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쳐서 그런지 걷기에 꽤나 좋은 날씨입니다.
인적이 드문 길에, 산 속이어서 새들도 엄청 지저귀네요.
여느 소리와 다르게 시끄러워도 귀에 거슬리지 않으니 오히려 좋습니다.
구글맵을 보니 오른쪽 위에 있는 현 청룡사에 보각국사탑이 있다고 나오네요.
대충 여기서 절이 안 보이는 걸 보니 한 10분은 올라야 할 것 같은데, 뭐 이정도야 껌이죠.
한 번 올라가 봅시다.
적당히 가파른 첫 번째 언덕을 다 오르니, 앞꿈치로 올라야 하는 두 번째 언덕이 나오네요.
그래도 한 10분쯤 오르니 오른쪽 위로 작은 절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그런데 부도탑은 어디있죠? 설마 오른쪽 저건 아닐태고.
그럼 그렇죠, 더 올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부도탑은 자고로 볕 좋은 곳에 있어야죠.
없네요...? 볕은 좋은데...
더 위에는 암자가 하나 있긴 한데, 아무리 봐도 저기는 아닌 것 같아서 멀뚱멀뚱 서서 주변 구경을 해봅니다.
아... 풍경 좋네요.
뭔가 여긴 아닌 것 같고, 아까 갈림길에서 잘못 들어선 것 같은데 일단 내려가 봅시다.
신발이 런닝화라, 비에 젖은 돌길이 꽤나 버겁네요.
한 번 미끄러졌습니다만, 다행히 핸드폰 케이스가 핸드폰을, 핸드폰이 제 손바닥을 지켜줬네요.
갈림길까지 내려와서 다른 길로 가 보니, 이내 청룡사지가 나옵니다.
부도탑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유물은 다 여기 있었네요.
구글맵은 이렇게 또 신뢰를 잃습니다. 그냥 네이버지도 보고 올 걸 그랬네요.
뭐, 그래도 덕분에 현 청룡사도 한 번 구경했으니, 좋은게 좋은거겠죠?
입구의 위전비를 지나 석종형 부도, 이어서 석등과 보각국사탑, 보각국사탑비가 나옵니다.
석등과 탑비는 보물, 보각국사탑은 무려 국보이죠.
지금은 절터만 남았지만, 꽤나 큰 절이었는지 부도와 석등은 지금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보각이라는 시호도, 이 탑의 이름인 정혜원륭도 조선조의 태조가 내려준 이름입니다.
숭유억불로 대표되는 조선이지만, 이처럼 멋진 불교 유물을 남기기도 했었죠.
조선 전기의 조형미술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 중 하나라고 합니다.
청룡사지를 짧게 둘러 산책로도 해놨습니다만, 앉아서 쉬기엔 조금 아쉽네요.
조선의 시조가 탑을 내릴 만큼, 조선조 내내 큰 절로 자리잡았던 청룡사입니다만...
조선 말기 민대룡이라는 판서가 묘를 쓰기 위해 절을 불사를 것을 승려에게 사주했고,
사주받은 승려가 절을 불사른 뒤에 벼락을 맞고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뒷부분은 모르겠지만 큰 절이 참으로 허망하게 사라졌다는 것은 넌지시 알 수 있네요.
의외였던 점은 제가 길을 잃어 올라갔던 지금의 청룡사도 현종 시절에 중수를 했으니, 그 역사가 꽤나 오래된 곳이었다는 점 입니다.
본래는 청룡사의 암자였지만, 청룡사가 불타면서 그 자리를 대신한 것으로 보이네요.
산길을 크게 돌아 허적, 허한 묘를 들를 수도 있긴 한데, 그렇게 되면 충주 시내로 갔을 때 시간이 너무 늦을 것 같네요.
일단은 왔던 길을 돌아 다시 카페로 왔습니다.
이제 탄금대로 가서 노을도 좀 보고, 아! 그리고 저녁도 먹고 돌아가야죠.
2023. 0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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