역인 간치역에 도착했다. 원래는 근처에서 춘장대로 가는 화물철도도 있었지만, 제구실을 못한 지 꽤 됐다고 들었다. 그래도 아직 자체의 화물 기능은 살아 있는지, 역 안에선 묘하게 인기척이 느껴진다.

 


열차가 하나 지나가는 걸 기다리며 사진을 찍는다. 정작 열차는 제대로 못 담아서 올리진 못 하지만 말이다. 지나고 나니 이거라도 찍어놔서 다행이지 싶다.

 


다시 대천 쪽으로 올라와 웅천역에 들렀다. 필요한 물이나 먹거리를 조금 산 뒤, 근처의 촬영 장소로 점찍어 둔 곳으로 이동한다.

 


원래는 다른 방향에서 담아온 구도지만, 오늘은 왠지 반대편에서 담아보고 싶었다. 마침 날이 조금은 밝아져, 산 뒤로 흐르는 구름이 깔끔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열심히 담아보려 했다만, 눈으로 보는 것만큼 담아오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열차가 지나갈 시간은 됐는데, 마땅히 찍을 곳을 찾지 못해 적당히 차를 멈추고 담아본다. 뭐 이것도 나름 묘미라면 묘미니까.

 



학생 시절에 여기서 사진을 찍고 싶어 발품을 팔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차를 빌려서 쉽게 왔지만 당시엔 아마 이 고개 넘어 있는 원죽역에서 막차를 놓쳐 발을 동동 굴렀었던 기억이다. 시간은 꽤나 지났건만, 여전히 기차 찍기 참 좋은 곳이다.

 


선로를 따라가다 보니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도 되돌아 나와야 할 것 같아 건널목 근처에서 한 장 찍어본다.

 


선로를 따라 좁은 길을 가던 중, 공터에 잠깐 차를 세우고 기차를 기다려본다. 조용한 시골에서 귀를 기울이다 보면 꽤나 멀리 있는 기차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멀리서 소리가 들리고, 라면 하나 익을 시간 쯤 기다리다 보면 기차가 지나간다.

  


역에 들러 간단히 정비를 마치고, 다시 대천으로 향한다.



시간이 조금 남아 옛 추억도 살릴 겸 원죽역에 들렀다. 이제는 역의 흔적이라고는 쓰러져가는 나무뿐이지만, 그래도 기차가 지나갈 때는 영락없이 역의 모습이 그려진다. 마침 관광열차인 서해금빛열차가 지나가서 사진 찍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천역까지 다시 차를 몰고 간 뒤, 한나절 동안 가진 짧은 출사를 마친다.

 

201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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