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너 절 근처에 다다르니 장승이 반겨준다. 여느 절이든 천왕문과 탑을 보면 흔히 말하는 절의 격이라는게 느껴진다. 실상사를 처음 만나고 느낀 점은, 탑과 전각의 격이 영 맞지 않는다는 것. 여느 고찰 부럽지 않은 멋진 탑과 석등을 가진 절이다만, 어째 전각이 초라하다. 절 한켠의 설명을 보니 왜란, 억불로 인해서 꽤나 수모를 당한 모양이다. 최근 근처에서는 거대한 목탑의 기단과 정원의 흔적이 발견됐다는데, 언젠가는 과거의 영화를 되찾은 실상사를 한 번 보고 싶어진다. 주지스님이 개방적이신 건지, 예술에 관심이 많으신 건지, 절 곳곳을 예술가들의 흔적으로 채워 놓으셨는데 그 중에서도 이곳은 한 일본인 화가의 작품이 잔뜩 걸려 있었다. 아름다운 달밤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들. 몽환적이면서도 사람을 끌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