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 #1. 진남교반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생일이어서 다 같이 강화도에나 놀러 가려했다가 파투가 났습니다.

미리 하루 정도 놀고 오겠다고 집에 말해두기도 했고 간만의 외출에 들뜬 마음도 내려놓기 힘들어서 어디든 하루 정도 다녀와야겠더군요.

 

아쉽게도 일기예보는 전국 곳곳이 비.

7시쯤 출발하면 남쪽으로 가도 덜 막히겠지 싶어서 다짜고짜 고속도로에 올랐는데 이 빗속에도 다들 어디를 가시는지 길이 꽉 막힙니다.

 

순천, 남원, 목포, 통영… 곳곳을 네비에 눌러보다가,

어제 머리 자를 때 미용사 분이 알려준 문경의 개미취 축제가 떠올라 안성쯤에서 길을 틀었습니다.

 

네, 오늘의 목적지는 문경입니다.

 

 

원래 남쪽으로 가려던 길이라 살짝 돌기도 했습니다만, 인천에서 안성까지 오는데 거의 2시간이 걸렸네요.

 

아침도 아직 못 먹었기에 세상에서 제일 맛난 음식인 ‘남이 끓여준 라면’을 한 그릇 먹고, 디저트로 호두과자도 한 봉지 챙겨 먹습니다.

 

문경까지는 여기서 한 시간 정도 더 가면 도착하네요.

날이 잔뜩 흐리긴 하지만, 출발할 때처럼 비가 내리진 않으니 다행입니다.

 

 

 

어느덧 고속도로를 나와 3번 국도를 타고 가던 중, 꽤나 멋진 계곡이 보여 잠깐 길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차를 댈 만한 공터가 보여서 차를 세웠더니 다름 아닌 진남역이네요.

 

점촌에서 문경을 잇는 문경선, 그리고 그 중간에서 갈라져 가은으로 이어지는 가은선이 있는데

이 진남역은 가은선과 나뉘는 분기역입니다.

 

지금은 가은선 구간의 일부를 레일바이크로 해놨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저 멀리 학생들이 잔뜩 모여 무언가 설명을 듣고 있네요.

무심코 찾아온 시간에도 사람이 있는 걸 보니, 그래도 꽤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는 모양입니다.

 

저도 한 번 타고 구랑리까지 가볼까 싶었지만, 혼자서 타기도 뭣하고…

그냥 흐지부지 근처 사진만 찍다 나왔네요. 다음엔 조금 더 용기를 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혼자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많이 익숙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 하기 힘든 일들이 있네요.

 

 

아무튼 차도 세웠으니, 이제 근처를 조금 거닐 시간입니다.

 

그래도 꽤 유명한 곳인지 ‘경북1경, 진남교반’ 이라는 표지도 보이고 이곳저곳에 펜션도 있네요.

일단은 아까 차에서 봐도 멋있었던 계곡이 저 쪽에 보이는데, 거기부터 가 봐야겠습니다.

 

 

 

길 따라 잘 가던 저를 멈춰 세운 계곡입니다. 내려서 구글 맵을 켜 보니 언제 찍어놓았는지 모를 핀이 찍혀 있네요.

이 강 건너가 명승인 토끼비리인 모양입니다.

 

국내 여행을 다닐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 중 하나가 명승인데 잘 됐네요.

사실 막상 다니다 보면 여기가 왜 명승…이지? 싶은 곳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하나씩 들여다보면 괜히 지정된 것은 아닌 경우가 많으니까요.

 

도로가 지나는 터널도 꼭 자연석을 뚫은 것 마냥 마감에 신경을 써 놨습니다.

저런 세심한 고려가 이 멋진 풍경을 지켜주는데 꽤 큰 도움이 된다 느껴지네요.

 

편의와 보존 사이에 아직은 편의에 치우친 세상이지만, 조금씩 변하는 모습인 것 같아 보기가 좋습니다.

 

 

 

강가에는 캠핑하시는 분들도 몇 계시고, 차를 몰고 오셔서 퉁소를 부는 범상치 않으신 분도 계시네요.

잠깐 퉁소소리를 들으며 자갈밭을 걷다가 음료나 한 잔 할까 해서 카페에 들렀습니다.

 

밖에서는 어째 인기척이 안 느껴져 닫았나? 싶은 마음에 문을 당겼는데 다행히 영업 중이네요.

손님들도 꽤 계셨는데 왜 밖에선 아무 기척이 없었는지…

 

그래도 문경에 왔으니 오미자로 만든 거 하나 먹어봐야지 싶어 오미자 에이드 한 잔을 시키며 잠깐 앉아서 건너편 교반의 모습을 감상합니다.

 

2023.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