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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쌓인 성벽 옆으로 길게 계단이 보입니다.

성 안으로 마을은 없지만 낙안읍성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남에서 북으로 보는 풍경은 보고 왔으니, 이제는 북에서 남으로 내려다볼 차례입니다.

그래도 토끼비리에 비하면 훨씬 편해 보이는 길이네요.

 

 

요즘 날이 많이 선선해지긴 했다만, 그래도 이 정도 걸어 다니니 긴팔이 꽤나 덥게 느껴집니다.

땀도 꽤 나네요. 그래도 돌아보니 탁 트인 풍경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주흘산이 병풍처럼 보이던 아까의 풍경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방향이 진남교반의 모습을 더 잘 담아주는 것 같아 마음에 드네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토끼비리의 벼랑도 보이고요.

 

 

산에서 내려와도 땀이 덜 식었네요. 이 핑계로 터널에서 좀 쉴까 싶어 한 번 입장권을 사 봤습니다.

내심 안에서 시원한 오미자 차라도 한 잔 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건 없는 모양이네요.

 

 

옛 폐터널을 활용해 만든 테마 터널입니다만, 저한테 재밌는 건 딱히 없었네요.

그래도 터널은 여름엔 서늘하고 겨울엔 훈훈하니 어느 쪽이던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한여름에 한강에서 자전거 탈 때도 중앙선 폐터널만 만나면 그렇게 시원하고 반가울 수가 없었죠.

 

 

골동품이라는데 이건 약간 기능을 잃은 것 같네요. 한 17도쯤 되는 모양입니다.

 

 

봉우리 앞에 있는 빨간 전화박스. 어디서 많이 본 구도네요.

당연히 알프스 산인 줄 알았는데 설명을 읽어보니 주흘산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공중전화 박스도 이거 말고그 비취색의 국산 전화박스로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터널 가장 끝은, 프로포즈나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는데,

평소에는 빔프로젝터로 자연, 클래식 콘서트 영상을 틀어놓는 모양입니다.

 

사실 저는 이 공간이 제일 마음에 들었네요.

터널 가장 안쪽인지라 영상이 어두워질 때면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감각이 들 정도로 어두웠거든요.

 

최근 읽은 책인 태엽 감는 새’ 중 캄캄한 우물 속에서 느끼는 암흑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화자의 입에서 나오는데,

그 구절들이 떠올라서 잠시 머물렀습니다. 하도 빛과 소음에 익숙한 요즘인지라, 둘 중에 하나만 완벽히 없어져도 색다른 감상을 주네요.

 

아쉽게도 조용한 곳 까지는 아니었지만요.

 

 

터널을 나오니 날이 완전히 맑아졌습니다.

날이 흐리면 흐린 대로 다니는 저이긴 하지만, 그래도 맑은 날이 더 좋은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정도면, 문경으로 방향을 틀길 잘했네요.

 

 

혼자 여행을 나오면 그래도 집에 뭐라도 사가는 성격인데, 마침 저기 매운탕 가게에서 고추장을 판다고 하네요.

뭔가 장독이 줄지어 있는 모습에 묘한 신뢰가 생겨서 고추장이나 몇 통 사보러 들러 봅니다.

 

 

아니 왜이분이 여기에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네요.

 

 

인천까지 가져간다고 하니 스티로폼에 아이스팩까지 싸서 챙겨주셨네요.

거기다 연근조림은 서비스로 넣어 주신 모양입니다.

 

기분 좋은 친절함에, 마침 점심시간이라 식사도 할까 했다만 매운탕은 아무래도 혼자서 먹긴 좀 무리가 있네요.

다음을 기약하고, 이제 다시 원래 목적지였던 봉천사로 향합니다.

 

, 그래도 중간에 식사는 해결하고 가야겠어요. 어쩌다 보니 계속 산행을 한 지라 배가 고프기 시작하네요.

 

2023.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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