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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 왕궁 앞에 내린 건 좋은데, 솔직히 말하면 내리자마자 살짝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뭐 이리 차가 많고, 공기도 매캐하고... 너무 복잡하다.

스미냑도 복잡하다 느낀 편인데, 여긴 묘하게 더 붐비는 느낌.

 

 

왕궁 안은 그렇게 엄격하게 통제되진 않는다, 우붓 왕국의 마지막 왕이 기거하던 곳이라는데 이미 오래전 얘기인 듯하다.

자바 섬에서 이주해 온 귀족들, 그리고 수많은 왕국 간의 분쟁 등의 이야기들이 있지만 지금은 춤 공연 정도나 보는 곳이 됐다.

 

그래도 문이나 근처를 지키는 석상들의 조형을 보면, 한 때 이곳이 꽤나 중요한 곳이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나저나 석상도 사롱을 차고 있네... 묘하게 꽃단장이 어울린다.

 

 

짧게 산책이라고 할까 싶어서 걷기 시작했는데, 영 걷기 좋은 길은 아니다.

너무 매캐하고 시끄럽고... 아, 가져온 슬리퍼 대신 쪼리를 하나 사고 싶었는데 가게가 마침 있어서 그거 하나는 건졌다.

 

 

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오늘은 건기 특유의 시원한 느낌이 하나도 없다.

이럴 땐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면 바로 낫겠지 싶은데, 꿩 대신 닭이라고 요거트 가게가 보여 냅다 들어왔다.

 

푸짐하게 덜어내고, 초코볼도 올리고~. 맛있게 퍼 먹는데...

여기, 계속해서 블랙핑크 노래가 나온다. 차에서도 간간이 들리던데 인도네시아에서 인기가 많긴 한가보다.

 

 

 

라면 먹을 때 쓸 수저를 사고 싶다고 해서 한 번 시장의 가게에 가격을 물어봤는데,

숟가락 두 개에 200,000 루피아를 부른다.

 

너무 비싸다 하니 바로 계산기를 들려주는데, 아... 여기 흥정이구나...

인심 써서 100,000 루피아에 달라고 해도 계속 안 된다 하는 가게 주인, 그냥 가니까 그제야 해준다고 소리치는데...

필요 없어... 한국 가서 이마트에서 사도 만원에 두 개는 산다.

 

 

흥정 한 판에 이미 지쳐버린 지라, 시장은 그냥 눈요기만...

날도 꿉꿉하고, Y도 슬슬 피곤해하니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겠다.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우붓은 가족하고 오기엔 조금 애매한 느낌.

 

 

기사님을 기다리며 뒤에 마켓이 있길래 혹시나 해서 숟가락을 보러 한 번 가봤는데... 여김 없이 20만 루피아부터 부른다.

사실 발리에서 숟가락이 비싼 건가? 싶었는데, '제발 이 가격에 사달라'는 말에, 아 구걸이구나? 싶어 진다.

 

여행 와서 2만원이 큰돈은 아니다만, 그렇다고 내던질 생각은 없으니 안녕~.

정찰제 식기 가게가 절실하다. 그냥 아시타바 갔을 때 살 걸 그랬다.

 

 

흥정+교통+인파는 안녕, 우붓에서 스미냑으로 가는 길은 한적하기만 하다.

 

 

들어가는 길에 어제 맡긴 빨래도 되찾아 왔는데, 코코넛 향이 물씬~.

이만큼 빨래해서 정리까지 해 주는데 한국 돈으로 4000원도 안 되는 것도 신기하다.

 

 

숙소에 돌아오고 한바탕 수영을 하고 나니 다시 허기가 진다.

오늘 저녁엔 식당을 예약해 놔서 본격적으로 먹긴 좀 아쉽고, 룸서비스로 핫도그나 하나 시켜봤다.

 

원래는 오늘 액티비티를 하려고 했어서 조금 늦게 예약했는데, 까먹고 일정을 안 바꿔놨다.

먹고 한숨 더 자고~, 저녁 늦게 예약한 마우리 레스토랑으로 슬슬 걸어가 보자.

 

 

Signature Tasting Menu에 와인 페어링 추가.

이렇게 해도 인당 15만원을 넘지 않는다.

 

발리 치고는 비싼 가격이지만, 코스에 와인까지 페어링 해가며 먹으면 한국에서 얼마가 들더라...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내심 가격대에 대한 불안함이 없던 건 아닌데, 웬만한 국내 레스토랑들 뺨치는 수준의 음식이다.

 

 

참치 타르타르, 라비올리, 피자이올라로 이어지는 코스.

곁들여주는 와인도 연달아 나와준다. 피에몬테부터 부르고뉴까지... 와인도 여기는 수입일탠데 이거 괜찮나?

 

이 정도면 와인 페어링은 꼭 해야 하는 옵션이다.

 

 

마지막으로 디저트까지, 깔끔하게 진행된다.

특히 티라미슈는 앞에서 바로 만들어 주는데, 이게 또 보는 재미가 제법 좋다.

 

 

너무도 만족스러웠던 한 끼.

다음에 발리를 또 오게 된다면, 식도락 위주로 편성하는 것도 제법 즐거운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돌아갈 때에는 그랩을 불러야지 했지만, 아무래도 너무 배가 불러서 조금 걸어야겠다.

 

2023. 09.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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