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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자고 일어난 뒤, 그래도 발리에서 가보고 싶은 몇 곳 중 하나인 뿌라 띠르따 음뿔 (Pura Tirta Empul)을 가보기로 했다.

타나롯, 울루와투와 더불어 꼭 가고 싶은 곳이기도 했고, 마침 할 것도 마땅찮은 하루였으니까!

 

여김 없이 장거리를 갈 때면 들어오는 그랩 기사의 왕복 호객.

돌아오면서 우붓도 들를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흔쾌히 Okay! 그러면 나도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리는 수밖에~.

 

어차피 매번 부르기도 힘들고 조금 지방으로 나가면 그랩도 호출이 잘 되지 않는다.

 

 

 

가는 길에 기사님이 '사롱' 얘기를 계속했는데, 역시 사원이라 사롱 없이는 못 들어가는 곳들이 꽤 보인다.

어디서 사야 하는 건가 생각했는데, 다행히 사원 입구에서 무료로 잠시 빌려주고 있다.

 

당연히 뭐라도 내야 되는 건가 싶었는데, 흔쾌히 둘러주고, 한 바퀴 돌고 가져가니 후다닥 가져간다.

안내 사이트에 의하면 소액의 기부금을 내면 빌려준다고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그냥 지나간 건가?

 

우리 말고도 돈 내는 사람은 안 보이는 것 같으니... 입장료로 퉁치나 보다~

 

 

 

 

인드라(제석천)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이 사원은, 발리에서도 꽤나 중요한 사원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쁘띠르따안'이라 불리는 저 목욕 장소는 한 칸씩 옆으로 이동하며 자신을 정화하는 곳이라 하는데, 물이 참 차 보인다.

 

마라톤 뛰고 나서 샤워기로 씻어낼 때의 느낌 정도를 상상하면 불경한 걸까?

물을 맞으며 머릿속을 깔끔하게 비워내는 감상은 저 정도 경험이 유일한지라 어쩔 수 없다.

 

 

머리부터 씻어내지는 못하지만, 잠깐 근처에 앉아서 쉬어본다.

꽤나 북적이는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서인지 다른 장소보단 조금 덜 복잡한 느낌이다.

 

 

거리에도 곳곳에 있던 공물 바구니들, 여기는 사원이라 그런가 그 크기가 한층 더 커졌다.

 

 

사원 출구는 길을 따라 노점이 줄줄이 서 있다.

목공예나 라탄백, 사롱이 대부분인데, 아쉽게도 그다지 사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주차장으로 가서 그랩 기사와 다시 연락을 하고, 우붓으로 가는 길에 점심을 먹을 만한 곳이 있으면 거기로 부탁했다.

좋은 카페가 있는데 거기도 들를 거냐는 말엔 일단 아쉽지만 생략~.

 

그러고 보니 이 기사 분, 여기 올 때도, 우붓으로 갈 때도 카페 추천을 많이 했는데,

어쩌면 커피 한 잔 하고 가고 싶었던 게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임신 중인 Y랑 다니면서 가기도 좀 그렇고, 뭣보다 이 동네에서 관광객 상대로 유명한 커피면 아마 루왁일 것 같아 생략했지만.

 

 

'Bebek Tepi Sawah' 라는 이름의 가게였는데, 뭔가... 가게가 엄청 크다.

비 오는 날 오두막에서 밥 먹는 게 버킷이었다는 Y, 나도 이런 분위기는 언제나 환영이다.

 

주문은 여기 오고 나서 가장 좋아하는 음료인 파파야 주스, 절대 끼니때마다 빼놓지 않는다.

거기에 사테, 나시 참프루, 나시 고랭...

 

저 알새우칩 같은 녀석은 왜 이렇게 여기 밥이랑 어울리는지,

맨 처음에는 과자에 밥 먹는 느낌이라 손이 안 갔는데 이제는 저것부터 먹고 있다.

 

 

말 그대로 꺼억~

빗소리를 배경 삼아, 탁 트인 풍경을 보며 먹는 식사는 맛이 없을 수가 없지.

 

이제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다시 우붓으로 가보자.

 

2023. 09.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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