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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구시다 신사의 입구가 보일 즈음, 깃발을 들고 줄지어 가는 행렬이 눈에 띈다. 어떻게 보면 최근 모든 관광지의 적,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다. 저 좁은 신사에 버스 3대라니, 오늘은 날이 아닌가 싶다. 저 인파가 빠질 때까지 서있을 생각은 없기에 200엔을 내고 바로 옆에 있는 후루사토에 들어가기로 한다.

 


안에는 전통 인형을 만들 수 있는 체험활동도 있다만, 아쉽게도 시간이 조금 빗나갔다. 1층에서는 유네스코 무형 문화제이기도 한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영상을 틀어주는데, 마침 다리도 아팠고 잠깐 앉아서 쉬고 싶었기에 멍하니 앉아 축제 영상을 본다. 아마 딱 1달 전에 했을 탠데, 영상을 보니 어차피 더울 거라면 7월의 하카타가 8월보다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다. 다음엔 7월에 한 번 둘러볼까?

 


이것저것 소소하게 잘 꾸민 곳이지만, 그 중에서도 이 전화기들이 제일 인상 깊었다. 수화기를 들면 하카타벤 강좌가 나오는데, 오른쪽부터 초, , 고급이다. 초급은 그럭저럭 웃으며 들을 만 했는데, 중급, 고급 쯤 가니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여전히 북적이는 구시다 신사’. 그냥 호텔가서 좀 쉬다 나와야겠다.



가는 길에 있는 하카타 전통 공예관에서 팔던 바닐라 맛 소프트. 역시 여름의 열기에 지친 여행객을 달래주는 건 달콤한 소프트 만 한 게 없다. 뭐 겨울에 다녀도 엄청나게 먹어대긴 하지만 말이다.

 


전쟁 중에 사라졌다는 다이조지의 흔적이다. 그냥 지나가다가 웬 돌덩이에 사케 잔이 하나 올려져있기에 살펴봤는데 절터라니... 원나라의 침공 당시 적의 항복을 기원한 비석과 지장보살상이라는데 원래 절의 모습은 어땠을지 조금은 궁금해진다.

 


체크인을 하고, 에어컨을 가장 세게 킨 뒤 TV를 켜고 늘어진다. 어차피 약속까진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샤워를 하고 좀 쉬다 나가야겠다.

 


30여분 정도 눈을 붙였을까, 알람 소리에 일어나 다시 주섬주섬 밖으로 나선다. 다리를 건너 나카스를 지나, 다시 시청을 향해 걷는다.

 


시내 가까이에 공항이 있어서인지 비행기들이 낮게도 날아다닌다.

 



후쿠하쿠데아이바시를 지나 키힌칸을 만난다. 중요문화재이기도 하고 겉모습도 맘에 들어 조금 살펴볼까 싶기도 했다만, 약속이 먼저다. 후쿠오카는 왠지 쉽게 올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관광지 하나하나에 큰 미련이 남지 않는다.

 


후쿠오카에서 유학중인 W를 만나고 만나기 전부터 그리 맛있다고 노래를 부르던 시오빵을 얻어먹은 뒤 함께 이어폰을 사러 근처의 매장을 둘러본다. 무슨 이어폰 하나 사는데 상담원까지 달라붙는지는 모르겠다만 여차저차 볼일은 마쳤으니 이제 본론 시작이다. 먹자!, 그런데...

 

원래 고독한 미식가의 로케지인 카즈히토를 가려 했다만, 만석으로 인해 들어가지 못하고 허무함과 허기에 지쳐 터덜거리며 거리를 걷는다. 이대를 굶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타베로그를 뒤적이고, 꽤 상위의 이자카야 중에 있던 사케이치방이 그럴싸해 보여 가보려 하는데 바로 앞에 있는 가게였다. 그래, 그럼 가야지!



먼저 생맥주와 꼬치로 배와 목을 축인다.

 


배가 도프긴 하니 연어도 시키고, 저 탐스럽게 붙은 껍질은 별미니 안주로 남겨둔다.

 


끊임없이 꼬치, 특히 그 중에서도 돼지 간(키모)를 신나게 먹고 나니 맥주가 슬슬 물린다. 내일 아침에 후회할 선택이겠지만, 소츄를 한 병 고른다. 내일 걱정하면 어떻게 술을 마시겠어?

 


W와 사못 진지한 얘기를 하다 보니 감정도 깊어지고, 슬슬 술맛이 뭔지, 안주맛이 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꽁치를 한 마리 시키고 마쳐본다. 원래는 아직 제법 더우니 갈치를 먹고 싶었는데, 내가 알 법한 맛있는 건 누구나 다 아는지 이미 매진이란다.

 


W를 기숙사로 보내고 왔던 길을 돌아 다시 호텔로 돌아간다. 가로등 불빛에 물든 나카스가 마음에 들어 사진을 연신 찍어보지만, 어째 결과물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배부름, 개운함, 아쉬움과 함께 후쿠오카에서의 첫 날이 저문다.

 

2017.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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