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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잔뜩 마시고 자서였을까, 목이 말라 잠에서 깨니 아직 여섯시도 안 된 시간에 벌써 해가 떴다. 준비를 마치고 차를 몰아 釧路市湿原展望台에 도착한다. 아직 전망대는 열려있지 않은 시간, 바로 옆에 짧은 트레킹 코스가 있기에 그쪽을 걷기 시작한다. 생각했던 습원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등산로 같은 느낌에 조금 당황스럽다.

 


코스는 큰 원을 그리며 쿠시로 습원을 볼 수 있게 조성했다. 약간은 축축한 공기, 그리고 낮게 깔린 식물들을 보다보면 평소에 보던 풀과는 전혀 다른 녀석들이기에 이곳이 습원이라는 느낌은 든다. 제법 많은 계단 덕분에 어느새 땀도 나고, 풀벌레들이 달라붙어 물기도 하지만 주변으로 흐르는 바람소리, 새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반환점을 돌아 나가는 길에 탁 트인 곳이 나온다.

 


내가 생각했던 습원의 이미지, 인터넷에서 봤던 쿠시로 습원의 모습이다. 끝없이 펼쳐진 땅, 그럼에도 그 안에서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홋카이도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닐까? 사방을 둘러봐도 저 멀리 보이는 쿠시로 시를 빼면 풀과 나무 그리고 물 뿐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 정도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전망대에서 풍경을 봤지만, 전에 본 풍경 만 못했기에 차를 몰고 습원을 관통해 細岡展望台에 왔다. 아까 봤던 풍경의 맞은편에 있는 곳이라 방금까지 있던 전망대를 찾아봤지만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곳이 얼마나 넓은 곳인지 새삼 느끼게 된 순간이다.

 


쿠시로 습원의 동쪽 길은 마슈 국도라 불리는 391번 도로인데 이 도로는 이와봇케 산을 피해 가기 때문에 습원하고는 멀리 떨어져 가게 된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습원을 보고 싶은 마음에 구시로시쓰겐 역에서 도로 역까지 가는 관광열차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쿠시로에서 아바시리를 잇는 센모 본선의 일부인 이 구간은 차도와는 다르게 습원 속을 지나간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사람이 있을 턱이 없는 이 한적한 역에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이미 열차는 쿠시로에서부터 온 사람들로 만석이었기에 일단 도로까지는 그냥 서서 지나가기로 한다. 도로역에 도착한 뒤, 열차는 방향만 바꿔 다시 쿠시로로 돌아가기에 자리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돈을 더 내고 지정석을 탔다면 피크닉 테이블이 놓여 있는 객차를 이용할 수 있다만, 어차피 창문도 열리고 일반석에서 봐도 별 차이는 없다.

 


오면서 볼 때 대부분의 구간은 그다지 습지라는 느낌이 나지 않지만, 호소오카에서 도로 사이만은 열차도 서행하며 근처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두 자리쯤 건너 앉은 아이가 창문을 통해 계속 인사를 하는데 그 모습이 귀엽다. 철로 주변의 풍경은 거의 식물에 점령당한 느낌. 이런 곳에 어떻게 철도를 깔았는지가 더 신기할 정도다. 나무로 만든 뒤 가타카나로 번호를 매긴 전신주들이 이 곳이 얼마나 오래전에 개척된 곳인지 가늠케 해준다.

 


옆으로 지나가는 보트, 출발하기 전에 알아본 바로는 습원에서 카누를 대여해서 탈 수 있다고 하던데 아마 그 종류의 활동인 것 같다. 이번엔 해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 이곳에 또 오게 된다면 꼭 해보고 싶다.

 


사람들 중 하나가 시카라고 말하기에 건너편을 봤더니 과연 사슴이 한 마리 있다. 기차가 지나가고, 그 안에 사람도 가득 차서 제법 시끄러울 만도 한데 신경 쓰지 않고 풀 뜯는데 매진한다. 이런 상황이 익숙한 건지, 어차피 저 사람들이 자기한테 해가 안 된 다는걸 아는 건지, 뭐 어느 쪽이든 사진으로 남기는 입장에서는 아쉽다. 얼굴 좀 보여주지.

 


20분도 채 안 걸리는 구간이지만 아주 즐거웠다. 왕복을 모두 타니 엽서도 두 장 받았는데, 각 방향별로 다른 열차의 앞부분을 그려 놨다. 이제 다음엔 또 어디를 갈까. 일단 배가 조금 고픈데, 밥부터 먹고 생각해 봐야겠다.

 

#7. ‘쿠시로시 습원전망대’, ‘호소오카 전망대’, ‘노롯코’, ‘쿠시로 습원’, ‘쿠시로습원 역’, ‘도로 역’.

 

2016.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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