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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랜만에 도쿄역에 왔네요.

도쿄역을 처음 본 할머니의 첫 소감은 역시, 서울역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였습니다.

 

뭐, 엄밀히 따지면 바탕이 된 역도 다르긴 합니다만. 같은 시기에 같은 나라가 세운 역이니 비슷할 법도 하죠.

만약에 옛 일제가 세운 부산역이 있었다면, 더 비슷했을 겁니다.

 

 

마루노우치 쪽으로 나와, 고쿄를 향해 천천히 걷습니다.

일본의 덴노, 쇼군, 현재의 총리... 이런저런 차이들을 얘기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덧 황거 정문이 보입니다.

 

고쿄를 한 바퀴 도는 런닝 코스가 유명하다던데, 이 안쪽으로는 뛰지 않는 게 예의인지 달리기 금지라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잘 보니 런닝복 차림의 사람들은 조금 더 바깥쪽을 따라 뛰고 있네요. 도쿄에서 숙박을 했으면 저도 한 바퀴 뛰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쿄 자체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일종의 발도장을 찍은 셈이죠.

저 뒤에 덴노가 살고 있다 정도의 얘기나 하면서 본 목적지로 향합니다.

 

 

 

목적지인 사쿠라다몬에 왔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생소하지만, 이봉창 의사의 의거지라고 말하면 이곳이 어느 곳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겠죠.

 

사실 실제 의거지는 저 앞에 보이는 경시청 바로 앞이었지만,

경시청의 체면도 있기에 세간에는 사쿠라다몬 사건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일본 성에서 자주 보이는 고라이몬(고려문) 양식이 유독 모순적이게 느껴지는 건, 그런 역사가 뒤에 깔려있기 때문이겠죠.

 

 

옛날 이야기들.

사실 40년생이신 할머니도, 저도 당연하게도 실제 겪지 않은 시절이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화제가 통하지 않을 리는 없죠.

 

 

관공서가 즐비한 카스미가세키를 지나, 조금 한적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자연 풍경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 요코하마에 있을 적에 일정을 조금 급히 수정했거든요.

 

스카이트리 대신에 교엔, 메이지 진구를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신주쿠교엔마에 역에서 내려 5분쯤 걸으니 오키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깔끔하게 정비된 길가와, 꽁초 없는 길거리가 좋으신지 다니는 내내 얘기를 하시네요.

 

뭐, 일본도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지만. 확실히 운전하면서, 걸어 다니면서 길바닥에 꽁초 버리는 건 조금 개선돼야 할 여지가 있죠.

 

 

 

 

 

아직 조금 이르지만, 그래도 간간히 만개한 벚꽃들이 보입니다.

정말 만개했을 때면 발 디딜 틈도 없을 테니 오히려 이렇게 핀 모습이 더 반갑네요.

 

마찬가지로 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조금 더 편하게 가까이에서 벚꽃을 즐길 수 있는 시기인가 봅니다.

벚꽃이 잔뜩 핀 곳에는 여김 없이 자리를 깔고 앉은 사람들과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붐비네요.

 

 

잠깐 벤치에 앉아 목을 축이며 쉬다, 걷다를 반복합니다.

어제까지는 여행을 다니는 느낌이었다면, 오늘은 공원이라 그런지 산책을 하는 느낌이 듭니다.

 

생각해 보니 할머니랑 함께 산책을 해본 게 얼마만인지 기억이 안 나네요.

 

 

다음 목적지인 메이지 신궁으로 가기 위해 센다가야 쪽으로 나가 봅니다.

어느덧 오후네요, 시간은 여유가 좀 있지만, 여행의 끝이 다가오는 게 썩 반갑지만은 않네요.

 

2023. 0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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