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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쭉 내려오며, 갖은 분식의 유혹을 뿌리치며 다시 불광천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인 '바르게살자'... 누가 이런 걸 세워놨지 하고 보니 '바르게살기위원회'...

 

뭔가 좀 싸한데 싶어 찾아보니 전신이 삼청교육대로 유명한 사회정화위원회군요.

뭐 당연히 지금의 단체는 그때와 취지도, 행동도 다르겠지만, 저 위원회의 이름과 표어가 참 이상하게 세게 다가오긴 합니다.

 

 

계속 불광천 동쪽만 거닐었으니, 이번엔 한 번 서쪽으로 넘어가 볼까요.

 

 

한 2주 전에 왔으면 인산인해였을 것 같은 길이네요.

 

그러고 보니 불광천에도 벚나무가 참 많았었죠.

거북골로 빠져서 많이는 못 봤습니다만, 조금 이따 돌아가는 길에 한 번 봐야겠습니다.

 

 

불광천 서쪽으로는 길이 널찍하게 나서 그런지, 뭔가 길 건너편의 상점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반대로 동쪽은 일방통행으로 좁은 길 하나만 나 있어서 그런지 계속 가게들이 눈에 들어오고요.

 

상대적으로 상가들도 좀 큰 편이고, 걸으면서 구경하기 좋은 곳은 아무래도 건너편이 낫겠지 싶네요.

그러다가 저 멀리, 뭔가 또 이목을 끄는 가게가 보여 이 참에 건너가 보기로 합니다.

 

 

튼튼하고 멋들어진 다리도 좋지만, 역시 이런 시냇가를 걸을 땐 징검다리도 한 번 건너줘야죠.

 

 

정말 사람을 안 피하네요.

청둥오리 암컷인데, 제 렌즈로 이렇게 보일 정도면 말 그대로 바로 발치에 있는 건데 말이죠.

 

 

한 발짝 더 다가가니 물로 쓱 나아갑니다. 바로 옆에 수컷도 같이 있었네요.

냇가에선 아주머니 한 분이 열심히 뭘 따고 계시던데, 아주머니들의 풀 골라내는 눈은 정말 신기합니다.

 

제 눈엔 그냥 다 풀인데, 뭐가 다른지 열심히 골라내시네요.

혹시라도 전쟁이 나거나 기근이 생기면, 꼭 아주머니들이 계신 곳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날이 푹푹 쪄서 그런지 맥주 한 잔이 계속 머릿속을 맴돕니다.

집도 가야 하니, 딱 반 잔만... 그 와중에 라멘집을 만나버렸네요.

 

안 그래도 이 직전에 뭔가 피자에 맥주를 팔 것만 같은 가게를 두 곳이나 만났는데,

문을 안 열거나 뭔가 너무 어두컴컴해서 지나온 참이라 그냥 냉큼 들어갔습니다.

 

 

한 병 시키고 작은 잔 반 만...

두 시간 뒤엔 운전대 잡아야 하니 맛만 봅시다. 나머진 뭐 버려야죠... 그나마 클라우드라 돈이 아깝진 않네요.

 

 

야끼교자를 더 먹고 싶긴 했습니다만, 메뉴에 없네요.

그래도 라멘 중에선 제가 제일 좋아하는 토리파이탄, 거기에 고수 무료라 기분 좋게 한 끼 뚝딱 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불광천으로 내려와 쭉쭉 걷습니다.

끝에 다다르니 확실히 시설이 뭔가 이것저것 늘어납니다. 공연장, 노인정, 뭔가 사람 앉아있는 곳도 크고 넓게 만들었네요.

왜 제가 들어왔던 하류 쪽에 굳이 상류보다 좁아서 뭐가 없습니다, 라고 해명을 해놨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올라가 보니 응암역이라는데, 늘 행선지로만 봤던 응암순환이 여기였네요.

 

 

6호선을 타고 쌩하고 DMC로 가도 되지만, 아무래도 좀 재미없죠.

중간에 거북골로 빠져나간 것도 좀 아쉽고, 따릉이를 빌려다가 불광천을 따라 DMC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여긴 따릉이를 많이들 안 쓰시는지, 안장 깨끗한 녀석 찾기가 좀 힘드네요.

 

 

아까 징검다리 건너편에 있던 신경 쓰이던 가게.

 

그때 지나갔을 때엔 매대가 비어 있어서 내려가는 길에 다시 한번 들러봤습니다.

사실 따릉이를 빌린 주 이유이기도 해요.

 

 

흐흐... 앉아서 먹기엔 시간이 좀 부족하니, 롤 두 개만 포장해서 가봅니다.

시나몬 롤 자체도 꽤 단 편인데, 초코넛츠는 어휴...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얼그레이피치랑 애플그래놀라로 한 개씩 포장해 봅니다.

 

 

자, 이제 오늘 볼 일은 끝났습니다.

 

나머진 다 졌지만, 그래도 꽃잎비는 내리는 벚나무들을 가로지르며 불광천을 따라 DMC역까지 가는 일만 남았네요.

사진 찍을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가로지르며 눈으로 보는 맛이 또 있으니까요.

 

 

순식간에 도착한 DMC. 확실히 자전거가 발보다 빠르긴 합니다.

 

시간이 잔뜩 남은 따릉이 반납과 함께, 오늘의 여행을 마쳐봅니다.

어서 집에 가서 시나몬 롤에 우유 한 잔 하고 싶네요.

 

2026. 0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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