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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거리를 걷던 중, ‘대보은사라고 적혀있는 표지판을 보고 따라 들어갔다. 문 뒤로 보이는 전각의 모습이 제법 큰 절인 것 같다.

  


대보은사, 일본어로는 다이호온지센본샤카도라는 이름도 같이 갖고 있다. 설명을 읽어보니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불전이라는데 이런 평범한 동네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절 한쪽에는 한 여인상이 있었는데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다. 이 불전을 지을 때 목수의 실수로 기둥 하나가 망가졌고, 이러한 실수를 아내의 기지로 모면한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실수가 세상에 알려질까 염려해 자살했다는 이야기인데 지금에 와서는 열녀전을 볼 때 마냥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그 때의 사람들을 지금의 방식으로 이해하려 하면 안 되는 거겠지.

 


조금만 걸어도 절이 보여서 어딜 가야할지 망설였다만 그냥 발걸음 가는 데로 가기로 한다. 어째 입구에서 먹거리를 팔고 있기에 냄새에 끌려 도착한 쿠기누키지조지’, 다른 이름으로 조샤쿠지라고 한다. 우리 식대로 읽으면 석상사가 되겠다. 말 그대로 석상과 관련이 있는 절인데 헤이안 시대에 홍법대사 쿠가이가 당에서 가져온 돌에 지장보살을 새겼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훗날 손에 병이 걸린 한 상인이 이곳을 참배한 뒤 꿈에서 지장보살이 나타나 손의 못을 뽑음으로써 병이 나은 일이 있던 뒤로는 못 뽑는 지조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러한 전설을 가진 절이기에 안에는 지장보살 상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미타불이 모셔져있다. 사실 저 불상이 아미타불인지는 구분이 안 가지만, 나발이 표현된 걸 봐서는 지장보살의 석상은 아닌 것 같다. 보통 지장보살 석상은 머리가 없거나 무언가를 쓴 것으로 묘사되니 말이다. 이곳은 사자에 대한 추모의 장소로서의 역할도 있는지 근처의 분위기가 입구와 달리 사뭇 엄숙하다. 이런 곳에서 계속 셔터를 누르는 것도 예의는 아닌 것 같아 조용히 둘러본 뒤 절을 떠난다.

 


마지막 무작위 절 탐험의 장소는 인죠지이다. 절 내에 높은 탑이 있던데 돌아와서 찾아보니 일본의 유명한 고전인 겐지모노가타리의 저자 무라사키 시키부를 공양한 탑이었다. 경내를 둘러본 뒤 밖으로 나서는데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가까이 가봤다. 볼거린 줄 알고 갔는데 외국인이 길을 물어보는데 외국어를 몰라 곤란한 상황이었다. 어째 한국인 같아 한국어로 말을 거니 정답. 교토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나도 이제 겐쿤 신사로 떠난다.

 


겐쿤 신사는 생각보다 산 위에 있었다. 구두를 신고 있어서 조금 당황했지만, 뭐 구두도 신발이니 산 못 탈건 없지.

 


올라와 보니 꽤 멋진 신사가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어째 여태 봐온 신사들과 달리 상태가 깔끔하다 싶더니 교토의 신사 치고는 어린 메이지 시대에 세워진 신사였다. 개인적으로 이 시기에 세워진 신사는 여러 이유로 꺼린다. 모시는 신은 오다 노부나가’. 여태 다닌 신사 중 흥미는 제일 떨어지지만, 이름 알려지기론 수위권인 것 같다.

 


사실 저녁은 소바를 먹을 예정이었다. 미리 찾아놓은 맛집에 갔지만 이미 점심 때 면이 다 팔려서 문을 닫았다고 한다. 맛집이라고 스스로 말해놓고 저녁에 오는 우를 범하다니 어이없는 실수였다. 그렇게 배고픈 채로 돌아다니다 보니 뭐라도 먹겠다 싶었고, 그 때 떠오른 게 첫 날 실패한 규카츠였다. 의외로 이른 저녁에 오니 아무도 없던 규카츠’. 맛은 의외로 기대 이하였다. 그냥 소고기로 돈까스를 만들면 이런 맛이겠구나 싶다. 뭐 에비스 생맥주가 맛있긴 했는데 이게 그 줄 서서 먹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역시 줄은 안서는 게 답이다. 그냥 들어와서 바로 먹었으니 적당히 만족하고 나간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기에 이세탄 백화점 지하로 내려가 케이크를 털어본다. 본래 제과류를 아주 좋아하기에 정말이지 행복했던 시간.

 


이세탄 백화점의 옥상에는 교토의 풍경을 볼 수 있게 시설을 갖춰 놓았다. 마침 하루 종일 무겁게 들고 다닌 삼각대에게 밥값을 독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올라간다. 벽은 유리로 막혀서 사진을 찍기엔 불편했지만, 내 신조는 가장 멋진 것은 언제나 카메라가 아닌 두 눈으로.’이기 때문에 문제 없다.

 


옥상에서 야경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사온 케이크도 먹어야 하니 서둘러 숙소로 향한다.

 


숙소인 토마토 게스트하우스는 솔직히 아쉬웠다. 교토 역에서 가깝다는 점만 빼면 장점이 하나도 없던 숙소. 왠지 모르게 난방도 부실해서 굉장히 춥기도 했고, 내부 시설도 다른 게스트하우스에 비하면 많이 아쉬웠다. 오늘이 귀국하면 일정 끝이라 다행이지, 이런 상태로 하루 종일 관광은 무리다. 공항까지는 첫날과 마찬가지로 공항까지 가는 하루카를 이용한다. 특급이고 환승도 없기에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도착한 뒤 짐을 부치고 나니 얼마 남지 않은 탑승 시간. 처음엔 별 생각이 없었다만 오전에 귀국하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 마지막 날 점심이라도 한 끼 먹고 돌아오는 게 여러모로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뭐 이미 끝난 얘기니 미련은 훌훌 털어버리자. 또 오면 되지!

 

#7. ‘다이호온지’. ‘센본샤카도’, ‘쿠기누키지조지’, ‘조샤쿠지’, ‘인죠지’, ‘겐쿤진쟈’, ‘규카츠’, ‘이세탄 백화점’.

 

20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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