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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걸어 올라온 것 같은데, 이제 겨우 성의 입구네요.

입구 바로 앞에 동상이 하나 서 있는데, '하세쿠라 쓰네나가'라는 인물의 동상입니다.

 

일본 최초로 아메리카와 유럽에 파견된 사절이라고 하는군요.

 

다테 마사무네의 명령으로 교섭을 위해, 멕시코를 거쳐 스페인에 다녀왔지만 이후 금교령에 의해 별다른 족적은 남기지 못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당대에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달아 건너 스페인 국왕, 교황을 연달아 알현했으니 대단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네요.

 

스페인 세비야 근교의 한 작은 마을에도 그의 동상이 있다는데, 이렇게 보면 세상은 참 가깝고, 좁습니다.

 

 

성벽의 높이가... 이 정도면 더러워서 안 쳐들어 갈 것 같네요.

한국의 산성들도 살벌한 편입니다만, 전국시대 내내 공성, 수성을 반복한 이 동네의 양식은 또 다른 견고함이 느껴집니다.

 

 

야마토 함 전시 중이라길래 뭔 소리인가 했더니, 옆에 모형이라고 적혀 있네요.

별로 관심은 안 가므로 넘어갑니다. 더군다나 일본에서 '호국' 관련된 곳 가서 기분이 좋아질 가능성은 매우 낮거든요.

 

 

센다이의 상징, 시내를 바라보는 '다테 마사무네'의 기마상입니다.

어렸을 적 천연두를 앓아 한쪽 눈을 잃었다만, 그림과 조각은 모두 양 눈이 멀쩡하게 표현하라고 했다죠.

 

전국시대 말기의 유명한 다이묘들이 으레 그렇듯, 조선에 침입한 이력도 있으니 마냥 좋게 보긴 힘든 인물입니다.

다만 전투에는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아, 제2차 진주성 전투에 참전한 이후 곧 귀국해서 매체에서 보이는 일은 드문 편이죠.

 

하긴, 당대에 센다이에서 조선이면... 말 그대로 남일이었을 겁니다.

 

 

 

혼마루를 비롯해 성의 흔적도 없는 이곳에 굳이 오르는 이유는, 역시 풍경이겠죠.

탁 트인 센다이 시의 모습을 보기 좋은 장소입니다. 저 멀리 바다까지 보이는 것이 한 편으로는 무섭기도 하네요.

 

바다까지 거의 평야로 이어져 있는 만큼, 동일본 대지진 때 큰 피해를 입은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도호쿠 최대의 도시인만큼, 빠르게 복구를 해서 이제는 지진의 상흔을 찾아보기 힘드네요.

 

그러고 보니, 센다이시에 말도 안 되는 크기의 대관음이 있다고 했는데 여기서는 안 보이네요?

나중에 돌아와서 사진을 확대해 보니 왼쪽에 작게 튀어나온 게 관음상이었습니다.

 

이 정도 거리에서도 저렇게 보일 정도면... 저 동네에서는 확실히 돌아다니는 사진들처럼 압도적이겠네요.

 

 

성 자체로서는 정말 볼 게 없는 곳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남은 건물이 없네요.

그래도 보통 철근콘크리트로 뭐라도 지어 놓는데, 혼마루 대신 기념품 샵이 있는 건 처음 봅니다.

 

 

적당히 산책도 마쳤고, 이제 슬슬 내려갈 시간입니다.

그래도 왔던 길로 그대로 가는 것보단, 다른 길도 한 번 가보고 싶어 오마치 쪽으로 걸어 내려가 보는데...

 

루쉰 비석이 보입니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이 맞나 싶어 한자를 봐도... 그 루쉰 맞네요?

 

한 번 들러봐야죠. 무슨 연이 있길래 센다이에 그의 비석이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멀리서 보이는 얼굴만 봐도, 그 루쉰이 맞다는 걸 알겠네요.

아Q정전을 대표로, 저한테는 '한자가 망하지 않으면 중국은 반드시 망한다.'로 인상에 깊게 남은 중국의 대문호입니다.

 

이제야 안 사실이지만, 루쉰이 바로 이곳. 현재는 도호쿠 대학인 센다이의학전문학교에 다녔다고 하는군요.

심지어 작가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됐다니, 어떤 의미에선 성지인 셈입니다.

 

구경꾼으로 남아 버린 그의 민족을 계몽하기 위해, 의학을 놓고 문학의 길을 걷기로 다짐한 곳이 센다이였다니...

당대의 격량 속에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건 꽤 흔한 일이지만, 루쉰은 상상도 못 했네요.

 

 

조금 더 내려오니 또 '다테'입니다. 이번엔 흉상이네요?

원래는 흉상이 아니었다는데, 전쟁 후기에 공출로 팔다리가 잘렸다고 합니다...

 

원래는 이 흉상이 지금의 기마상 자리에 있던 동상이라네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올라간 것 치고는 그래도 꽤 재밌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 슬슬 출출하기도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가볼까요?

 

2024. 0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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