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 돌아다니며 본 전망대중에 가장 소박한 녀석이네요. 어디 한 번 얼마나 풍경이 바뀌는지 올라가서 찍어볼까요?
조금 위로 올라갔다고 보이는 풍경이 또 바뀌니 전망대가 자기 노릇은 제대로 하는 모양입니다.
개미취가 심어져 있는 곳이 그리 넓진 않은데, 이게 또 사진 찍으며 다니다 보니 갈 곳이 많네요.
이제는 저 안쪽으로 들어가서 찍어봐야겠습니다.
꽃 속에 파묻혀 찍는 꽃 풍경이라니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네요. 입구쯤만 해도 들리던 불평 소리들도 이쯤 오니 웃음소리만 들립니다.
한 바퀴 돌아오니 다들 삼삼오오 앉아서 뭘 드시고 계십니다. 기웃거려 봤더니 묵과 돌배차를 무료로 주네요.
아, 이러면 합격이죠. 뭐든 마실 거 먹을 거 주면 입장료 받아도 됩니다. 묵이야 묵 맛이다만, 전 저 돌배차가 참 마음에 드네요.
한참 묵과 차를 즐기는데 대뜸 산너머를 향해 짓던 녀석. 고라니라도 봤으려나요? 멧돼지면 좀 무서운데…
개도 슬슬 돌아가라고 보채는 것 같고, 개미취도 듬뿍 즐겼으니 슬슬 내려가볼까요?
올라갈 때는 못 봤는데, 내려오다 보니 논이 황금색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네요, 추석이 지난 지 얼마 안 됐으니 이제 한참 추수철인 곳도 있겠지 싶습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금빛으로 물든 논은 오랜만이라 잠깐 차를 멈추고 한 장 담아 봅니다.
하루 종일 걷고, 오르고… 이제 몸에 휴식을 줄 시간입니다.
문경에 대해 알아보니 온천이 또 유명하다 해서, 이거 딱이다 싶은 마음에 냉큼 달려왔네요.
시간도 오후 네시… 딱 지금쯤 들어가서 저녁 먹을 때 나오면 됩니다.
온천은 제가 좋아하는 미온탕이 많아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네요.
좀만 뜨거워도 오래 있기 힘들어서 체온보다 살짝 높은 정도의 탕을 좋아하는데 딱 제가 좋아하는 온도의 탕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탕에서 잠도 자고, 아주 푹 쉬고 나왔네요.
온천욕을 하는 사이에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한 모양인데, 뭐 어떤가요? 이제 저녁 먹으면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마지막 한 끼로 어느 녀석이 좋을까 고민 끝에 고른 들깨칼국수입니다.
약간 욕심을 부려 수육도 한 접시 시켜 봤는데, 생각을 잘못했네요.
수육은 여느 가게 수준이고 들깨칼국수가 맛있는 가게인데 수육으로 배를 채워버렸습니다. 그냥 부추전이나 한 장 시킬 걸…
들깨가 잔뜩 든 국물은 들깨삼계탕 정도만 먹어봤는데, 칼국수에도 꽤나 잘 어울리네요.
다만 먹는 내내 김치가 자꾸 떠오르는데, 배가 불러서 칼국수와 국물만 퍼먹은 게 역시 아쉽습니다.
다음엔 칼국수를 시키고, 추가로 전 정도나 먹어봐야겠어요, 어차피 수육은 맛보기로 보리밥이랑 같이 조금 나오니까요.
여행의 마지막... 요즘 사과를 좋아하는 아내한테 충주사과라도 사줄까 싶어 휴게소에 들렀는데,
아쉽게도 지역 농산물 상점은 벌써 문을 닫았네요.
뭐, 그래도 트렁크에 맛있는 고추장이 실려 있으니 다행입니다.
한 나절 여행이었지만, 여느 긴 여행보다 많은 생각과 여유를 누린 여행이었네요.
문경과 함께,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2023.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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