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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한 학기를 달리고 여행지를 찾던 중 교토가 눈에 띄었다. 마침 할인가로 팔던 오사카 행 항공권도 항공권이지만 지난 여름방학 말미에 다녀왔던 나가사키가 굉장히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방학 중에도 근로장학생 일로 시간을 내기가 여의치 않았지만, 어떻게 잘 풀려서 여행에 맞춰 휴가를 낼 수 있었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보내는 시간은 제법 따분하지만, 분주한 공항의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제법 시간이 잘 가는걸 느낄 수 있다. 날씨도 좋고, 저 멀리 날아다니는 비행기들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여러모로 시간 때우기 좋은 날씨가 아닐 수 없다.



인천에서 간사이 국제공항 까지는 한 시간 반 남짓 걸린다. 기내식도 따로 없기에 잠깐 눈을 붙였는데 일어나 보니 창밖으로 벌써 땅이 보인다. 벌써 일본에 도착한 모양이다.



간단한 입국절차를 마친 뒤 빠져나온 공항.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권의 관문답게 공항은 늦은 시간임에도 분주하다. 한국인이 많이 입국하는지 곳곳에 보이는 한국어 안내문 덕분에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여러모로 전에 찾아갔던 나가사키 공항보다 규모도, 편의도 차원이 다르다.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인근의 도시까지 가는 방법은 꽤 다양하지만, 그 중 교토로 가는 여행객이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아마 관공쾌속 하루카일 것이다. 교토까지 한 시간 남짓, 좌석은 자유석이지만 자리가 꽤 많기에 여유롭게 앉을 수 있다. 아무래도 공항을 잇는 특급열차다 보니 캐리어를 놓을 공간도 잘 되 있고, 정차역도 적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간사이 연락교를 지나 일본 본토에 들어간다. 2월 말이건만 겨울은 겨울인지, 벌써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진다. 교토에 도착할 쯤 되면 거의 밤이겠다



하루카는 교토에서 공항으로 가는 가장 편리한 수단이지만 가격이 비싸다. 편도로 2,850. 하지만 ICOCA/HARUKA 패스를 이용하면 왕복표를 4,060엔에 구할 수 있다. 또한 1,500엔이 충전된 ICOCA 카드도 받을 수 있어서 도착한 도시에서 돌아다니기도 편하다. 보증금 500엔은 카드 반납과 함께 돌려받을 수 있으니 사실상 2,060엔에 왕복하는 셈이다.



교토에 도착했다. 두 번째로 간 일본이자, 처음으로 간 혼슈.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일본은 밤이 되면 사람들이 다 사라지는 줄 알았는데, 내가 갔던 곳이 시골이라 그랬나보다. 교토역 앞에 오니 야경을 감상하는 사람들, 찍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앞에 보이는 높은 건물은 교토 타워. 이번 일정 중에 올라갈 일은 없다만, 이렇게 밑에서라도 담아놔야겠다.



근처에 설치된 분수대에선 한창 노래가 흘러나온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다 멈춰서 듣고 있기에 스리슬쩍 껴서 같이 들어본다. 가뜩이나 잘 안 들리는 일본어인데, 울리기까지 하니 도저히 못 알아듣겠다. 내용은 전혀 모르겠지만, 멋진 야경과 함께 듣는 음악은 즐거웠다.



비록 해는 이미 졌지만, 교토까지 왔는데 해가 졌다고 숙소에 들어가서 잠들기는 조금 아깝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배도 채우고, 야경도 보고, 사진도 찍기로 결정한 뒤 무턱대고 걷기 시작한다. 근처에 규카츠라고 한국까지 소문난 맛집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거길 가봐야겠다.



도착한 규카츠. 하지만 어마어마한 대기자에 식욕을 잃었다. 아무리 맛있어도 저 긴 줄을 다 기다려가며 먹고 싶은 정도는 아니니 말이다.



그렇게 주린 배를 안고 교토의 밤거리를 헤매다 문득 눈에 들어온 炭火焼鶏おとなり’. ‘뭐든 좋다. 배만 채울 수 있다면!’라는 심정으로 가게에 들어갔다.



꼬치가 익는 시간을 기다리기 힘겨워 시킨 덮밥. 시장이 반찬이라고, 순식간에 덮밥은 사라지고 맥주까지 한 잔 시켜버렸다.



꼬치가 구워지는 동안 위스키 하이볼까지 한 잔. 완벽한 밤이다. 꼬치가 익는 것도, 몸에 취기가 오르는 것도, 여행 중인 것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도, 모두 즐겁다.



살짝 취기가 오른 채 강가를 걷기 시작했다. 강가는 어두웠지만 유독 밝았던 건너편, 딱 봐도 비싸 보인다. 언젠가 저런 곳에서도 한 끼 먹어보고 싶은데 후쿠자와 유키치한두 장으론 어림도 없겠지. 저런 곳에 가면 게이샤도 볼 수 있으려나?



기온의 밤거리를 혼자서 걷다보니 옆의 술집에서 들리는 즐거워 보이는 얘기소리가 조금은 부럽다. 확실히 술은 사람을 약하게 한다. 괜히 더 외롭잖아.



이젠 제법 늦은 시간인데도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뭐 가게들은 하나 둘 닫고 있었다만, 나도 이제 슬슬 할 것도 없고 편의점에 둘러 칫솔과 치약을 산 뒤 숙소로 향한다. 그러고 보니 이 시간에도 한식당은 열려 있었지, 된장찌개가 800엔만 아니었어도 한 번 들어가서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첫 날 숙소는 サンチャゴゲストハウス京都. 박 당 2만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혹해서 왔다. 바로 옆이 기요미즈데라이기도 해서 아침에 절에 가기도 편할 것 같다. 대신 조식이 없긴 한데, 뭐 그건 내일 생각하면 되겠지. 교토에 도착한 뒤 계속 걷기만해서 그런가 제법 피곤하다. 덕분에 저녁에 도착한 것 치곤 이것저것 많이 본 것 같지만.


#1. '인천 국제공항'. '간사이 국제공항', '교토역', '오토나리', '기온시조',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 교토'.


2016.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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