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입구부터 살짝 어둑한 오시마 입구.
계획에 없던 방문인지라 아는 게 없어서,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 조금은 걱정됩니다.
오시마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다리인 '도츠키바시'는 쓰나미 때 유실됐지만, 이제는 복원이 완료됐다 합니다.
구글 맵의 리뷰를 보니, 사람도 적고 수행하던 시절의 흔적이 잘 남아있다고 하는데 한 번 들어가 봐야죠.
해가 조금씩 지고 있는 시간이라 더 그런 걸까요?
오늘따라 평범한 신사가 왜 이리 음산해 보이는지... 장난쳤다가는 말 그대로 재수 옴 붙을 것 같은 분위기네요.
에도 시대 때 폭풍을 만난 배가 타고 있던 흰 여우에 의해 구해진 뒤로 이를 기리기 위해 이나리 신사가 생겼다고 합니다.
분위기를 봐서는 근처에 무슨 재액이라도 몰고 와서 달래기 위해 세운 느낌인데, 고마운 신이었네요.
적당히 주머니에 있던 동전 몇 개라도 놓고 지나가 봅니다.
그리 큰 섬도 아니건만, 곳곳이 불상과 굴로 가득합니다. 확실히 흔히 접할 분위기는 아니네요.
섬의 한쪽 끝에는 '라이켄'이라는 고승의 비가 있습니다. 이 작은 섬에서 무려 22년을 수행했다고 하네요.
옛적에 이 일대는 오슈(도호쿠)의 고야산이라 불렸다 합니다.
고야산이라 함은 구카이가 수행하고 입적한 일본 불교의 성지로 무려 20세기까지도 금녀를 지켰던 산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곳에 저렇게도 많은 솔도파와 불상이 있는 건, 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섬 안에는 좁지만, 너른 터도 있었는데 유명한 고승 겐부쓰쇼닌이 법화경 6만 권을 모두 독경한 겐부쓰도(견불당)의 흔적이라 합니다.
섬을 한 바퀴 둘러 나오는 길, 불상인데 얼굴 부분만 다 닳아 없어져서... 뭔가 밀교의 느낌이 나네요.
바다 건너에서 마쓰시마의 풍경도, 오시마의 옛이야기도 다 즐기고 나니 슬슬 속이 허전해집니다.
아까 넘어오는 길에 해물을 굽는 가게가 하나 있던데, 잠깐 들러봐야겠네요.
오늘의 간식은 돌아가는 길에 있던 '하치야쇼텐'에서 산 오징어 구이입니다.
시장이 반찬이기도 하지만, 갓 구워 따끈, 말랑, 쫄깃한 오징어는 확실히 별미죠.
오늘 저녁에는 판초밥을 먹기로 했으니 일단은 이 정도로 참아볼까요.
가고 싶었던 곳을 못 간 저녁이지만, 그래도 덕분에 갈 일 없었던 곳을 진득이 걸어볼 수 있었던 하루네요.
심지어 그곳이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라 더욱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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